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관련된 일본 소설을 두 번째로 본다. 처음은 마리 유키코의 '이사'라는 책이었다. 이사와 관련된 괴담을 담은 소설이다. 이번에 '이상한 집'은 이상한 평면을 가지고 있는 어느 집에 관한 이야기다. 두 이야기 모두 오컬트적 요소를 '집'이라는 공간에 잘 담았다.
이상한 집 vs 이사, 집에 관한 괴담을 담은 일본 소설
마리 유키코의 '이사'와 우케쓰의 '이상한 집'에는 이른바 '(부동산) 사고물건'이 등장한다. 다 똑같이 생긴 아파트도, 전에 살던 사람이 고독사했다거나 범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이웃으로부터 듣게 된다면 무서울 텐데, 단독주택이라면, 그리고 그 주택에 알 수 없는 공간이 존재한다면 이런저런 상상이 발목을 잡을 것이다.
마리 유키고의 '이사' 속 여섯 개 이야기 중 하나는 이렇다. 자신이 새로 이사 온 집에, 전에 범죄자가 살았음을 알게 된 주인공이 이사에 들어갔던 수많은 비용(일본은 이사비가 상상을 초월한다고)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고자 알아보는 과정에 사고를 당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 소름이 돋을 수 있다.
그 소름이라는 게, 무서워서이기도 하지만, 더운 여름 좁은 곳에 갇혀서 나올 수가 없이, 땀에, 어둠에, 벌레에, 공포에, 이어지는 오랜 환상에... 이 작가가 '이야미스('싫다'는 의미의 '이야다'와 미스터리의 결합)'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를 알 것 같은 장면들에서 기인한 반응이다. 이미 잘 알고 있는 자신의 집에 비해, 아직 아무것도 파악하지 못한 낯선 곳에서의 사고에 관한 이야기는 사람을 꽤 긴장하게 한다.
'이상한 집'은 어느 오컬트 전문 작가의 집요한 추적으로, 그 이상한 공간에 얽힌 사연이 드러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이 책은 일본의 호러, 오컬트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인 '우케쓰'라는 사람이 썼는데, 이미 이 이야기는 그의 유튜브를 통해 일본 내에 널리 알려졌고, 우리나라 크리에이터들에 의해서도 재구성되어 영상콘텐츠로 제작된 바 있다.
집을 사려고 부동산 정보를 모으던 사람이 드디어 맘에 드는 집을 발견하게 되지만, 그 집에는 이해되지 않는 공간이 존재한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오컬트 전문 작가에게 상담을 해오고, 작중 화자인 그 작가는 다시 건축설계사인 지인의 도움을 받아 이 공간을 파헤쳐 간다.
책이 4장으로 나뉘어 있어서 '이사'에서 처럼 짧은 이야기들이 묶인 형태인 줄 알았는데, 모두 연결된 이야기다. 다만 사건과 관련해 시대가 쇼와시대(1926~1989)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집안의 비밀스러운 내력과 연관된 사건인 것이다.
아주 찐한 호러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두 작품 다 추천하지 않는다. '소름 끼친다'라든가, '오늘밤 잠을 이루지 못 할지도 모른다'라는 책소개는 잊어버리는 게 좋다. 그냥 그런 정도의 미적지근한, 심심할 때 읽으면 딱 좋을 그런 정도의 오컬트다. 술술 잘 읽힌다. 무서운 걸 원한다면 아마도 책보다는 유튜브 콘텐츠로 접하는 편이 더 나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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