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중에는 플롯이나 장면보다 등장인물의 인상이 강렬한 영화가 있다.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는 다분히 포커페이스적 캐릭터로서 스토리를 리드하는, 영화 '리지'의 두 인물이 그렇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영화뿐 아니라 소설, 연극, 뮤지컬로도 다뤄진다.
배우들의 무표정 연기가 압권이었던 영화, 리지(Lizzie)
감독: 크레이그 윌리엄 맥닐
장르: 범죄 스릴러
개봉일: 2018
상영 등급: 청소년 관람 불가
러닝타임: 105분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브리짓), 클로이 셰비니(리지), 제이미 셰리던(앤드류 보든), 킴 디킨스(엠마), 피오나 쇼(에비), 데니스 오헤어(존) 등
영화의 도입부는 정원을 향해 나아가는 한 여자와 유리창 청소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여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 정원에서 집안으로 들어간 여자의 비명이 들려온다. 이렇게 영화의 초반부터 사건이 벌어지고, 이를 토대로 심문을 받는 과정에, 사건이 있기 전 기억들이 순차적으로 배열된다.
영화 '리지'의 상영 등급이 청소년 관람 불가인 이유는 사건의 전개 과정에서 보이는 엽기적인 부분들 때문이다. 주검의 얼굴이 뭉개지도록 혐오와 분노를 표출한 범인은 이미 한 사람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얼굴에서 그 어떤 감정도 읽기 어려운, 무서울 정도의 침착함을 가진 '리지'는 가끔씩 주체할 수 없는 발작을 한다. 그녀는 대저택을 소유한 보든가의 차녀로, 평소 언니인 엠마에 비해 아버지 앤드류나 계모 에비와 충돌이 잦았다. 앞서, 정원에서 집으로 들어와, 아버지와 계모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한 것도 그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브리짓'... '브리짓'을 연기한 인물...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했더니, 조디 포스터 주연의 '패닉룸'에서 어린 딸로 나왔던 '크리스틴 스튜어트'다. 어린 시절 얼굴도 그대로지만, '패닉룸'에서 보던 그 또록또록하던 표정이 기억에 각인됐었던 것 같다.
대저택의 일들을 척척 해내는 브리짓이지만 이 집의 주인인 앤드류 보든 앞에서는 무력하다. 늙은 그의 손길에서 벗어나고 싶어도, 하녀 일을 계속하려면 그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그녀다.
이집의 두 딸들은 모두 노처녀인 채로 나이 들어가고, 그녀들의 눈에는 계모와 삼촌(계모와 남매간) 존이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이는 듯하다. 그 때문에 리지는 존을 전적으로 신임하는 아버지가 밉다.
리지에게 있어 존은 아버지 재산에 눈먼 사기꾼에 불과하다. 나중에 리지에게, 앤드류보다 에비를 먼저 죽인 이유를 넘겨짚는 장면을 보면, 그 또한 앤드류의 재산에 군침을 흘리고 있던 게 분명하다.
잔혹한 장면들이 많지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영화다. 실제 사건도 영화만큼 엽기적이었다고 하니 그 당시로서도 파장이 컸을 듯하다. 혼기가 넘어버린 딸들을 데리고 있으면서 그녀들과 얼마나 큰 갈등을 일으키며 살았을지... (실제로도 계모나 계부랑 같이 사는 경우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이, 친부나 친모가 자신보다 계부 또는 계모의 편에서만 대응할 때라고 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정리가 되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조금 뜻밖의 전개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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