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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마음을 담아..

산책길 길고양이, 삶의 무게 고양이라고 다를까

by 비르케 2021.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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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 길고양이, 삶의 무게 고양이라고 다를까

 

엄마 따라가는 아기 고양이
어미를 따르는 아기 고양이

 

저녁 산책길에 길고양이들을 보았다.

어미 고양이가 앞서 걷고 새끼 고양이가 뒤를 따르고 있었다. 

어미 고양이는 새끼가 따라오든지 말든지 무심히 걷는다. 

 

인기척에 놀란 새끼 고양이가 어찌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다가

얼른 뒤돌아 풀숲으로 도망쳐버린다. 

 

사람을 너무 두려워하는 어린 고양이, 나도 모르게 풀숲을 내려다본다. 

 

 

사람을 경계하는 길고양이
두려운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새끼 고양이

 

풀숲으로 내려간 녀석 말고도 그곳에는 다른 녀석들이 함께 있었다. 

유독 아까 그 고양이만 안절부절 겁을 낸다.

 

여전히 경계하는 눈빛...

 

세상에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아이에게 대체 어떤 아픈 기억이 있었던 걸까.

어린 녀석의 눈빛에 맘이 참 서글퍼진다. 

 

 

 

길고양이 뒷모습
유유히 걷는 어미 고양이

 

홀로 걷는 어미 고양이는 새끼가 사라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모질게 보이는 뒷모습인데, 가만 보니 비쩍 말라 있다. 

 

새끼들에게 먹을 것을 다 내주고 기력이 다한 몸으로 어딘가를 향하는 어미 고양이를 보며,

어쩜 인간인 나보다도 더 복잡한 생을 살고 있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왠지 모를 경외감마저 든다.

 

모진 게 목숨이라는 말처럼, 태어난 게 죄라는 말처럼,

누군가에게는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너무 버겁다. 

그 주체가 고양이일지라도.

 

 

 

"때가 되면 쉬어야 하는 법, 저녁은 하루 중 가장 좋은 때입니다."

 

 

어스름이 내리는 시각, 어린 고양이들을 두고 밤길을 헤맬 어미 고양이를 생각하니

언젠가 읽었던 <남아있는 나날>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오른다.

 

소설에서는 인생의 저녁을 두고 한 말이었지만,

떠돌이 길고양이에게 쉬어야 할 때라는 건 대체 언제일지...

저녁은 길고양이에게 더 혹독한 시간의 시작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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