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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여행.. 산책..

여주 가볼만한 곳 여백서원 괴테마을

by 비르케 2024.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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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문학에 심취했던, 특히나 괴테 연구에 평생을 매진했던 전영애 교수님의 공간, 여주 여백서원에 다녀왔다. 강연이 있는 날이면 강연도 좋고, 잠시 둘러볼 수 있는 정원과 산책로가 잘 마련되어 있어서 그냥 시간을 보내기에도 더없이 좋은 장소다. 

여주 가볼 만한 곳 여백서원 괴테마을

여주 여백서원 여백제_전영애

여백서원 입구에 자리한 여백재의 모습. 여백서원의 본관이자, 전영애 교수님이 소장한 다양한 서적들이 보관되어 있는 곳이다. 매월 마지막 토요일(월마토)에 일반에 공개하고, 강연도 마련된다. 강연은 사전예약자에 한해서만 참석이 가능하다. 참고로, 5월에는 내부 사정으로 개방하지 않는다고 하니 방문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점을 고려해야 한다.

 

 

여백서원은 경기도 여주시 강천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영동고속도로 여주 IC, 또는 경강선 여주역에서 승용차로 20분 전후 거리에 있다. 걸은1리 마을회관 앞에서 좌회전한 후 곧바로 올라가면 안내해 주시는 분이 보인다. 입장은 오전 10시~오후 6시. 강연은 사전예약해야 하지만, 방문은 월마토 개방시간이라면 예약 없이 바로 입장 가능하다. 

 

 

여백제에 들어가기 전에 발길이 이끄는 대로 집마당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로 접어들었다. 이름하여 '괴테길'. 독일시들을 새긴 시비들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다. 오랜만에 보는 독일 시들에 마음이 마구마구 요동쳤다. 시란 게 이런 것이구나, 간만에 되새겨보는 독일어 어감이었다. 

 

- Bittgedanke, Dir Zu Füßen -
Stirb Früher als ich, um ein wenigesfrüher
Damit nicht du den weg zum haus allein zurückgehn mußt

 

 나보다 조금만 더 일찍 죽기를,

그로써 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홀로 가지 않아도 되게

 

'Bittgedanke, Dir zu Füssen'라는 제목의 '라이너 쿤체(Reiner Kunze)의 시인데, 짧으면서도 절절한 구절에 마음이 찡하다. 차마 남겨두고 갈 수 없는 인연이 있는 법. 나 없이 혼자 살아가기 힘든 사람, 아픈 자녀... 두고 떠나기에 마음이 놓이지 않는 대상들에 대한 애잔한 마음, 사랑이라는 단어로도 채워지지 않는 그런 감정들이 오롯이 느껴지는 시구다. 

 

 

괴테길을 따라 가며 독일 시들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옛 기억이, 옛 감정이 하나 둘 소환된다. 안내하시는 분이 그런 이유로 산책로 한 바퀴 돌고 들어가라고 했던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번 여백서원 방문은 친구가 함께 가자고 해서 미리부터 약속을 잡아두고 간 것이었다. 강연까지 듣고 올 요량이었지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 강연 사전예약을 몰라 아쉽게도 강연은 들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독일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와 같이라서, 독일 시 하나하나 찾아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들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드디어 여백재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전영애 교수님이 손수 쓰신 책들과 번역서들이 빼곡하게 놓여 있다. 역시나 학자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장소인데, 밖에도 안에도 사람들이 많다. 평생을 뭔가를 위해 바쳤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인가 보다. 자식과도 같은 자신의 저작물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나 보람되고 마음이 그득할까.

 

 

선생님의 서가보다 사실 더 욕심나는 공간... 잠시 방석에 앉아 때 이른 더위를 식혀보았다. 이런 곳에서 쉴 수 있도록 공간을 내주신 분의 너그러움이 느껴져 마음이 더더욱 편안해졌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얼굴을 간질간질 어루만지고 지나간다. 마음 한 자락에 여유를 주는 공간... 이름마저 여백재. 

 

 

여벽재에서 나와, 젊은 괴테의 집 지관서가로 이동했다. 연한 노란색으로 된 이층 건물이 자연 속에 어우러져 이 또한 특별한 느낌을 준다. 한쪽에 커다란 풍경이 달려 있어 바람에 댕강댕강거리며 맑은 소리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전영애 님의 저작물들과 함께 수많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낭독회와 강연 일정도 공지되어 있는데, 이미 지나간 낭독회에 보니, 오래 잊고 지냈던 이름들이 보인다. 게오르그 트라클, 프리드리히 횔더린, 파울 첼란, 잉게보르크 바흐만, 라이너 마리아 릴케... 기억 저편의 반가운 그 이름들. 다행히 내게 첼란의 시집은 있다. 1987년판 ㅎㅎ.

 

 

울집에 있는 my 첼란(1987년)

 

 

이곳에서 서동시집 초판본도 볼 수 있었다. 1819년 간행된 오래된 자료라서 유리를 통해 겉면만 보는 것이지만, 세계적인 대문호의 것이라 생각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사실 독문학 가운데서도 현대문학 쪽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인데, 이번 방문으로 고전주의로부터 슈투름운트드랑으로 이어지는 괴테의 작품들에 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괴테하우스 느낌의 방들이 있다. 괴테는 이곳에 와본 적이 없지만 마치 괴테의 집인듯한 느낌. 여기서  괴테의 문장들도 만날 수 있었다. 특히나 기억에 남는 두 문장을 기억에 새기며 이번 포스팅을 마친다. 

 

"젊은 시절에 소망한 것은 노년에 풍성하게 이루어진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어야 할 것, 뿌리와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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