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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애절한 강아지 사랑, 닌텐도 속 강아지라도...

by 비르케 200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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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버스를 탔는데, 비어있던 제 옆자리에 강아지를 안은 아가씨가 앉았습니다. 건너편 좌석에 앉아있던 제 아이들은 그 강아지를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건네다보고 있더군요.
그 때 갑자기 뒷쪽에 앉아 있던 몇몇 아이들이 우루루 무리를 지어 곁으로 다가오더니, 강아지에 대해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아이가 어디서 샀느냐고 물어봅니다. 무슨 대답이 나올까 저도 조금 궁금해지더군요.
 

독일에 와서 애견샵 같은 걸 본 적이 한번도 없으니까요. 애완동물들은 거의 '티어하임(Tierheim)'이라는 일종의 동물보호소에서 가져오거나 개인적으로 거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물음에, 그녀는 웃으며, '티어하임'에서 가져왔다고 답하더군요. 아이들이 또 묻습니다. 
"돈도 들어요?"
그녀는 웃으며, "응." 합니다.


사람들이 하도 관심을 가지는 통에, 그녀도 좀 쑥스러울 법 한데, 작은 아이들의 물음에 성의껏 대답을 해주더군요. 돈이 든다는 말이 의외였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주사비나 그 외 비용을 받는 경우가 있으니 그런 시스템으로 운영이 되나보다 하고만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과연 분양비는 어느 정도나 할까 궁금해지더군요. 저의 그런 생각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아이 중 하나가 또 묻습니다.
"얼마예요? 얼마?"
그녀가 답합니다. 
"500 유로(90만원)." 

                                  
아이들의 실망하는 소리... 많지 않으면 자기들도 욕심을 내보려 했던 모양입니다. 
옆에 앉은 그녀 덕분에 아이들의 북적거림과 끝없는 질문속에 파묻혔던 날이었습니다.   

독일에 온 이후 애완동물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해진 제 아이들은 그 날 이후 저를 더욱 졸라댑니다. 
"엄마, 우리반 아이들은 다 애완동물 있다구요. 저만 없어요. 새라도 사 주면 안 되요?"
"너 모르니? 이 집 계약할 때 애완동물은 안 된다고 한 거."
"그러니까 우리에 넣어 기르는 동물로 사면 되잖아요."
"그러다 할아버지가 알면 우리 쫓겨나."
할아버지는 집주인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계약도 계약이지만, 저도 싫습니다.
애완동물이야 좋지만, 두 녀석들만으로도 충분히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으니까요.

그러던 며칠이 지나자 아이들은 갑자기 닌텐도 속 강아지에 빠졌습니다. 독일에 오기 전 친척분이 준 몇개의 닌텐도 칩 중 유일하게 안 가지고 놀던 게 '강아지 기르기'였는데, 갑자기 재미가 붙었나 봅니다. 

강아지 목욕 장면입니다.

눈이 나빠질까 봐 한번에 20분 이상은 못 하게 하는데, 그 20분을 다 바쳐 (좋아하던 마리오 시리즈도 다 제쳐두고)강아지를 훈련시키고 목욕도 시켜주고 산책도 데려가고 하네요. 이제 강아지가 네 마리로 불어났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가끔 강아지가 말을 안 들을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불러도 친구랑 노느라 오지 않을 때는 다른 강아지들을 호텔에 맡기고 혼자만 있게 한 다음 따로 훈련을 시키더군요.

원반 던지기 훈련중입니다. 이렇게 훈련하고 나서 원반 던지기 대회에도 나갑니다.
"발!" 하고 외치면 그 음성을 기억하여 발을 내밉니다.
훈련을 잘 하면 이렇게 머리도 쓰다듬어 줍니다.

 큰애가 말합니다.   
"엄마, 이 집에서 이사하면 강아지 사주실 거죠?"
"너희들이 사서 너희가 기르던지.. 엄마는 강아지까지 기르기 힘들어."
강아지가 비싼 걸 아니까 스스로 사라고 하면 포기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쾌재를 부르네요. 
"알았어요. 저희가 용돈 모아서 살게요. 대신 진짜로 기르게 해 주셔야 해요!"
허걱... 부디 강아지를 살 만큼 돈이 모이는 날이 한 십년은 족히 걸려야 하는데...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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