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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8년간 구독한 신문을 끊은 이유

by 비르케 2019.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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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년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줄기차게 오던 신문인데, 최근에 구독을 해지했다. 요즘 같은 세상에도 신문을 보는 사람이 있느냐는 주변의 질책 아닌 질책에도 불구하고, 한때는 하루 두 시간씩 신문을 공들여 본 적도 있다.

 

신문을 펼치면 미처 알지 못했던 온갖 이야기들이 활자로 줄을 지어 내게로 달려든다. 스마트폰에서 나를 맞이하는 온갖 기사와 별다를 리 없을 것 같아도, 신문에서 내게 달려드는 것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이슈거리들만이 아니다. 귀를 막아도 들려오는 복잡하고 다난한 정치판은 제쳐두고라도, 경제 관련 훌륭한 분석들, 새로 등장한 문화 관련 이슈들, 신생 학설이나 용어들, 미려하고 정돈된 문장, 확고한 논평... 생각나는 대로만 떠올려보아도 내가 왜 그동안 신문을 놓지 못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딱히 편중되어 구독을 원했던 신문이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손안에 쏙 들어오는 베를리너판이라 넘겨보기 편하단 이유로 한 신문만을 그렇게나 오래 보게 되었다.

 

가끔 집을 비울 때는 빈집이라는 게 알려지는 게 싫어서 일일이 보급소에 전화를 걸어 신문을 투입하지 말아 달라 부탁을 해야 했고, 이사라도 갈 때면 새로운 보급소와 연결하느라 보름 가까이 신문은 못 받고 구독료만 지불한 적도 있었다. 우기면 구독료를 깎을 수도 있었겠지만, 우기지 않아도 될 만큼 비싸지 않은 신문이니 그럴 필요마저도 없다.

 

최근에는 신문 배달 사고가 자주 났다. 조간신문인데 어떤 때는 대낮에 던져졌고 그나마도 안 오는 날이 간간이 있었다. 보급센터에서 사과 문자를 보낼 때면 인력난이 이리도 심한 건가 싶어서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곤 했었다. 그러다 결정적으로 신문을 끊게 된 계기는, 신문이 더 이상 현관 앞까지 배달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신문을 우편함에 넣겠다는 안내문

 

마침 구독 의무 기간도 다가왔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에는 신문을 끊어야지 생각했다. 그동안 내가 신문을 끊지 못했던 건 신문사 영업사원의 간곡한 만류를 뿌리치지 못했던 이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장기 구독하던 분이 끊으면 누가 신문을 보겠어요." 하는 애절한 부탁에다, 거의 미안해질 정도의 조건으로 신문 구독 연장을 권하는 영업사원에게 밀려, 이년 더, 일 년 더 하다가 결국 8년간 신문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저층 아파트에 산다면 운동이다 생각하고 아침마다 계단으로 오르락내리락 신문을 가지러 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우리집은 고층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아침마다 신문을 가지러 부스스한 채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곳에서 사람들과 마주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단단히 의식에 중무장을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구독 연장은 하지 않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이상하다, 구독 해지도 전화 한 통으로 끝이고, 그 이후로 연장하라는 영업사원들의 전화도 일절 없다. 정말로 이런 적은 없었는데 의아할 따름이다. 구독 마감 날짜에 딱 맞춰 신문은 더 이상 오지 않는다. 왜일까 생각이 많아지게 되는 요즘이다.

 


 

새벽을 여는 사람들

아침마다 문 앞에 놓인 신문을 가져오면서 가끔은 생각했다. '요새 같은 세상에도 이렇게 이른 시각에 배달을 하는 사람이 있긴 있구나.'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일이 힘든 나로서는 새벽부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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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이 늦게 배달된 날

아침에 이런 문자를 받았다. 벌써 몇 년간 이 신문을 구독중인데, 최근 들어 조간인 이 신문이 오후에 던져지는 일이 잦았다. 어차피 신문이란 게 신속성 면에서는 제 기능을 하지 못 한지 오래라, 언성을 높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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