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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쑥손님 오고, 팅커벨은 날고

by 비르케 2023.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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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쑥을 캤나 보다. 5월 쑥까지는 먹는다고 하는데, 이제는 제법 자라서 꽤나 뻣뻣하다. 여린 쑥 찾다가 쑥에 붙은 뭔가를 발견했는데, 그게 '쑥손님'이란다. 쑥에는 쑥손님이 오고, 내 옷에는 '팅커벨'이라 불리는 동양하루살이가 붙어 있다.

손님 오고, 팅커벨은 날고

쑥 충영, 쑥에 불그스름한 혹이 생김, 벌레 알집

쑥에 작은 꽃봉오리같은 모양으로 불그스름한 뭔가가 달려 있다. 그걸 보고 엄마가 '쑥손님 왔다'고 했다. 꽃봉오리 비슷하지만, 벌레의 알집이라 한다. 속에 벌레의 알이 있다니, 쑥 뜯다 말고 기겁을 한다. 

 

 

쑥들과 함께 섞여 들풀들이 하늘거린다. 방글방글 웃고 있는 노란 들꽃 보다가 어느새 네잎 클로버를 찾고 있는 나. 집에도 말려놓은 네 잎 클로버가 두 개나 있는데, 풀숲에 들어서면 나도 모르게 또 찾게 된다. 그런데 아까부터 뭔가 자꾸 눈앞에 어른거린다.

 

 

동양하루살이

내 옷에 달랑 붙어 있는 팅커벨... 동양하루살이로도 불리지만, 팅커벨이 그나마 혐오감이 덜하기에 그 이름으로 부르고 싶어지는 녀석, 요새 한강변 골칫거리다. 식수원이라서 살충제 살포를 하지 못하니 서울, 남양주, 양평, 하남 등 한강 접경지역에서 개체수가 점점 더 늘고 있다. 눈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른어른 떼를 지어 날아다니고, 밤이면 불빛을 찾아 하얗게 건물을 뒤덮는다. 

 

 

팅커벨, 동양하루살이

이렇게 한 마리 정도야.. 헉, 눈알 굴리는거 보소.. 다리가 6개, 곤충 맞음. 날개 한 쌍, 더듬이 한 쌍, 몸통이 잠자리처럼 생겼지만, 그보다 한참 작다. 모기보다는 훨씬 크고, '깔따구'라고 불리는 녀석과 엇비슷하다. 다행히 모기 같은 해충은 아니고, 병을 옮기지도 않는다고 한다. 사진 찍는 동안 포즈 잘 취해주고 날아간 멋진 녀석.

 

 

 

쑥버무리

집에 돌아와, 골라가며 뜯은 여린쑥으로 엄마가 또 쑥버무리를 해주고 가셨다. 냉장고에 있던 콩도 넣으니 맛이 한층 고소하다. 쌀가루의 쫀득함과 쑥의 향긋함, 고소한 콩이 어우러져 봄의 최상의 맛을 선사한다. 

 

올해 쑥은 끝이지만 쑥버무리는 끝이 아니다. 데쳐서 냉동실에 쟁여둔 한 무더기 쑥이 또 있기 때문이다. 봄마다 공짜로 내려주는 자연의 선물, 아무 데서 캐도 그 누구도 뭐라 하지 않는 고마운 선물, 올해도 감사히 잘 챙겨서 먹어야겠다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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