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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by 비르케 2023.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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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영화를 보았다. 제목을 보며, 노인에 관한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해 보기 시작했는데 뜻밖의 전개에 오히려 마음이 무작정 이끌리게 된 영화였다. 제목과 연관해,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두려운 게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No Country for Old Men, 2007)

감독: 에단 코엔 & 조엘 코엔

출연: 토미 리 존스(에드 톰 벨), 하비에르 바르뎀(안톤 시거), 조슈 브롤린(르웰린 모스), 켈리 맥도널드

장르: 범죄 스릴러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러닝타임: 122분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2008년 아카데미 오스카상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하비에르 바르뎀), 각본상 4개 부문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2007 새틀라이트 어워드(2개 부문), 뉴욕 비평가협회상(3개 부문), 2008 골든글로브(2개 부문), 2008 BAFTA (4개 부문), 2008 런던 비평가협회 영화 등에서 많은 상을 받았다. 그리고 2016년 BBC여론조사 결과 21세기 최고의 영화 100편 중 10위에 오르기도 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처음엔 노인 문제에 관한 영화인가 했으나 그보다는 어쩌면 극복이 어려운 현실을, 노인 입장에서 주인공 벨의 시각으로 바라보았다고 해야 할까, 제목과 내용을 어찌 연관 지을까 다소 불편해 번역상의 문제인가도 했지만 원제도 'No Country for Old Men'이다. 벨이 바라보는 현실은 그 어떤 경험과 연륜으로도 맞서 싸울 수 없는 불가역의 세상이다. 그 어떤 공포보다도 어쩌면 그러한 불가역적인 현실이 나이 든 사람을 더 위축하게 한다. (그렇게 이해하고 다시 제목을 봐도 역시나 잘 이해되지 않는 건.)

 

벨은 아버지를 따라 20대의 나이부터 보안관으로 일했다. 이제는 은퇴를 할 나이가 되었고, 나이만큼의 경험과 연륜에도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는 역부족임에 탄식한다. 결국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그가 퇴직을 하고 아내와 식탁에 마주 앉아 꿈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어딘지 무기력해 보이는 그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보안관으로 오래 일 했음에도, 그 정도면 악당 몇 정도는 때려눕히고 그들의 속을 간파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그래야 이런 류의 영화와 어울릴 것 같은데, 정작 벨은 범인의 뒤를 쫓을 뿐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피해자를 지켜내지도 못한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벨의 모습으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 속에서 사건이 펼쳐지고, 그 사건들 속에서 누군가 희생당하고, 생과 사가 엇갈리기도 한다.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줄거리

서부영화에 나올 법한 모자를 눌러쓴  어떤 사내가 사막에서 사냥을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르웰린. 그는 우연히 차들이 모여 있는 곳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곳에는 총에 맞은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다.

 

그중 한 곳에 총에 맞은 채로 죽어가는 한 사람이 있다. 물을 찾는다. 르웰린은 그에게 물은 없다고 말하며 총기를 챙기다가 돈이 가득 든 가방을 발견하게 되고, 그 가방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을 찾던 사람의 모습이 맘에 걸리는 르웰린, 결국 물통을 들고 어두운 밤 차를 몰아 현장을 다시 찾는다. 물을 찾던 이는 그새 숨이 넘어가 있고, 그때 일단의 무리들이 차를 몰아 그곳에 도착한다. 이제는 르웰린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다. 결국 차를 두고 현장에서 도망치는 르웰린.

 

 

 

차를 두고 왔기 때문에 악당들에게 곧 발각될 것을 우려한 르웰린은 아내부터 친정으로 보내고 자신도 차를 빌려 돈가방을 챙겨 도망치기 시작한다. 르웰린의 뒤를 쫓는 이는 살인마 '안톤 시거', 짐승을 살육할 때나 사용할 법한 무기로 사람도 자물쇠도 날려버리는 그다. 

 

눈빛마저 서늘한 안톤 시거 역을 맡은 하비에르 바르템의 표정들, 특히나 주유소 매점 주인을 농락하던 장면이 내게는 가장 압권이었다. 괜히 손님한테 말 한마디 건넸다가 말꼬리 잡히는 신세가 되어 덜덜 떨던 매점 주인, 긴장한 나머지 문을 닫아야겠다고 어설픈 변명을 하는데, 그마저도 껀수가 잡혀버린다. 결국 안톤 시거가 동전을 내밀며 앞면과 뒷면 중에 고르라고 하고, 그는 선택한다.

 

 

생사가 1/2 확률로 갈렸지만,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는다. 운 좋게 살아남은 이가 그 동전을 아무 생각 없이 받아 넣으려 하자 살인마가 말린다. 생명을 살린 행운의 동전을 다른 동전과 섞이게 하지 말라고. 내가 그 말을 듣는 상대방 입장이라고 해도 갑자기 동전에 감사의 절이라도 하게 될 것 같은 멘트다. 

 

다시 르웰린. 그는 아내를 친정에 보내고 묵을 곳을 바꿔가며 열심히 도망치지만 살인마 안톤 시거는 그를 금새 찾아버리곤 한다. 돈가방에 위치추적기가 달려 있었음을 나중에야 눈치챈 르웰린. 자신을 너무 믿은 것일까, 온갖 지략과 대범함으로 안톤 시거를 기꺼이 맞이하지만, 베트남 참전용사 따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한 안톤 시거. 두 사람의 대면.

 

무서운 영화들의 결말은 늘 어딘지 밍밍하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여운을 주는 것은 여전히 머릿속을 맴도는 제목과의 연관성 때문이다. 나름의 해석을 붙여보았지만, 그 연관성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을 해봐야만 될 것 같은 느낌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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