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재산권 침해로 부당하게 이득을 챙기는 대상들을 제재하고자 시작된 음악저작권연맹의 은밀한 프로젝트
-저작권 보호를 명분으로 대형음악교실에 잠입한 스파이
-스파이가 연주하는 라부카
지적재산권 침해와 음악 :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
연예인인가 싶을 정도로 잘 생긴 외모에, 어딘지 폐쇄적인 성격. 인간관계에도 그리 익숙지 않은 다치바나. 밤마다 불면으로 고통을 받던 그에게 어느 날 첼로를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리고 첼로의 향연 속에 그의 잠은 점차 편안하고 깊어진다.
일본 음악저작권 연맹 직원인 다치바나. 그에게 어느 날 갑작스러운 밀명이 전달된다. 회사가 준비하고 있는 소송을 위해 대형음악학원인 마카사 음악교실에 잠입해 저작권 침해 증거를 수집하는 임무다.
2년에 걸친 회사의 비밀 프로젝트를 떠맡게 된 다치바나가 음악교실에서 배우게 될 악기는 다름 아닌 첼로. 어린 시절 8년간 첼로를 배웠던 경험을 입사지원서에 써놓았던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로 인해 내키지 않는 첼로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으니.
갑자기 시야가 크게 흔들렸고 옆의 벽돌담에 달린 첼로 교실 간판만 눈에 깊이 새겨졌다.
첼로와 연관해, 다치바나에게는 어린 시절 납치를 당할 뻔했던 나쁜 기억이 있다. 그날 범인들은 유복해 보이는 집의 어린아이를 먹잇감으로 지목했다. 사실은 부잣집 아들도 아니었고 할아버지의 권유로 첼로를 시작했을 뿐이다.
첼로는 어린아이가 메고 다니기에 눈에 띄는 게 사실이었을 테니 범인들이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어린 다치바나를 납치하려던 범인들은 아이가 메고 있던 첼로가 차에 부딪히는 바람에 어이없게도 작전에 실패한 채 달아나버린다.
그 일로 인해 할아버지는 가족들의 원망을 사게 되고 가족 간 분란으로까지 번졌다. 첼로는 할아버지에 의해 부서진 채 다치바나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런 불편한 기억과 함께 그만둔 첼로를, 실로 당황스러운 프로젝트와 함께 다시 품에 안게 된 것이다.
악기에 닿으면 흠집이 나니까 펜은 빼주세요.
마카사 음악교실에서 첼로강사 아사바와의 첫 만남. 첫날부터 다치바나는 계획대로 현장 녹음을 시도한다. 그러다가 아사바가 다치바나의 셔츠 가슴주머니에 꽂아둔 볼펜형 녹음기를 가리키는 바람에 목덜미가 서늘해진다. 악기에 흠집이 날까 봐 펜을 빼달라는 아사바의 부탁이었다.
스물아홉의 첼로 강사 아사바는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을 나온 수재로, 교향악단 콘서트마스터와 싸우는 바람에 오케스트라 입단에 실패한 채 학원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첼로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크고 실력도 있지만 출세의 길에는 오르지 못한 인물이다. 아사바에게 새롭게 첼로를 배우며 다치바나는 차츰차츰 첼로에 대한 열정을 키워간다.
그렇게 첼로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 다치바나는 비로소 편안한 잠을 잠을 잘 수 있게 된다. 또한 마카사 음악 교실에 다니면서 알게 된 다른 수강생들과 교류하며 처음으로 삶의 활력을 느끼게 되었다. 수면장애 따위는 잊어버릴 정도로.
볼펜을 뽑을 때 다치바나의 양복 가슴주머니에서 뭔가가 같이 빠져나왔다. 그것은 작고 딱딱한 소리와 함께 레슨실 바닥에 떨어졌다.... 아사바가 그걸 주우려고 몸을 구부렸을 때, 배치는 불타듯이 빛났다. 이 로고마크는 유명하다. 조금이라도 세상 돌아가는 일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본 적이 있을 터였다.
무려 2년에 걸친 스파이 행각이 들통나던 날까지 다치바나는 대의를 위해 거짓을 행한 자신의 행동에 전혀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수면장애는 다시 그를 괴롭히고, 음악에 대한 열정 가득한 이들을 저버린 데 대한 자책감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이 책은 아단 미오의 첫 장편소설로, ◆2023 서점대상 2위◆ 오야부 하루히코상◆ 미라이야 소설대상 1위에 올랐다. 음악 저작권을 놓고 벌이는 회사들 간의 법적 갈등과 첼로를 통한 두 인물의 따뜻한 인간미가 대비되는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제목인 '라부카를 위한 소나타'는 다치바나가 아사바의 권유로 발표회 때 연주한 곡의 이름이다. 라부카는 못생긴 심해어를 뜻하는 단어로,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오래전 영화 '전율하는 라부카'의 주인공 스파이의 별명이다. 참고로, 이 책 속 음악이나 영화, 작곡가는 모두가 가상의 설정이라 세상에 없는 것들이다. 그러니 검색해도 안 나온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제외하고는.
내용면에서 다소 진부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지적재산권 침해 현장의 증거를 확보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정의감도, 지적재산권 보호라는 명분하에 음악에 씌워진 허울에 대해서도 양쪽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이다.
☆라떼 이야기 → 캐롤이 사라진 크리스마스는 정말정말정말.... 삭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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