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이 끝물에 접어들었다. 한창일 때는 잘 익은 걸 고르기 위해 이것저것 두들겨보았는데, 수박이 지금처럼 끝물일 때는 잘 익은 것보다 너무 많이 익지 않은 걸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끝물인 수박 한 통을 구매하면서 과일코너 직원분이 알려주는 팁을 들어보았다.
수박 끝물, 맛있는 수박 고르기
한여름 무더위를 식혀주던 고마운 수박이 이제는 끝물이다. 잘 익은 수박 하나 골라달라고 직원분에게 부탁했더니, 수박이 끝물일 때는 잘 익은 걸 고르는 게 아니라 한다. 오히려 "너무 익지 않은 게 좋은 수박"이라는 것이다. 수박이 한창 익고 있을 무렵이 무더위가 절정인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끝물 수박은 너무 빨리, 과하게 익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한다.
수박 고르는 팁도 알려줬다. 수박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분'이라고 한다. 포도나 곶감 표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세한 하얀 가루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 같은 전염병 시국에 사람끼리 서로 악수는 안 하더라도 수박만큼은 이 사람 저 사람 두들겨보고 만져보고 산다. 분이 과연 남아있기나 할까 하며 보니 그중에 그래도 흰 가루가 더 많은 게 몇몇 보였다. 그렇게 직원분이 올려든 수박을 카트에 담았다.
이제껏 수박은 즐기지 않아 잘 안 샀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집에 수험생이 있다 보니 먹고 싶다고 해서 자주 사게 된다. 먹다 보니 저절로 한여름 수박 맛에 중독이 된 듯도 하다. 남들은 두드려도 보고 돌려서 이쪽저쪽 살펴도 보는 수박이건만, 매번 대충 눈대중으로만 고르다가, 다른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수박 잘 고르는 방법에 관한 정보도 접하게 된다.
"초록색이 진하고 무늬가 선명해야 맛있다는데..."
"배꼽이 작은 게 좋아."
"두드렸을 때 통통, 이렇게 맑은 소리가 나는 게 좋은 거야."
배꼽이 작아야 그 배꼽 안쪽으로 섬유질이 적어서 수박이 질기지 않다고 하는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두드렸을 때 '통통' 소리는 올해 수박을 많이 골라봤더니 조금은 감이 온다. 손가락 마디보다는 손바닥으로 두들기는 게 더 잘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통통', 참 애매한 표현이긴 하지만.
직원분이 골라준 수박이다. 포스팅 하려고 예쁘게 잘 잘라보려 했건만, 수박이 큰 것인지 칼이 작은 것인지, 중간에 안 잘린 부분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양손으로 잡고 뜯어내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모양은 그렇다 치고, 수박이 정말 잘 익었다. 맛도 좋다.
먹기 좋게 깍둑썰기한 수박은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는다. 한동안은 더운 열기가 가시지 않을 테니 여름 마지막을 시원하게 식혀줄 올해 마지막 수박이 될 것 같다. 이제 수박은 내년에나 먹게 될 것 같다. 연일 비가 내리니 맛도 맛이거니와 수박 값이 너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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