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 시간(Ernste Stunde)
- 라이너 마리아 릴케 -
지금 세상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은
이유 없이 세상에서 울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우는 것이다
지금 이 밤중에 웃고 있는 사람은
이유 없이 밤중에 웃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웃는 것이다
지금 세상 어딘가를 걷고 있는 사람은
이유 없이 걷고 있는 사람은
나에게로 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죽어가는 사람은
이유 없이 세상에서 죽어가는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Ernste Stunde
Wer jetzt weint irgendwo in der Welt,
ohne Grund weint in der Welt,
weint über mich.
Wer jetzt lacht irgendwo in der Nacht,
ohne Grund lacht in der Nacht,
lacht mich aus.
Wer jetzt geht irgendwo in der Welt,
ohne Grund geht in der Welt,
geht zu mir.
Wer jetzt stirbt irgendwo in der Welt,
ohne Grund stirbt in der Welt:
sieht mich an.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 1875~1926)의 시, '진지한 시간(Ernste Stunde)'은 그가 25세였던 1900년에 지어졌다.
세상 어딘가에서 울고 웃는 사람들은 나로 인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나에게로 걸어오는 사람,
심지어 죽어가면서도 나를 바라보는 사람...
그러니 여기서의 '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라, 종교적 절대자일 가능성이 크다.
죽어가는 이가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애절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살려주세요." 하는.
릴케의 시는 종종 종교적 색채를 풍기는데, 그에게 있어서 신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찾게 되는 친근한 신일지도 모른다.
"달님, 저를 좀 도와주세요."
힘든 일이 있을 때 길을 걷다가, 하늘에 말갛게 뜬 달님에게 부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이 시에서 '나'로 표현된 자아 또한 그런 비슷한 대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엄숙한 시간' 또는 '진지한 시간', Ernste Stunde.
굳이 영어로 바꾸자면, The serious time 정도 될 것 같은 이 시의 제목은 그런 이유로 엄숙하다. 진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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