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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바람의 집

by 비르케 2009.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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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는 아이들을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길가에 서 있던 온도를 표시하는 전광시계를 보니,
온도가 영하 13도다.
아침 기온이라고는 해도, 
낮 또한 영하 10도 이하에서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요즘의 날씨는
가히 살을 에인다는 표현에나 걸맞을 듯 싶다. 
어느 지방은 영하 25도 까지 내려갔다고 하니,
그나마 더 따뜻한 지방에 살고 있는 걸 감사해야 할 판이다.

바람의 집...
바로 우리집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 혹한에 우리집에서는 때때로 윙윙거리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귓전을 맴돈다.

가장 큰 이유는 창문이 들려 있기 때문이다.
오래된 건물이다 보니 창문이 꼭 들어맞질 않는다.
게다가 벽에서도 바람이 새어나오는 걸 보면
애초에 지어질 때부터 뭔가가 잘못된 게 틀림없다.

사실 이 집은 내가 독일에 들어오기 전 인터넷에서 구한 집이다.
그때 당시, 가구가 딸린 집이 여기 밖에 없어서 이 집으로 정하고는
독일에 들어온 이후에 다른 데로 옮길 참이었던 것이,
주인이 계약서상 일년을 요구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이적지 머무르게 된,
나름대로 정이 들었다면 들기도 한 집이다.

3월에 이 곳에 왔으니,
4월까지 눈이 내리던 독일의 긴 겨울 끝자락도 이미 한번 겪었다.
그때도 온몸을 떨며 지냈거늘,
다시 찾아온 겨울은 너무도 혹독하다.

웃으며 누군가를 찌르는 냉혈한 처럼,
하얗게 내린 눈 위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저 햇살에도
뼛속까지 스미는 한기가 가득하다.

공공건물들이나 기숙사 등의 건물들은 그래도 괜찮지만,
독일의 일반 주택들은 사실 난방 사정이 좋질 않다.  
벽에 달랑 붙어있는 히터(독일말로는 Heizung: 하이충)는
아무리 덥혀도 온 방에 온기를 전해주기에 역부족이다.
정말이지 우리나라 난방업체들이
유럽에 진출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해지기까지 할 정도로
이 곳의 난방 시설은 말이 아니다.
그러면서도 난방비는 엄청 비싸기까지 하니,
어쩔 수 없이 실내온도를 낮출 수 밖에...

사실 우리집 같은 외풍이 심한 집에선
아무리 보일러가 돌아가도 따뜻함과는 별반 상관이 없다.
대신, 까딱하다가 물이 줄줄 흐르게 되어
결로로 인한 곰팡이라도 생기는 날에는 더 골치 아파질 게 자명한 일... 
 이래저래 어쩔 도리 없이 실내온도를 아주 낮게 설정해 둔
이 '모진' 엄마 때문에
우리 아이들도 이 추위에 별짓을 다 한다. 

아이들의 작아진 외투에서 팔 부분을 떼어내서 시침을 한 다음,
집에서 입게끔 조끼로 수선을 해 주었다.
아이들은 집에서 가끔 그 조끼에 달려있는 모자까지 둘러 쓴다.
춥다고 하면 장갑을 내준다.
집에서 장갑이라니... 

내 생애 이런 혹독한 겨울은 처음이다.
누군가가 말하길, 어느 지역은 35도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열차의 문이 얼어붙어 열리지가 않아서
열차가 지연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고도 한다.

듣자니, 이런 마당에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오는 천연가스라인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갈등으로 인해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뉴스도 들려 온다.

마음까지 차갑다 못해
꽁꽁 얼어붙고 있는 듯한 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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