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 글..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 일본 에도시대를 이해하기 좋은 책

by 비르케 2024. 3. 12.
300x250
일본 전통 그림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에도시대 전체를 이해하기에 좋은 책,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세속적 성격의 우키요에를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가감 없이 볼 수 있고, 해학 가득하고 때로 매우 감성적이기도 한 우키요에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 일본 에도시대를 이해하기 좋은 책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우키요에(浮世繪)는 '우키요(浮世:부세-속세)'+'에(繪:회-그림)'가 조합되어 만들어진 단어로, 에도시대에 발달했던 일본미술의 한 장르를 지칭한다.

 

에도는 일본의 오랜 전국시대를 평정한 3인방 중에 마지막 인물,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거점으로 삼았던 곳, 지금의 도쿄 일대이다. 당시의 수도는 교토였고, 이후로도 오랫동안 덴노(일본천왕)는 그곳에 상주했지만, 바쿠후(막부정권)를 이끌어가는 실제 권력자 쇼군은 에도를 거점으로 점차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켰다.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에도를 중심으로 문화가 번성하면서, 권력자들의 공간인 유곽이나 가부키 극장이 우키요에의 소재가 되었다. 기녀나 가부키 배우, 관광명소 등이 판화로 제작되어 일상생활 속으로 밀접하게 다가왔기 때문에, 우키요에는 더 대중적인 그림으로 사랑을 받았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서양에서 들여온 물감을 통해 더욱 강렬한 색채를 표현해 낼 수 있었다.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_에시, 호리시, 스리시

우키요에의 제작은, 그림을 그리는 '에시', 목판에 새기는 '호리시', 호리시가 만든 목판에 물감을 발라 찍어내는 '스리시'가 함께 담당했다. 

 

우키요에는 판화의 형태라서 여러 장을 한꺼번에 찍어낼 수 있고 대중과 밀접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벽에 거는 그림에서부터 물건을 싸는 포장지까지 두루 사용되었기에, 대량생산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고, 이로써 제작 기술도 나날이 발전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 일본 역사의 이런저런 배경도 흥미롭게 보게 된다. 가부키 배우들의 모습이 우키요에의 소재로 자주 다루어졌기 때문에 가부키에 관한 내용도 있는데, 가부키 배우들이 남성들로만 이뤄지게 된 이유도 알 수 있었다.

 

처음 가부키는 여성 무용수들의 춤과 노래 위주의 공연(온나 가부키)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노골적인 내용을 다루기도 하고 종종 매춘을 겸하기도 해서 도쿠가와 바쿠후에 의해 금지당했다.

 

그 이후, 12~15세 미소년을 내세운 '와카슈가부키'가 등장했다. 당시 사무라이 세계에서는 남색문화가 발달해 있어서, 미소년들을 둘러싸고 칼부림 사건이 이어졌기에 이 또한 전면 금지되었다. 그 이후 성인 남자들로만 이뤄진 가부키가 명맥을 이어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가쓰시카 호구사이_수박도

'후가쿠 36경'으로 유명한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이런 그림도 이 책을 통해 보게 된다. 일본 회화의 느낌이 잘 살아 있는 '수박도'다.

 

줄에 걸어 말려둔 수박껍질의 모습으로 그림의 구도를 세로로 길게 연출했다. 일본의 가옥에는 세로로 긴 그림을 주로 걸어두는 '도코노마(床の間)'라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서 이런 구도의 그림들이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기타가와 우타마로와 고바야시 기요치카의 미인도도 본다. 옛날 미인도라고 하면 정면에서의 그림에 주로 익숙한데, 이런 구도의 미인도는 정말 특이하고 아름답다. 목덜미에 분을 바르는 여인과 난간에 기대 불꽃놀이를 구경하는 여인의 뒷모습을 통해 우키요에만의 미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기타가와 우타마로 - 후쿠주

 

기타가와 우타마로의 '후쿠주'라는 작품 또한 인상적이다. 방에서 막 나온 듯 보이는 여성을 누군가 방문 사이로 붙잡는다. 방안의 여성은 신체 일부가 그림자로, 나머지 일부는 그림자가 아닌 실제의 모습으로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1974~75년경 작품으로, 일본 그림인데 영국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은 서양 그림들

 

일본의 개항과 함께 서양의 문화가 일본에 유입되었지만, 일본의 문화 또한 서양으로 흘러들어가 '자포니즘(Japonisme)'을 형성했다. 일본의 우키요에는 서양 화가들에게 또 다른 세계의 영감을 주었다. 우키요에를 자신의 미술세계에 구현한 화가들의 그림도 이 책을 통해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유혹하는 그림, 우키요에

책 한 권에 펼쳐진 우키요에 미술관
우키요에로 꿈꾸는 여행, 사랑 그리고 발칙한 아름다움

 

이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부분, 연대별로 작가들의 활동 시기를 묶어서 정리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 같았다. 스승이 수제자에게 자신의 이름을 물려주던 우키요에의 관습에 관해 책에 언급되어 있는데, 그 때문에도 화가들마다 비슷한 이름들이 많다. 상당히 헷갈린다. 책의 뒤표지에 있는 화가들의 이름만이라도 기억해보려 한다. 이미 너무나도 유명한 가쓰시카 호쿠사이를 비롯해 5명이다. 

 

우키요에의 원조이자 우키요에 판화의 대표작가 히시카와 모로노부,
드뷔시에게 예술적 영감을 준 그림에 미친 천재 가쓰시카 호쿠사이,
풍경 판화의 거장 우타가와 히로시게,
배우의 내면까지 그림에 담아내는 비밀스런 화가 도슈샤이 샤라쿠,
가장 농염한 미인화를 그려낸 기타가와 무타마로.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