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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풍경8

눈밭에 첫 발자국 남기기 눈 그친 지 이틀 만에 산책을 나섰다. 영하 16도의 혹한, 20년 만의 추위라니.. 이런 추위에 누가 돌아다닐까 싶지만..눈길은 내게 '지각'이라 한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을 처음으로 밟고 싶다면,다른 사람보다 부지런해야 한다고. 눈밭에 첫 발자국 남기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났다. 길 끝 모서리까지 발자국으로 가득하다. 못내 서운하던 참에, 앗, 저건 .. 나처럼 눈밭에 첫발자국을 남기고 싶었던 것일까.. 호숫가에서 얼음의 두께를 가늠해 보았을까.. 갈까 말까 망설였을까.. 여러 번 문지른 발자국이 그곳에 머물었음을 말한다. 언젠가 얼음이 툭 꺼지는 걸 바로 옆에서 본 적이 있는 나는, 이렇게 얼어 있는 호수를 저벅저벅 걸어나갈 수 없다. 그러니 얼음 위를 걸었을 이 사람, "인정.. 2021. 1. 9.
해거름의 위례강변길 하남에는 '하남위례길' 네 개의 코스가 있다. 그중에 두 개는 한강변을 끼고 있다. 하남위례길 네 코스 중, 2코스인 위례강변길을 향해 간다. 바람은 차갑지만 하늘은 쨍하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졸졸졸 소리.. 한강으로 들어가는 하천의 물소리다. 예사롭지 않은 구름이 눈길을 끈다. 한겨울 거센 바람이 빚은 작품.. 갑자기 멈춰 섰다. 섬처럼 보이는 저곳에 고라니를 보았기 때문이다. 두 마리가 강아지처럼 뛰어다니고 있었다. 금세 어딘가로 숨어버린 녀석들.. 하지만 사진 어딘가 고라니의 모습이 있을 수도... 나무들과 덤불에 가려져있던 덕소의 모습이 어느 순간 말끔하게 눈앞에 나타났다. 한강뷰를 누리고 싶은 마음에 정면에 보이는 두산위브에 집을 보러 간 적이 있었다. 눈 앞에서 넘실거리는 한강을 바라보며 무아.. 2021. 1. 1.
겨울 공원의 구부러진 길 마른 풀들이 찬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서로 부딪치고 엉겼다 떨어졌다, 억새도 겨울을 그렇게 나고 있다. 쇠잔한 겨울 태양 아래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란히 선 채로..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라는 표찰이 세워진 이 곳은 동탄여울공원에 자리 잡은 작가정원 중 한 곳이다. 달려야만 할 것만 같은 서두름을 주는 직선으로 된 길보다 멈춤과 쉼이 있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작가는 그렇게 이야기한다. 구부러지는 길은 그 길 뒤에 무엇이 있을지 상상해볼 수 있어 더 좋지 않은가 싶다. 길 끝에서 보는 집들, 꽃송이, 열매... 더러는 반가운 얼굴... 오늘처럼 차가운 빈 들녘도 그리 나쁘진 않다. 한기를 가득 머금은 길을 겨울 바람을 맞으며 나아가니 적당한 바람에 말라붙은 덤불들이 바스락바스락 비벼지며 사락사락 떨.. 2019.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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