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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분노, 스위스 여성의 권리 찾기를 다룬 영화

by 비르케 2022. 1.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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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고 여기는 지금의 권리가 당연한 게 아니던 때가 있었다. 그 권리를 얻는 대가로 수많은 사람의 희생과 노고가 뒤따랐다. 위로부터의 탄압보다 대중들의 편견과 몰이해가 가장 큰 적일 때도 있었다. 영화, 거룩한 분노에서 당연한 권리를 찾기 위한 당당한 그녀들을 본다.

 

거룩한 분노, 스위스 여성의 권리 찾기를 다룬 영화

 

거룩한 분노(The Divine Order)

원제: Die göttliche Ordnung

감독: 페트라 비온디나 볼페(Petra Biondina Volpe)

출시 개봉: 2017년 3월

관람 등급: 12세 

러닝타임: 96분

출연: 마리 로이엔베르거(노라 역), 막시밀리안 지모니쉐크(한스 역), 라헬 브라운슈바이크(테레즈 역) 등

 

 

영화의 배경

영화 '거룩한 분노'는 1971년 스위스 여성운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여성 참정권에 있어 단연 선두적이었던 뉴질랜드의 경우 1893년 처음으로 여성에게 투표권이 부여된 반면,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스위스에서는 1971년에야 비로소 여성들에게 참정권이 부여됐다.

 

"전 해방될 필요가 없어요"

 

여성운동가 한 명이 다가와 여성해방운동에 동참할 것을 권유하자 주인공인 노라가 한 말이다. 노라 입장에서는 자신을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이 있으며 스스로 아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생각했기에 자랑스럽게 그런 말을 했을 것이다.

 

 

 

노라의 말에, 그 여성운동가는 당신같은 여자들 때문에 진전이 없는 거라며 화를 낸다. 그게 행복이라고 안위하며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여성들 때문에 온종일 열 받았음을 그녀가 내뱉는 분노로 짐작할 수 있다.

 

감독이 일부러 의도했을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주인공의 이름이 최초 페미니즘 작품으로 일컬어지는 희곡, '인형의 집' 여주인공의 이름과 같다. 노르웨이 작가 '입센'에 의해 쓰인 '인형의 집'은 1879년에 나온 작품이니, 거의 100년 전 다른 나라 여성의 자주적 삶에 관한 고찰과 논란이 스위스에서는 그제야 반향을 일으킨 셈이다. 

 

거룩한 분노 한 장면
노라가 낯설게 느껴지는 가족들

노라가 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이 몹시도 낯선 가족들, 노라의 심경 변화를 가족들도 느끼고 있다. 노라가 가족들에게 선언한다. 앞으로 자기 그릇은 각자 스스로 닦으라고. 남편 한스가 부재중에 일어난 일이라, 시아버지는 '니가 남편이 없다고 이래?' 하는 눈빛이고, 아이들은 엄마가 서운하다. 그중에 큰애가 말한다.

 

"남자(Bürger)인데요?"

 

'Bürger'라는 단어는 시민을 뜻한다. 당시 스위스에서는 남성에게만 투표권이 있었으므로 남성을 가리키는 단어이기도 하다. 남자로 태어난 것이 하나의 특권처럼 여겨지던 사회였으니 어린 아들의 입에서도 이런 표현이 나온다.

 

 

 

거룩한 분노 줄거리 일부

스위스 어느 시골 마을에서 남편과 두 아들, 그리고 시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 노라, 어느 날 그녀는 집안일을 하다가 신문에서 구인광고 하나를 발견한다. 여행사에서 일할 여성을 구하고 있다. 다시 일을 시작하고 싶은 그녀, 남편 한스에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데, 남편은 가볍게 받아들이며 그녀의 말을 일축시켜버린다. 지루하면 아기 하나 더 만들어 준다면서.

 

그날은 웃고 말았지만, 이 일을 계기로 노라는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남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때마침 길에서 여성운동가들을 만나게 된다. 전단지를 나눠주며 여성해방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거기에다 대고 노라는 "저는 해방될 필요가 없어요."라고 답하고 만다. 그 말에 화를 내는 여성운동가의 모습을 보며, 해방 같은 단어가 필요 없을 만큼 자신은 주체적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에 귀기울이는 테레즈

마을에는 남편의 형님네도 함께 산다. 동서지간인 테레즈 또한 노라와 마찬가지로 하루 온종일 집안일에 바쁘다. 테레즈는 딸 한나가 행실이 바르지 못해 동네 웃음꺼리가 되자 외출을 못 하게 집안에 감금해놓고 있다. 그저 사랑을 하는 것뿐인데 너무 한다며, 노라는 자신이 나서서 한나와 이 사태를 해결해보고자 한다.

 

집을 벗어나자 한나는 기다렸다는 듯 남자친구와 도망가버리고, 결국 실망한 부모에 의해 나중에 소년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 과정에 한나는 아버지에게 제대로 반기 한 번 못 들고 쥐어사는 엄마 테레즈를 외면해 버린다. 그러자 그제야 테레즈는 자신에게도 뭔가 문제가 있음을 깨닫게 된다.

 

 

 

노라와 브로니

노라와 테레즈, 여기에 또 한 명의 여성 브로니도 나이는 많지만 자신이 젊었을 때부터 생각했던 여성문제에 대해 의견을 함께 한다. 브로니는 남편과 함께 40년간 '배런 주점'이라는 이름의 술집을 운영했다. 그런데 결국 남편 때문에 가게가 남의 손에 넘어간다. '배런 주점'을 새로 인수받은 이탈리아 여인 '그루지엘라'가 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해, 주점을 당분간 여성들의 아지트로 제공한다. 

 

마침 노라의 남편 한스는 2주간 병역의무(넷플릭스에서는 '예비군 훈련'으로 번역함)를 위해 집을 떠나 있다. 그는 아내인 노라를 향해 재취업은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아놓고 갔다. '다른 남자들과 있는 게 싫다', '아내에게 돈을 벌어오게 하면 남들이 뭐라고 하겠냐' 등, 지금 시대에는 공감제로인 이유들을 늘어놓기만 할 뿐 정작 2주간 지낼 가족들의 생활비는 아주 빠듯하게 놓고 간다. 노라는 남편이 돌아오기 전까지 할 일이 너무도 많다. 

 

1971년 스위스 여성 해방 운동

 

거룩한 분노- 예고편

 

 

★거룩한 분노,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볼 때 간혹 번역 부분이 아쉬울 때가 있다. 이 영화의 번역은 다 좋은데 딱 한 단어가 상당히 거슬린다. 그런 표현을 터부시한다기 보다, 현실적으로 그런 표현을 쓰는 사람이 적다. (최근에 유명하신 분이 죽어가던 이 단어에 날개를 달아준 것 같기도 하지만) 실제로 요새 아이들은 그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사어(死語)가 되어가고 있다.

 

더군다나 여성해방론자라고 하는 사람들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올 것 같지도 않고, 나온다고 해도 수많은 여성들에게 받아들여질 것 같지도 않다. 원어는 지극히 평범한 단어인데,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모욕적인 단어가 되어버리니 그 부분이 못내 아쉽다. 더군다나 관람 등급이 12세다. 다 된 밥에 콧물 빠뜨린다고, 이렇게 좋은 영화에... 아쉬움이 남지 않을 수가 없다. 구체적인 단어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보는 분들이 더 잘 느끼게 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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