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키키 키린을 영화에서 처음 본 것은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에서다.
단팥빵에 들어갈 단팥을 정성스레 고던 그녀의 모습이 영화 속 배경인 벚꽃 풍경과 함께 기억에 남아 있다.
그녀가 깊이 인상에 남는 이유는, 영화마다 소녀 같은 해맑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 듯한 그녀 특유의 달관한 표정들.
<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에서는 정성스런 단팥을 만들던 그녀가, 병으로 인해 결국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못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그녀가 하고 있었던 것은 연기이기도 했지만, 더불어 현실이 아니었을까 생각도 든다.
그로부터 몇년 후 그녀가 실제로 암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지난번 두 번에 걸쳐 < 어느 가족 >을 포스팅 했다.
키키 키린은 이 영화에서 갈 곳 없던 오사무와 노부요, 그들이 길에서 데려온 아이들까지를 모두 자신의 집에 받아준다.
또, 의붓아들의 가출한 딸도 받아들여 친손녀처럼 함께 지낸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 가족이 바닷가에 놀러 갔을 때, 해변에서 놀고 있는 그들을 바라보며 그녀가 나직이 인사를 한다.
다들 고마웠노라고.
어쩌면 그 말은 그녀가 우리 모두에게 한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 대사는 실제로 대본에 없던 것이었다고 하니.
영화가 개봉된 2018년, 키키 키린은 세상을 떠났다.
'어느 가족'을 포스팅 하면서 그녀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영화 관련 또 한 번의 포스팅을 했다.
보고 또 봐도 참 아름다운 사람이다.
일본 노배우 중에 이런 사람 또 있을까?
- R.I.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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