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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재미없는듯 재미있는 독일어권 영화드라마

한해 마지막 날 한 사람을 위한 만찬, 독일 질베스터 클래식 디너 포 원(Dinner for One) 60주년

by 비르케 2023.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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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너 포원(Dinner for One)이라는 오래된 영화가 있다. 18분짜리 짧은 스케치 코미디로, 등장인물은 늙은 귀부인과 늙은 집사, 그리고 해설을 맡은 한 사람. 새해 마지막 날(질베스터) 유독 이 작품에 열광하는 독일에서는 디너 포 원  60주년 기념쇼도 마련되었다.

한해 마지막 날  한 사람을 위한 만찬, 독일 질베스터 클래식 디너 포 원(Dinner for One) 60주년

디너 포원(Dinner for One)
한 사람을 위한 만찬 (Dinner For One) -1963년

 

 출연 

프레디 프린튼(Freddie Frinton - 집사 제임스)

메이 워든(May Warden - 미스 소피)

하인츠 파이퍼(Heinz Piper - 해설)

 

 

클래식이란 세월이 가도 그 진가가 빛나는 작품을 이르는 말이다. 독일인들에게 디너 포 원(Dinner for One)이 바로 그런 작품이다. '디너 포 원'은 '90세 생일'이라는 다른 제목으로도 알려져 있다.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인 '미스 소피'의 90살 생일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담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독일에서는 '질베스터(Silvester)'라 불리는 한해 마지막 날 이 영화를 온종일 여러 채널을 통해 방영한다. 불꽃놀이와 더불어 질베스터에 빠질 수 없는 머스트왓치(must watch)인 셈이다.  

 

1962년 영국 작가가 극본을 쓰고 영국 코미디언 두 사람이 연기해 1963년 독일어로 녹음된 후 인기를 얻기 시작했으니, 독일에서는 이 스케치가 60주년을 맞이했다. 당시 이 작품의 녹음을 맡았던 독일TV방송사 노르트도이춰룬트풍크트(Norddeutscher Rundfunkt: NDR)에서는, 오늘밤 디너 포 원 60주년을 축하하는 기념쇼를 마련했고, 해가 바뀌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더 이 작품을 볼 수 있도록 밤 11시 40분에도 재방영한다. 


한 사람을 위한 만찬, 디너 포 원(Dinner for One)

디너 포 원 : 한 사람을 위한 만찬 (Dinner For One) 

 90번째 생일을 맞은 미스 소피는 여느 때처럼 이번에도 소중한 이들을 집에 불러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다. 오래전부터 해마다 이 만찬에 초대되는 이들은, 토비 경, 슈나이더 제독, 미스터 폼로이, 미스터 윈터보텀 네 사람이다.  

 

사실 이 만찬에 초대받은 네 사람은 이미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만찬에 초대되었고, 그 네 사람을 대신해 한 사람이 그 모두의 역할을 한다. 집사 제임스다. 자신이 평생 모시던 자신의 마담을 위한 충직한 마음에서다. 

 

만찬에 쓰일 음식도 이미 마련했다. 멀리거토니 수프- 북해 대구요리 - 치킨 - 과일, 순서대로 4가지 코스를 제공할 예정이며, 각 코스에 맞춰 술도 마련되어 있다. 미스 소피의 주문에 따라, 셰리와인 - 화이트 와인 - 샴페인 - 포트와인이 코스별 음식에 맞춰 제공된다. 

 

 

 

제임스는 집사로서 식탁을 돌며 토비 경, 슈나이더 제독, 미스터 폼로이, 미스터 윈터보텀의 잔을 채운다. 그런 다음, 이번에는 집사가 아닌 토비 경이 되어 미스 소피와 건배를 하고 담소를 한다. 다음으로 슈나이더 제독이 되고, 미스터 폼로이, 미스터 윈터보텀이 된다. 각각의 손님이 되어 건배를 하고 술을 마신 덕분에 제임스의 스텝은 점점 꼬이고 몸짓도 휘청휘청... 웃지 않을 수 없다. 

 

캐릭터에 맞춰, 토비 경에게는 몇 마디 담소도 손수 건네고, 건배를 할 때 "스칼(스콜)!"을 외치는 슈나이더 제독의 독특한 제스처를 흉내내기도 한다. 힘없는 늙은 집사에게는 힘든 모션이지만, 미스 소피가 원하니 그 또한 한다. 

 

"작년과 똑같이 할까요?"

제임스의 물음에, 미스 소피는 늘 같은 대답을 한다.

 

"매년 똑같아요. 제임스."

 

처음에는 깍듯하고 절도있는 태도로 만찬을 제공하던 제임스가 나중에는 술에 절어 무너지는 모습이 어찌나 웃긴지, 매년 보는 작품인데도 매년 웃게 된다. 누군가를 위해 만찬을 제공하고 그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해줄 수 있는 제임스 같은 사람이라면, 무너지고 넘어지고 심지어 술에 취해 꽃병의 물을 마셔도 마냥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거의 해마다 이 스케치를 보다 보니 나의 한해도 매년 이 작품을 보며 지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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