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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사진 한 장 또 한 장

비 내리는 길 위에서

by 비르케 2021. 8.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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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길 위에서

 

차가 멈춘 사이, 사진 한 장 급히 찍어본다.

 

신호등 빨간 불빛을 받아 

붉게 산란하는 물방울들

빛이 머무는 영역까지 형체를 발현한다. 

 

비 내리는 날 생각나는 노래를 묻던 친구,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대답에

채은옥의 '빗물'이 던져졌다.

 

한참 잊혀졌던 노래, 그건 너무 늘어지지 않나.

아니, 최고의 감성이지..

네게만.

응, 내게만.

 

초록으로 바뀌는 순간 일시에 사라지는 붉은 자욱들

형체는 남고 색깔만 초록으로 바뀐다.

길어지며 허공으로 흩어지는 물방울들..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채은옥의 '빗물'이 파고든다. 

 

어딘가에 있을 그 친구는 

이런 날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떠올려줄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서

 

낭만주의 시인들은 왜 밤을 좋아했을까

 

"낭만주의 시인들은 왜 밤을 좋아했을까"

중간고사 기간 함께 밤을 지새우던 친구의 갑작스런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그때의 열정과 탐색과 때로는 무모함이 떠오르는 밤.

 

비 내리는 날 책에서 그때의 심상을 읽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Was traurig macht),

그 슬픈 것들 속에서 좋은 것 하나,

아이헨도르프를 끄집어내 본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와 '빗물' 만큼이나 

나는 아이헨도르프를, 친구는 아폴리네르를 사랑했다. 

 

오늘 비가 내리고 

채은옥의 '빗물'이 젖어들고

아폴리네르의 '미라보 다리 위에서'가 머리를 맴맴 돈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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