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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원덕역 배경의 단막 드라마, TV문학관- 겨울 대합실

by 비르케 2022.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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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드라마에는 굳이 드러내려는 의도가 없었던 수많은 그 시절만의 것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경의중앙선 전철역이 들어서기 전, 원래 있던 원덕역 주변을 배경으로 한 TV문학관 '겨울 대합실'을 본다. 고 김자옥 님의 모습도 함께 본다. 

 

원덕역 배경의 단막 드라마, TV문학관- 겨울 대합실

80년대 옛 원덕역의 모습
옛 원덕역

원덕역은 1940년 배차간이역으로 준공되었다. 지금의 경의중앙선이 있기 이전에 무궁화호, 통일호 등의 일반열차가 다니던 역이었다. 2009년 중앙선이 복선전철화 되면서 더 이상 일반열차는 정차하지 않게 되었고 옛 역사(사진)도 철거되었다.


TV문학관- 겨울대합실

1984년 작

출연: 김성겸, 김자옥, 김일란, 안해숙, 황범식, 이원종, 임혁주 등

 

어깨에 커다란 자루를 걸머쥔 만복이 역에서 나와 길을 걷는다. 역 앞이 휑하다. 원덕역이 있는 양평은 지금도 때 묻지 않은 곳이지만 그때는 더 아무것도 없어 보인다. 집이 있는 동네까지 이렇게 걷는데, 정작 역세권보다 집이 있는 쪽에 더 번화한 장소들이 있다. 가상의 공간인 것인지 지금과는 많이 달라 보인다. 

 

 

동네 어귀에 있는 점방 주인이 만복을 반갑게 맞이한다. 장사는 잘 됐는지 묻자, 만복이 대답한다. 언제는 돈 벌자고 이 짓 했나.. 그 말에 점방 주인은 의아해한다. 아직까지도 집 나간 아내를 찾아 천지를 떠도는 만복이 답답하다. 벌써 24년이다. 소주에 라면을 달라는 만복.

 

전선이 너울너울 드리워진 허름한 점방 안, 뒤쪽에 기억 속의 물건이 보인다. 껌을 진열하던 껌통이다. 방긋 웃고 있는 태양의 모습을 한 롯데제과 마크도 그때의 추억을 소환한다. 이런 잔재미가 있어 자꾸만 화면을 눈여겨 보게 되는 TV문학관이다.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런 번화한 곳도 존재한다. 영어와 한글이 혼용된 간판이 붙어 있고 외국 군인들이 오간다. 이른바 기지촌이다. 80년대 음악 '빌리진', '고스트버스터즈'가 들려오는 이곳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20대의 한 여자가 건달들에게 쫓기고 있다. 도망을 가다가 만복의 집으로 다짜고짜 뛰어드는 그녀.

 

고인이 된 김자옥 씨다. 언제나 여성스러운 맑은 음성과 사슴 같은 눈빛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대배우가 이 드라마에서 콩난이(콩밭에서 낳았다고 그런 이름을 붙였다 한다. 한자로는 콩두(豆) 자를 써서 '두란'이라나..)를 연기한다. 양색시(내지는 양공주)로 일하고 있어 또 다른 이름도 있다. 티나 정.

 

그녀는 노름쟁이 아버지 때문에 어릴 적부터 고생하다가 고향을 떠나왔지만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고향이 어디냐는 만복의 말에 새삼 고향을 떠올린다. 

 

 

쉰이 넘은 나이, 아내를 찾아 24년을 방황하던 만복의 가슴에 그녀는 불을 지피고 간다. 폭탄 제대로 안겨주고, 아들이 준 돈다발까지 들고 떠나버리는 그녀.

 

이렇게 좁은 동네에서는 튀어봤자 벼룩이다. 원덕역에서 만나는 두 사람... 만복은 조막만 한 그녀의 얼굴에다 주먹을 들이댄다. 떠나버린 아내에 대한 분노와 더불어 뭔가 일을 벌일 것 같은 모습... 화가 난 것도 같고, 결의에 찬 것도 같은 김성겸 배우의 표정이 참 묵직하다. 

 

김자옥 님 보면서, 어릴 적에 빨간 매니큐어, 빨간 립스틱 바른 엄마들 이모들 생각을 마구 했다. 이제는 그분들 많이 늙으셨지만 아직도 빨간색 참 좋아하신다. 빨간색이 유달리 잘 어울리는 김자옥님 보니 그 세대 분들이 빨강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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