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외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한국식 설거지'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해서 그 글이 다음 메인에 오른 적이 있다. 제목부터 거부감 느낄 수 있는 주제였다. 당시에 외국에 있으면서 그쪽 설거지 방식을 보며 느낀 점을 적었고, 설거지법도 비교해 보았었다.
주방세제 사용 방법 & 외국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한국식 설거지
사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서양인들은 싱크볼에 세제를 풀어서 거품을 낸 다음 그릇을 담가두었다가 닦아내는 방식의 설거지를 한다. 대부분 한번 더 헹구고 닦느냐, 그냥 그대로 행주로 닦아내느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처음엔 그들의 설거지 문화가 위생적이지 못하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한국인 엄마가 아이들 관련해 학교행사에 참여했다가 설거지를 맡게 되었고, 자신이 설거지를 마친 그릇들을 다른 엄마(현지인)가 다시 헹구는 모습을 보게 되어 너무도 화가 났다는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흐르는 물로 뽀득뽀득 닦아내는 한국식 설거지만큼 더 깨끗하게 할 것도 아니면서 남이 한 설거지를 다시 했다니, 그런 무례한 짓을 설마 대놓고 했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우리네 입장에서 그들의 설거지 방식이 위생적이지 못하다 생각하는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말간 물로 뽀득뽀득 닦아내지 않아서다. 그런데 그들의 입장에서 우리의 설거지 방식이 맘에 들지 않는 것은, 세제를 직접 그릇에 발라 흐르는 물에 그대로 씻어내는 행동 때문임을 알게 됐다.
주방세제를 그릇에 바로 묻힐 거라면 꽤나 많은 물로, 오래오래 정성들여 씻어내야 한다. 하지만 날마다 하는 일을 우리의 손은 그렇게 오래오래 정성들여 하지 않는다. 무심코 씻어 건져지는 그릇들에 세제가 많이 남았다고 느껴, 아이들이 사용할 것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같은 문화면 지나칠 일이었겠지만, 문화가 다르다 보니 서로의 눈에 띄게 되는 부분이다.
그때로부터 세월이 많이 지났다. 그때에 비해 사람들은 훨씬 풍족해졌고, 잘 먹고 잘 사는 일에 더 관심이 많아졌다. 개중에는 올바른 설거지법에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환경이나 건강을 위해 세제를 최소한만 사용하려는 의지에서다. 최근 들어서는 전기세, 가스비에 이어 수도세도 오를 예정이라, 이제는 외국에서 본 그네들처럼 정말로 물을 아껴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주방세제 사용기준과 사용 방법
올바른 설거지 방법은 각자가 판단할 몫이지만, 주방세제 뒷면을 보면 주방세제를 사용함에 있어서도 나름의 사용기준과 사용방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제마다 공통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부분이 표준 사용량이다.
제품에 따라, 물 1리터당 1㎖ / 1.5㎖ / 2㎖ 등으로 사용량을 표기하고 있다. 물에 세제를 희석해서 쓰라고 되어 있지는 않지만, 물 1리터당 한번 펌핑 정도니까 농도로 보면 생각보다 옅은 양이다.
헹구는 방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식기류는 5초 이상 씻고, 흐르지 않는 물을 사용할 때에는 물을 교환하여 2회 이상 씻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과일이나 야채는 세척제 용액에 5분 이상 담가두지 말라고도 되어 있다.
외국 주방세제 사이트에도 들어가 보았다. 그곳에서는 오염도에 따라, 물 5리터당 2~5㎖(약 1 티스푼) 주방세제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아예 물을 받아서 사용할 경우를 염두에 두고 용량을 표기한 듯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판매되는 같은 제품인데, 우리나라에는 우리나라식 사용방법을, 자국에는 자국 방식의 사용방법을 표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주방세제는 적합성 테스트를 거치기 때문에 화학성분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한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사용방법에 맞게 사용해 건강도 챙기고 물도 아끼면 좋을 것 같다. 세제를 듬뿍 바르고 물을 콸콸 틀어 씻어내는 설거지법은 정말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거품을 많이 내서 개운하게 씻고 싶더라도 환경을 생각해 정해진 양을 준수하는 게 좋겠다.
어느 주방세제 회사에서 추천하는 설거지법
주방세제를 제조하는 어느 독일 회사 사이트에서 '설거지하는 방법'에 대한 안내도 읽어본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간과하기 쉬운 부분도 있다.
- 설거지 전에는 그릇에 남아 있는 음식을 먼저 따로 버린다. 이렇게 하면 세척이 간편하고, 배수구가 막힐 일도 방지하며, 하수구로 벌레가 유입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 설거지는 되도록 씽크볼이나 설거지통을 이용한다. 수돗물을 직접 틀어 헹구는 것은 더 많은 물과 에너지, 세제를 사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 따뜻한 물에 세제를 풀어준 후, 씻을 그릇을 담근다. 유리잔처럼 오염이 덜 되거나 깨지기 쉬운 식기부터 먼저 세척해 준다. 오염이 많은 그릇은 되도록 함께 담그지 말고, 다른 그릇을 씻어낸 후 맨 나중에 씻어준다.
위에서 언급한 주방세제 회사의 조언대로 설거지통을 써보기로 했다. 설거지통이지만, 최종적으로 씻어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는 그릇이기도 하다. 설거지통을 사용해 보니 정말 많은 물이 절약됐다.
사진에 있다시피 계란 삶아 담가두었던 물, 쌀 씻은 물, 야채 씻은 물 등을 모았다가 애벌 설거지를 하고, 그릇을 헹군 깨끗한 물을 다시 여러 용도로 재사용할 수도 있었다. 재사용뿐 아니라 삼중으로도 사용이 가능했다. 허드렛물까지 아낄 수 있어서, 물도 아끼고 웰빙라이프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실천하고 있는 분들도 많으실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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