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여행은 마음이 더 설렌다.
스치는 풍경을 따라 유리창에 닿았다가 뒷편으로 흘러 사라지는 물방울들..
유리창에 왔다가 사라지는 기억의 편린들..
비 오는 날 버스 타고 하남에서 광주가는 길
요즘 차를 쓸 수 없어서 버스를 자주 이용한다.
이번에는 광주(경기도)에 갈 일이 있었다.
하남에서 광주까지 차로 20~30분 거리인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하니 한 시간이나 걸린다.
하남 BRT에서 광주를 경유하는 버스도 있지만, 하루에 운행하는 횟수도 손에 꼽고 까딱하다 부산 갈 수도 있어서 지도앱이 안내하는 대로 가기로 했다.
광주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서울 강동에 있는 상일초등학교 정류장까지 왔다.
지나만 다녔지, 이 학교를 자세히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말 낡았다 싶었는데, 그 앞 방음벽에 숫자 '100'이 눈에 띈다.
"100"
"since 1921"
...
설마 하고 찾아보니 정말로 1921년에 설립된 학교다.
이 자리에서 얼마나 많은 일이 일어나고 변화했을지를 상상하니 새삼 대단하다.
"슬기롭고 참되며 튼튼하게"라는 글씨도 눈에 들어온다.
강동과 하남은 바로 옆이라 여기까지 오는 버스도 서울시내처럼 자주 오가는 편이다.
광주 가는 빨간버스도 생각보다 자주 있다.
버스는 교통표지판에 '판교'라고 되어 있는 방향으로 빠져나가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간다.
(표지판에 있는 '판교'는 중부고속도로와의 갈림길에서 오른쪽 수도권 제1순환도로 따라 나가면 된다. )
버스 타는 것도 나름 재미가 들린다.
특히나 비 오는 날 이렇게 버스를 타는 일은 생각보다 참 낭만적이다.
조용히 내려앉은 풍경들을 보노라니 운전에만 집중해야 하는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광주에 도착해 일 보고 점심을 먹었다.
비 오는 날이라 찌개가 그럭저럭 먹을만 하다.
점심 메뉴로 코다리찜도 함께 곁들여 나왔다.
뼈가 바삭바삭해서 뼈까지 먹을 수 있게 만들었다. 꽤 별미다.
금세 일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비 오는 날 외출이라 좀 귀찮긴 했지만, 나서면 또 금세다.
상일IC 빠져나와 내릴 때가 됐다.
이층버스 이층이라서 일층으로 내려가기 위해 일어섰다가 사진 한 장 또 찍고..
비가 오니 사람이 없어서 사진 찍기는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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