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실학박물관에서는 '연경의 우정'이라는 이름의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다. 1766년 담헌 홍대용을 시작으로, 조선과 청나라 지식인들이 나눈 우정을 통해, 젊은 그들의 신학문과 신문물에 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연경의 우정, 실학박물관에서 본 18~19세기의 젊은 그들
남양주시 조안면 정약용 생가에 갔다가, 맞은편에 '연경의 우정'이라 새겨진 현수막과 배너를 보게 되었다. 이 현수막과 배너가 없었다면 크게 눈에 띄지 않을 건물, 그곳이 우리나라에 유일하다는 '실학박물관'이었다. '연경의 우정'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전시인데, 원래는 2월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3월 26일(일)까지 연장돼 있었다.
18~19세기는 한중 지식인 교류가 절정을 이루던 시기였다고 한다. 조선 후기 청나라의 수도인 연경(현재의 북경)에 사신으로 갔던 연행사들은 당시의 신문물과 신문화를 동경했다. 연경의 고서점가가 즐비했던 '유리창 거리'에는 이제껏 듣도보지도 못했던 신물결이 넘쳐흘렀다. 조선의 사신들은 유리창 거리에 들러 책을 접하고, 거기서 청나라 지식인들과 만남을 가지며 새로운 세상을 보았다. 그리고 고향으로 돌아온 이후로도 그 만남의 끈을 이어갔다.
전시는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만남의 공간, 연경 유리창'은 앞서 서술한 유리창 거리에 관한 내용이다. 2부 '홍대용과 엄성의 천애지기'는 1766년 33살의 나이에 연행사로 처음 연경에 갔던 홍대용이 엄성과 그 벗들을 만나게 되고 그 이후로도 편지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나눈 이야기다. 3부 '북학파의 시, 중국에 알려지다'는 북학파 중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 이서구 네 사람의 시가 중국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4부 '한류의 선봉 초정 박제가'. 박제가는 조선 후기 실학자 가운데 중국을 가장 많이 다녀온 인물로, 모두 네 차례에 걸쳐 중국에 다녀왔다고 한다. 연행사가 되면 몇 달에 걸쳐서 중국에 있다 오기 때문에 당시로서 박제가 이상의 국제적인 인물은 없었던 듯하다. 그는 청나라의 수많은 지식인, 명사들과 우정을 이어나갔다.
5부 '추사 김정희, 60일의 여정과 교유'에서는 추사 김정희가 자신의 스승인 박제가와 친분 있던 사람들을 중국에서 만나, 이를 계기로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청조학' 연구의 일인자가 될 수 있었던 부분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6부 19세기 청조 문인과 조선'에서는 한·중간 서로 말할 때의 언어는 다르지만, 한자를 통해, 그리고 같은 문화권의 학문과 문화를 통해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부분에 관해 다루고 있다.
한·중 교류에 관한 작은 전시이긴 하지만, 그 속에서 18~19세기 신문화와 만났을 당시의 젊은 실학자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공자왈 맹자왈 하며 당파싸움만 일삼던 세상에서, 새로운 학문인 실학을 부르짖는 외로운 싸움을 하던 이들 중에는 박제가처럼 서얼 출신도 있었다.
청나라의 신문물을 접하고 많은 유명인사들과도 교류했으며 후학양성에도 힘썼지만, 그들이 보던 그 새로운 세상이 당시 사회에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을지 생각해보면 참 힘들었겠다 싶다. 실제로 정조는 박지원을 불러 앉혀두고 그의 과감한 사회 풍자에 대해 질책한 적도 있었다. 그들의 새로운 비전이 미운 게 아니라, 사회적인 분위기를 의식한 행동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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