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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50

프라이부르크에서 만난 그녀들-1 프라이부르크는 내가 가장 처음 접한 독일 도시다. 10월 첫 날 한국을 떠나왔지만, 파리를 경유하다 보니 정작 독일에는 2일 오후에야 당도하게 되었다. 도시는 온통 촉촉히 젖어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내가 처음으로 본 프라이부르크의 이미지는 '비 온 뒤의 또렷함', 낯선 곳에서의 생경한 아름다움이었다. 예약해 둔 하숙집에 도착했다. 1층에서 벨을 누르니, 다짜고짜 "Just a moment!" 하고 영어로 답하곤 인터폰을 거칠게 내려놓는 소리가 들린다. 누구인지 묻지도 않고 거칠게 인터폰을 내려놓는 소리에 괜히 심기가 거슬렸다. 비행기라고는 생전 처음 타고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어렵사리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주인이 과연 나를 환대해 줄 것인가, 혹시라도 또 이런저런 이유가 생겨 짐을 이끌고 다시 .. 2016. 9. 27.
유독 그리워지는 맛, 빵에 끼운 프랑크푸르터 독일 음식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내놓을 만한 게 그다지 없다. 그렇지만 소시지와 빵 한 조각, 맥주 한 잔만으로도 그 어떤 값진 음식보다 더 즐거운 한 끼 식사를 할 수가 있다. 거기에, 'Sauerkraut (자우어크라우트 :양배추를 얇게 썰어 피클 담는 방식으로 만든, 우리에게 김치같은 독일 음식)' 까지 곁들이면 정말로 금상첨화다. 독일에서는 소시지를 'Wurst(부어스트/부르스트)'라 부른다. Wurst는 고기의 성분이나 만든 모양에 따라 여러 종류로 분류된다. 그중에 다른 나라에까지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이 '프랑크푸르터(프랑크소시지)'다. 따뜻하게 구워진 프랑크푸르터를 맥주와 함께 먹는 것도 즐거움이지만, 브뢰첸(겉껍질이 단단하고 속은 부드러운 게 특징인 작은 빵)에 끼워 겨자를 발.. 2016. 9. 21.
Nur einen Kuss- Die Ärzte 여름이 길어지다 보니 예전과 달리, 가을인가 하면 금세 또 겨울이다. 차가운 비까지 내리고 있으니 겨울도 차츰 다가오겠지 하는 맘에 머릿속에 노래 하나가 떠오른다. "겨울이 문 앞에 와 있어. 네가 내게 키스해 주지 않는다면 너는 아마 혼자인 채로 지내게 될걸. 누가 겨울을 쓸쓸히 지내고 싶겠니?" 이 노래는 독일 그룹 '디 애르츠테(Die Ärzte: 의사들)의 곡이다. 펑크록을 추구하는 그룹이지만 몇몇 곡은 이 곡처럼 단순한 스토리를 지닌 나름 가벼운 곡이라 편하게 들을 만 하다. 단지 키스 한 번, 그 이상은 원하지 않아 여름은 짧았고, 겨울이 문 앞에 다가와 있어 네가 내게 키스해 주지 않는다면 너는 아마 혼자인 채로 지내게 될걸. 누가 겨울을 쓸쓸히 보내고 싶겠니? 나는 키스를 받았고, 내 마음.. 2016. 9. 17.
아날로그 시대, 겁없던 짠순이의 독일행-1 나의 독일행은 총 세 번이었다. 그 중 첫 독일행은 아무에게도 말 하지 않고 진행되었다. 대학 4년 동안 독문학을 전공하면서도, 방학마다 있는 독일대학 연계 어학연수 프로그램 같은 건 꿈도 꿀 수 없었는데, 막상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꿈이라도 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인생에 큰 획을 하나 긋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서였다. 몇 달 후 가족들에게, 독일에 가겠노라 폭탄 선언을 했다. 혼자 독일 어학원을 알아보고,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을 탈탈 털어 어학 코스에 수강등록까지 마치고 난 뒤였다. 그렇게 안 하면 또 다시 갈등을 하고, 결국 돈 걱정에 분명히 못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에게 딱 6개월만 나를 밀어달라 말했다. 그 다음부터는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버티겠노라고. 당.. 2016. 9. 3.
사진폴더에 있던 독일의 옛 사진을 보며.. 내 노트북 사진 폴더에는 독일의 옛 사진 하나가 있다. 아마도 예전 독일에 있을 때 저장해 놓은 게 아닐까 싶다. 언제 무슨 용도로 내 사진 폴더에 이 사진이 들어가 있는지는 몰라도, 저장명에는 '1936년 프랑켄'이라 되어 있다. 말 그대로 1936년 프랑켄 지방의 모습이다. 이 시기는 독일이 1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하고, 승전국들로 부터 천문학적인 수치의 배상금 지불을 요구받았으며, 거기에 세계 공황까지 겹쳐, 그렇지 않아도 궁핍했던 독일 국민들의 삶이 바닥을 헤매고 있던 바로 그 시점이다. 또한 사진 속의 이들은 모르고 있겠지만, 제 2차 세계대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의 독일을 이룬 근간이 된 '라인강의 기적'은 아직 멀기만 한 이야기이다. 사진 속에는 막 감자를 수확한 어느 가.. 2016. 7.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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