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하루 또 하루/마음을 담아..

어제는 새 잡느라, 오늘은 커피콩 주워담느라

by 비르케 2023. 12. 9.
300x250

 

커피를 마시려고 커피 봉지를 잡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커피콩이 주방 바닥에 흩뿌려졌다. 

그냥 떨어뜨렸으면 이 정도는 아닐 텐데, 잡으려다 텐션이 가중되어 이 난리가 났다.

어제 산책길에 우리집 앵무새가 날아가버려서 새 잡느라 진을 뺐는데, 오늘은 커피콩이다.

어제는 새 잡느라, 오늘은 커피콩 주워담느라

바닥에 엎질러진 커피콩

이걸 언제 주워담나..

다시 먹을 거라서 빗자루를 들 수도 없고, 구석구석 일일이 집어 커피통에 담는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숫자를 세며 주우면 시간이 금세 갈까.

 

그러다가 노르웨이의 스릴러 영화 <스노우맨>을 떠올렸다.

영화 속에는 어린 소년이 등장한다.

그의 생부는 그의 존재를 숨기며 어쩌다 한 번씩 먹을 것을 들고 집을 찾는다.

모자가 굶어 죽지 않을 만큼만 베풀어지는 그 호의 뒤에는 어머니를 향한 커피콩 세례가 이어진다.

식탁에 놓여 있는 커피콩 담긴 그릇에서 커피콩을 집어 엄마에게 던지는 생부.

재수 없다 왕소금을 뿌려대는 것만 같은 장면이다.

바닥에 뿌려진 커피콩을 주워 든 소년은 그걸로 눈사람의 입을 만든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눈이 내리면 끔찍한 사건이 벌어진다.

재미있는 영화였는데, 생각하다 보니 금세 커피콩이 많이 모인다.

 

 

날개를 들고 있는 귀여운 앵무새

어제 있었던 끔찍한 일도 떠오른다.

겨울 날씨치고는 화창해서 우리집 앵이를 데리고 나갔는데 얘가 갑자기 날아서 하천옆으로 떨어졌다.

하도 순한 녀석이라서 날개 커팅을 안 해줘도 날아가는 일은 없었는데, 며칠 전부터 날개를 들썩거렸다.

품에 넣고 얼굴만 내놓고 있었는데, 그렇게 순식간에 날아올라 가버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창문옆에 앉은 앵무새

  창문에 앉아 밖을 보는 걸 좋아하는 녀석, 덕분에 생애 처음으로 멀리 날았다.

하천 둑에 떨어져 있는 걸 엉금엉금 내려가 잡으려는데, 겁먹어서 더 멀리 날아가버렸다. 

 

마른 덤불을 밟으며 다가가, 이리와 이리와 어르고 달래고... 

그래도 오래지 않아 내게로 한 발짝씩 다가와준 예쁜 앵아지. 

 

 

이런 생각 저런 생각하며 줍다 보니 다 주워 담았다. 

흩뿌려질 때는 많아 보이더니, 주워놓고 보니 별로 안 된다.

 

다 그렇지 않나...

벌여놓기는 많이 벌여도 실제 담는 건 얼마 안 된다. 

그래도 이렇게 담기는 걸 보며 보람을 느끼는 게 일상의 삶이 아닐까.

 

 

품에서 잠자는 코뉴어 앵무새

어제 잃어버릴 뻔한 울집 앵이가 잔다.

어제와 같은 일들이 쌓여, 나와 이 아이도 서로의 소중함을 더 알게 되는 것 같다.

 

하늘을 나는 까치라도 봤던 것일까.

어제처럼 돌발행동을 할 수 있으니 아무래도 윙컷을 해줘야 할까 보다.

꿈속에서라도 독수리가 되거라~~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