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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마..

1987년 보통사람의 꿈, 영화 < 보통사람 >

by 비르케 202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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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정세를 한 단어로 정의하라고 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가 있다. '독재', '민주화', '인권탄압', '고문', '행방불명', '변사', '안기부' 등등. 올림픽이 예정되어 있었고 여전히 고도성장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그 시대를 돌아보며 우선 느끼게 되는 것은 독재와 폭압에서 비롯된 암울함이다. 

 

1987년대 보통사람의 꿈, 영화 < 보통사람 >

 

영화 < 보통사람 > - 시대적 배경

 

군사정권을 이어받아 계엄령까지 선포하며 권좌에 올랐던 대통령 전두환은 재임 기간 내내 민중을 탄압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묵살했다. 그러나 탄압의 강도가 높아지는 만큼 민중의 반발도 거세져갔다. 야권의 힘이 강해지고 개헌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으나 전두환 정권은 1987년 끝내 호헌(현재의 헌법을 옹호함) 입장을 발표했다. 그즈음 있었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과 맞물려 분노가 극에 달한 민중들이 결국 들고일어났다.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부르짖은 6월 항쟁이 그것이다. 

 

'보통사람'이라는 표현은 다음해에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이양받은 노태우 대통령이 군사정권의 이미지를 벗고자 '보통사람들의 위대한 시대를 열겠다'면서 강조했던 표현이다. '보통사람'이라는 말이 두고두고 그 시대의 화두였다. 

 

영화 < 보통사람 >의 시간적 배경은, 개헌 요구로 인해 혼란스럽던 1987년 봄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중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자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던 발바리(성폭행범) 사건을 마치 연쇄 성폭행 사건인 것처럼 둔갑시키는 과정에 주인공인 강력계 형사 강성진이 개입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에 의한 고문과 폭압으로 단순 사건의 무기력한 범인이 당대 희대의 이슈 한복판에 놓일 수 있도록 자백을 강요받는다. 그 당시 스포츠나 성 오락문화도 비슷한 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영화 <보통사람> 줄거리

 

영화 보통사람_바나나 우유를 아들에게 건네는 강성진

 

영화 <보통사람>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좀더 좋은 집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싶었던 가난한 형사 강성진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그에게는 아픈 손가락이 있다. 다리가 불편해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아들 민국이다. 검정 비닐봉지에 담긴 바나나우유를 건네며 누가 밀면 함께 밀치고, 때리면 맞받아치라는 말에 민국이 답한다.

 

"가만히 있어야 빨리 끝나요."

 

바나나는 노랗지 않다. 바나나우유는 노란색으로 바나나를 가장했을 뿐이다. 1980년대 당시 바나나는 아무나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비쌌기 때문에 흰색이었다면 아마도 바나나우유를 어필하기가 더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가짜가 진짜 같고, 진짜가 가짜 같은 세상이었다.

 

 

 

영화 보통사람_귀한 바나나를 가족에게 주고 껍질을 갉아먼근 성진

 

어느 날 성진은 드디어 집에 바나나를 사들고 들어간다. 바나나 껍질에 뭐 먹을 게 남아있다고, 몸이 불편한 아들과 청각장애가 있는 아내에게 바나나를 양보하고 자신은 껍데기를 긁어먹는다. 가족에게 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해 보이는 착한 가장이 그다. 

 

 

 

 

영화 보통사람_공작정치에 쓰일 일급비밀

 

그러나 집을 벗어나 밖에서 비치는 그의 모습은 완전히 딴판이다. 발바리(성폭행범)를 빨리 잡아들이라는 상부 지시에 따라 무고해 보이는 사람 하나 끌고 와 누명을 씌워 폭행하고 자백을 강요하면서도 한 점 연민도 없다. 그런 성진에게 안기부 실장 최규남이 다가와 거절하기 힘든 제안을 한다. 그렇게 성진은 안기부의 계략에 휘말려 인생역전을 꿈꾸며 권력의 끄나풀이 되고 만다.

 

 

 

영화 보통사람_아들 기살리는 새차

 

그들의 잔악한 공작정치에 쉽사리 동조하게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들 민국 때문이었다. 그들이 아들의 다리를 치료해준다고 했기 때문이다. 돈뭉치를 손에 거머쥐고 그 시절 잘나가던 코란도를 탄 성진은 아들에게 달려가 아들을 차에 태운채 학교 운동장 한가운데 내려준 다음, 아들을 괴롭히던 아이에게 엄포를 놓는다. 딱 거기까지 행복했었나 보다. 그들에게 바치지 말아야 할 것까지 다 바치고서야 성진은 정신을 차린다. 

 

 

 

 

 

 

바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은 바로 둘도 없이 친하게 지내던 추재진 기자.. 자유일보 기자인 그는 성진에게 안기부의 공작에 동조하지 말 것을 여러 번 충고했다. 성진이 붙들고 있는 가짜 발바리가 아닌 진짜 발바리의 실체까지 보여주며 성진을 설득했지만, 성진은 세상 어떤 것을 주고도 살 수 없던 소중한 그를 적들에게 밀고한다. 설마 그들이 추기자를 죽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한 채. 그렇게 추기자에 이어 그의 가족도 평범하게 살고자 했던 그를 보통사람으로 남겨두지 않는다. 

 

 

 

영화 보통사람_악연 성진과 규남

 

"세상은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 그렇게 보이도록 만들 뿐이지."

 

안기부 실장 규남이 했던 말이 세월이 지나 실제가 되어 있다. 안기부는 없어졌지만 규남은 건재하다. 민국의 말대로 가만히 있었더라면 빨리 끝났을 그런 게임이었던가. '오냐오냐 해줬더니 밥상 위에 올라오려 하는 똥개'에다 성진을 비유했던 규남과 '밥상 위에 올라가 맘껏 짖어보고 싶었던 똥개' 성진의 30년 만의 조우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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