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립박물관 2층 특별전시관에서는 '별서, 풍류와 아취의 공간'이라는 테마로 조선시대 이 고장에 세워진 별서와 관련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어지러운 속세를 벗어나 초야에 묻혔던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는 공간, 풍류와 멋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남양주시립박물관 특별전시- 별서, 풍류와 아취의 공간
남양주시립박물관 특별전시관에 전시된 조선시대 화가 이방운(1761~1815)의 '산재망성도'라는 그림이다. 그림의 중앙에는 한 선비의 별장이 있고, 그 안쪽으로는 책이 올려진 책상이 비친다. 하늘에는 이지러진 달도 보이고, 별도 떠 있다. 하루 중에서도 때가 밤임을 알 수 있다.
그림 오른쪽에는 두 선비가 술상을 마주하고 앉아 있다. 하늘을 보고 있는 것인지 별장 건너 어느 곳을 바라보는지 두 사람의 시선이 왼편을 향해 있다.
별서는 그런 공간이었다. 속세를 벗어나 자연과 벗하며 학문을 닦고 심신을 수양하던 곳이다. 또 멀리서 찾아온 벗과 술잔을 나누던 곳이기도 했다. 또한 노년에 관직에서 물러나 자연에 귀의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남양주시립박물관에서는 지난 11월부터 올해 4월 말에 걸쳐 '별서, 풍류와 아취의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특별전시를 하고 있다. 서울인 한양과 가까우면서도 뛰어난 자연 풍광을 가지고 있는 남양주는 조선시대 양반들의 별서로도 인기 있었다 한다.
각건정(김석주) / 일사정(김수증) / 가오별서(이유원) / 무진정(권반) / 간폭정(남용익) / 경백제(남용익) / 과지초당(김노경) / 영지서실-금류헌, 지사재, 함일당, 귀래정, 태극정, 정관재(이단상) / 고산별서-해민료, 명월정(윤선도) / 북계정사(이세백) / 삼산각(김창협) / 동회별서-기백당, 망모당, 창연당, 백운루, 청백당(신익성) / 대아당-이로정, 읍수정, 진일헌, 애일당(이덕형) / 백운루 / 몽오정(남이공) 등이 남양주에 자리했던 별서들이다.
추사 김정희의 아버지인 유당 김노경의 과지초당에 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었다. 지난번 실학박물관에 갔을 때, 청나라를 오가며 청의 학자들과 교류하고 신문물을 향유하던 학자들의 이야기를 즐겁게 감상하고 왔었는데, 그들 중에는 김정희도 있었다. 김정희는 스승인 박제가와 친분 있던 청의 학자들과 교류하며 청조학을 정리했다는데, 스승뿐 아니라 그의 아버지를 따라서도 청에 갔었던가 보다. (☞참고글 : 남양주시립박물관, 남양주의 인물들과 옛문화)
조선 후기에 이르러 청과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실학이 대두되면서, 그간 책상에서 책만 읽던 선비들의 마음 또한 여러 갈래로 갈라졌을 법하다. 마치 AI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삶처럼, 누군가에게는 따라가기 힘든 또 다른 세상이 아니었을까. 언제나 세상은 변하지만 누군가는 나아가고 누군가는 머물고 누군가는 좌절한다. 그러니 머물고자 하는 자는 나아가는 자를 얼마나 미워했을까. 조선 후기는 참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여러 모로 하게 된다. 그나마 실학자들이 이런 교류를 편하게 나누던 때는 정조 때가 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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