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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사랑이 눈뜰 때, 마음으로 다가가는 중년의 사랑

by 비르케 2021.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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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은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특별히 재미있다거나 감동적이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이 사랑, 두 주인공 모두 참 애달프다. 아마도 '데미 무어'라는 배우를 알고 있다면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일거라 생각된다. 

 

사랑이 눈뜰 때, 마음으로 다가가는 중년의 사랑

 

오랜만에 TV를 틀었다. TV는 거의 몇 달 만인데, 딱 맞춰 시작해주는 영화가 있었다. 멜로/로맨스 영화, 특히 이렇게 결말이 빤히 예측되는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데도, 순전히 데미 무어가 나와서 이 영화를 보게 됐다. 그녀의 역작 '사랑과 영혼'에서의 맑고 순수한 눈동자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한때는 배우 부르스 윌리스와 부부였던 적도 있지만, 이혼 후에 다시 16세 연하의 애쉬튼 커쳐와 재혼했다. 이 과정에 젊어지기 위해 전신성형을 불사했음에도 결과는 6년 만에 이혼, 그 후 심적 고통이 심해서인지 몰라보게 마르면서 급 노화가 진행됐다. 얼마나 상심했으면 저렇게까지 외모가 바뀌었을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스타 중에 한 명이다. 

 

 

사랑이 눈 뜰 때

(Blind : 2017제작, 2020년 8월 개봉)

감독: 마이클 메일러

주연: 알렉 볼드윈, 데미 무어, 딜란 맥더모트

러닝타임: 106분

 

 

 

영화 사랑이 눈뜰 때

 

작가였던 한 남자, 빌(알렉 볼드윈 분)의 서재... 자신이 운전하던 차에서 일어난 교통사고로 아내가 죽었다. 그리고 자신은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아내에게 자상한 남편이 아니었던 빌은 자동응답으로 녹음된 아내의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아내를 기억한다. 사고가 나던 날도 아내가 가고 싶어 하지 않던 파티에 억지로 데려가던 중이었다. 도중에 갑자기 어디선가 뛰어든 차...

 

아마도 그는 아내에게 잘 해주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을 많이 후회하고 있는 듯하다. 사흘 동안 툴툴거리기만 하니 힘들다는 아내의 목소리도 남겨져 있다. 오늘은 조금만 더 친절하게 대해줬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영화 사랑이 눈뜰 때

 

그런 그에게 어느 날부터 자원봉사자 수잔이 책을 읽어주러 방문한다. 그녀의 남편이 만든 불법자금이 그녀 명의의 계좌에 들어와 있었기 때문에 수잔은 감옥에 간 남편과 함께 형을 받았다. 위법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판단하에 사회봉사 100시간 명령을 받았고, 그렇게 빌에게로 배정되었다. 남편의 행위를 인지하지 못한 게 아니라 실상은 알고도 남편에게 협조했든지 최소한 묵인했다. 

 

 

영화 사랑이 눈뜰 때
영화 사랑이 눈뜰 때
영화 사랑이 눈뜰 때

 

그녀가 남편이 뭘 하고 다니든 묵인할 수 있었던 이유, 바로 남들과는 다른 화려한 삶 때문이었을 것이다. 엄청난 집에서, 큼직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반지에 고급 모피에... 데미 무어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긴 하다. 

 

 

 

영화 사랑이 눈뜰 때

 

빌과 수잔은 밤길을 걷다가 파리를 떠올린다. 두 사람 모두 파리에서의 삶을 꿈꿨지만, 살다 보니 그 꿈은 멀리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 여기서부터 서로 뭔가 끌리기 시작하고... 

 

수잔을 볼 수 없는 빌이 수잔을 감촉으로 느끼고, 수잔도 빌이 자신을 보는 방법을 따라 눈을 가린 채 빌을 보게 된다. 마음으로 다가가니 속수무책으로 가까워져버리고 만다.  

 

 

영화 사랑이 눈뜰 때

 

남편 마크의 친구 하워드의 사망으로 결국 모든 혐의가 취하되고, 수잔도 덩달아 사회봉사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워드의 죽음은 마크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 마크는 수잔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악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전부터 수잔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마크는 사람을 붙여 그녀의 뒤를 밟게 한다. 이제 수잔은 더 이상 빌을 만나러 갈 수도 없다. 거기다 마크는 수잔에게 자신을 떠나지 말라며 애원하는 눈길을 보내는데... 부부라는 게 뭔지, 그런 마크를 보며 빌과는 헤어질 각오를 다지는 수잔.

 

 

 

영화 사랑이 눈뜰 때

 

시간이 흘러 빌의 책이 출간된다. 그녀와의 사랑을 계기로 쓴 책이다. 그냥 조용히 '잘 됐다'하며 지나갔을 수 있었을 텐데, 딱 맞춰 남편 마크가 친구와 바람을 피운다. 이에 수잔은 마치 기다리기나 한 것처럼 모든 것을 내팽개치고 빌을 찾아 나선다. 재회는 좋지만, 그런 재회는...

 

이 영화를 보면서 '제인 에어'의 마지막 장면도 연상이 됐다. 제인이 로체스터와 재회하는 장면이다. 결혼 직전에 기이한 사건으로 헤어져버린 두 사람, 그 후 로체스터의 저택에 불이 나서 로체스터는 한쪽 눈을 잃고 나머지 눈마저 병으로 잃게 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제인이 조용히 로체스터의 집에 들어선다. 그리고 마실 것이었나 (오래돼서 그 부분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뭔가를 가져가던 하녀에게서 그것을 대신 받아 들고 로체스터에게로 다가간다. 이내 제인임을 알아차린 로체스터... 두 사람의 재회는 책을 읽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곤 했다.

 

영화 '사랑이 눈뜰 때', 이 영화의 재회는 프랑스 어딘가에서 이뤄진다. (프랑스어가 들린다.) 그들이 원하던 파리에서의 삶이 두 사람의 행복한 결말인 셈이다. 라스트 씬은 카메라를 줌 아웃으로 잡아 두 사람과 관객을 멀리 떨어뜨리는 느낌으로 마무리된다. 그러니 두 사람의 사랑에서 관객도 자동으로 줌 아웃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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