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드릭 배크만 소설을 영화화 한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인생 후반에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되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소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오베라는 남자'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주제를 이 작품에서도 느껴볼 수 있다.
기분 좋아지는 스웨덴 영화, 브릿마리 여기 있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Britt-Marie Var Här)
(스웨덴 / 2019 제작, 2020 개봉)
원작: 브릿마리 여기 있다(프레드릭 배크만 소설)
감독: 튜바 노보트니
출연: 페닐라 어거스트(브릿마리), 안데르스 모슬링(스벤), 피터 하베르(켄트), 베라 비탈리(안나)
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6분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술술 잘 읽힌다. 그런데,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도 편하게 술술 지나간다. 스토리 전개가 복잡하거나 어렵지도 않다. 남편에게 실망한 브릿마리, 결혼반지를 빼놓고 집을 나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히려 변명하려는 남편의 입을 막아버린다.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이상하게도 볼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의 주인공 브릿마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도 영화 밖의 관객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 '인생이 뭐라고 생각하나?', '누구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가?' 등, 어쩌면 자신이 잃어버렸을 시간들에 대해 자신에게 묻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두에게 묻는다.
결벽에 가까울 정도로 집착하는 집안일은 그녀가 그것으로 하여금 자신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한 부분이었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게 완벽할 만큼 제자리에 잘 갖춰져 있어야 마음이 편했던 그녀, 그녀의 삶에 찾아든 사건은 그녀의 질서를 단박에 무너뜨려버린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 줄거리
영화의 오프닝은 집안일을 하다가 창밖을 보며 인생에 관해 묻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잘 정돈된 집, 할 일을 꼬박꼬박 노트하는 습관, 모든 것이 반듯하게 늘 제자리에 있어야 맘이 편한 브릿마리..
그때 남편 켄트가 돌아온다. 함께 밥을 먹지만 식탁에는 적막이 흐르고, 축구광 남편은 경기를 보기 위해 서둘러 식탁에서 일어선다. 그리고 남편의 셔츠에 코를 대고 낯선 냄새를 맡는 브릿마리... 베이킹소다가 묻힌 채 세탁기로 직행하는 셔츠..
아침이 되자 독일어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바삐 외출하는 켄트지만, 곧 그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는 전화를 받게 되는데.. 병실을 지키고 있는 것은 어이없게도 다른 여자였다. 늘 바쁜 남편 켄트, 출장이 잦았던 그의 옷에서 풍기던 낯선 냄새의 주인이 그곳에 있었던 것.
브릿마리는 그렇게 집을 떠나온다. 그리고 급히 일자리를 구하다보니 청소년센터 청소년지도사로 가게 된다. 축구 코치까지 겸해야만 하는 자리였다. 아무런 연관도 없는, 남편이 열광하던 그 지긋지긋하던 축구...
"오늘을 살자 브릿마리."
자신에게 용기를 주는 브릿마리.
"커피 한 잔 할래요?"
하며 스벤이 다가온다.
"집으로 돌아와줘 여보"
남편도 나타난다.
졸지에 두 남자 사이에 가로놓인 브릿마리. 스포츠센터 아이들을 캐어해야 하고, 축구 연습도 시켜야 하는데, 스포츠센터 관계자까지 와서 그녀를 방해한다. 코치 자격증이 없이는 대회에 절대 참석할 수 없다는 것. 그런데 스포츠센터 아이들은 지금 축구에 아주 목숨을 걸었다.
브릿마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선택들과 겹쳐오는 어린 시절의 불행... 당시에 프랑스에서 여름방학을 보낼 꿈으로 들떠 있던 시간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채 그녀의 마음은 시들어갔다. 그 후로 슬픔에 빠진 부모에게 인정받고자, 아니면 위로가 되고자 했던 행동들은 실망을 남겼고, 나중에 남편 켄트에게까지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었음을 그녀는 알게 된다.
그런 그녀가 이제 파리에 있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얻고자 함이다. 그녀의 쓸쓸한 독백이 이어진다. 다시 시작하는 건 언제라도 늦지 않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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