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이 갑자기 안 나오게 된 지 한 달이 다되어 간다. 전원을 누르면 불은 들어오는데, 화면도 안 보이고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TV를 켤 일이 거의 없다 보니 고장이 난 건 어쩜 한참 오래되었을 수도 있다.
요새는 물건을 자주 바꾸는 사람들이 많지만, 예전엔 10년 정도는 버틸 수 있는 내구성이 가전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기도 했다. 집에 있는 냉장고 두 대 중 오래된 게 14년째로 우리집에서 가장 오래된 것 같고, 그다음이 이번에 고장난 TV다. 2011년 생산되었으니 올해로 8년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예전 브라운관 TV에 비해 요새 TV들은 수명이 더 짧다고 한다.
AS를 접수하고 드디어 출장기사님이 방문해주셨다. 메인보드가 나갔다고 한다. 메인보드가 나갔다는 한 마디에, 비용이 꽤 나가겠단 느낌이 팍 왔다. 역시나 20만원이 넘는 수리 비용이 들어간다고 한다.
일단 생각해보기로 했다. 출장비가 아까워 20만원 정도의 수리비를 부담할 일은 아닌 것 같았다. 설령 메인보드를 갈더라도 언젠가 또 전원부가 고장날 수 있고, 액정에 이상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새로 사는 편이 더 낫겠단 생각이 들었다. 같은 사양의 TV를 아직도 판매 중인가 검색해 보았다.
구입한 지가 오래되어서 당시의 구입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지금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이 가격은 리퍼 기준이다. 굳이 또 같은 모델을 리퍼로 사고 싶은 생각도 없지만, 메인보드를 새로 가는 것 보다야 나을 것 같다.
이 TV를 살때 3D 개념이 텔레비전에 처음 도입이 되어서 3D용 안경까지 붙어 왔던 기억이 난다. 원래는 4개를 제공했지만, 2개 더 추가해 총 6개를 받았다. 그런데 3D라기보다 어른어른하고 답답하기만 해서 아이들 눈이 나빠질까 걱정되어 어디다 치워버렸던 기억도 난다. 리퍼에도 '3D'라는 글씨가 부각되어 있다.
세월은 흘러 이제껏 내가 보던 기존 LED에서 OLED/QLED 세상이 되었고, 화면의 해상도도 FullHD에서 나아가 UHD시대가 되었으며, 그마저도 4K시대를 지나 8K로 진화하고 있다. 화면의 모습도 커브를 도입해 최대한의 화각을 구현 중이다.
견물생심이라고, 가전 판매장을 둘러보게 된다면 아마도 나를 잡아끄는 멋진 TV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TV 전시장은 색채나 화질, 디자인 면에서 정말 화려함의 극치다. 애써 외면할 필요 없이 맘에 드는 걸로 하나 들여와 또 그 녀석과 10년을 기약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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