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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50

독일에서 시청료 안 내고 버텨보기 내게는 15인치 텔레비전이 하나 있다. 이 텔레비전은 누군가가 무료로 준다고 낸 광고를 보고 찾아가 들고 온 것이다. 하도 오래되어 보이기에, 처음엔 고장나거나 흑백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제법 잘 나오는 편이다. 텔레비전을 준 이는 이 텔레비전이 필요없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잘 보지도 않는데, 시청료때문에 자꾸만 누가 찾아오기도 하고 편지가 오기도 해서 아예 없애버리려 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그는, 텔레비전을 건네 받아 문을 나서는 내게, 고맙게도 케이블도 가져가라며 장롱을 뒤져 케이블을 찾아주었다. 안 보고 장롱에만 숨겨둔 것임이 확실했다. 그때가 독일에 온 지 반년이 되었을 무렵이니, 얼마만에 보는 텔레비전에 감개가 무량했던 게 사실이다. 아이들도 한국에서 보던 '스폰지밥'이며, '.. 2009. 4. 23.
나를 웃게 만든 쌍둥이 둘째 유노네 반은, 학교에서도 외국인들만 따로 모아놓은 반으로, 반 아이들을 모두 합쳐도 총 12명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적은 수의 반 아이들 중, 재미있게도 쌍둥이가 두 쌍이나 있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안야'와 '마샤', 그리고 쿠바에서 온 '노엘'과 '노에'... 주변에 쌍둥이가 한 명도 없었기에, 유노는 그 친구들이 더 특별한 모양이다. 학교에 다녀오자 마자 이야기를 종알종알 늘어놓곤 하는 유노에게, 친구들 이야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등장하는 고정 레파토리이다. 유노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쌍둥이 엄마들도 나름대로 쌍둥이를 기르는 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안야와 마샤는 '백설공주'나 그랬을 법한 맑고 하얀 피부를 가진 예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의 엄마는 아이들의 옷을 절대로 같이.. 2009. 4. 22.
독일학교 다니는 두 아이 책가방 챙기기 학교에 가고 싶다고 볼멘소리를 해대던 유노의 바램대로, 2주 간의 부활절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아이들이 학교에 간다. 마음 속으로 이 날을 고대했던 유노는 어제 하루 종일 기대에 부풀어서, 가방을 매봤다가, 다 마신 빈 물병을 가방에 꽂았다가 뺐다가 난리가 아니었다. 생각난 김에 나도 학교에 갈 아이들의 가방을 들여다 보니, 두 녀석의 가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직 일학년인 유노의 가방은 거의 텅텅 비다시피 한데, 세오의 가방은 너무도 무겁다. 유노의 가방/ 1,2 학년 아이들은 우리나라 애들과 마찬가지로 캐릭터 가방을 주로 가지고 다닌다. 한결같은 건, 학생용 가방은 거의 네모 반듯하다는 것이다. 처음엔 독일의 사각 책가방이 너무도 촌스러워 보이더니, 자주 대하니 그나마 편리하기도 한 듯 하고, 가.. 2009. 4. 20.
제값 못 받는 독일 우유생산자들 뿔났다 작년에도 이맘때 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독일의 우유 생산업자들이 거리로 몰려 나와 시위를 벌이며 우유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었다. 이들은 당시 우유의 판로를 차단하고, 유통기한이 긴 우유인 H- Milch를 그들의 창고에서 내놓지 않아, 수퍼에 우유가 떨어지는 사태까지 야기시키며 자신들의 입장을 대대적으로 알렸었다. 다른 음료에 밀려, 나라마다 우유 소비량이 줄어드는 추세라, 거기에 맞춰 그들도 가계를 꾸리며 살아가려면 그들이 제시하는 가격 또한 꽤 높아질거라 여겨 미리부터 걱정하던 바와는 달리, 며칠 후 시위가 끝나고 바뀌어 있는 우유의 소비자 가격은 그저 조금 올라가 있는 정도였다. 이전 게시글, 독일 가게에 부는 할인 바람 에서 이미 한번 다룬 바가 있듯이, 저가 우유 61센트가 69센트로, 친.. 2009. 4. 18.
가스 오븐, 왠지 맘에 안 들어.. 오랜만에 저녁으로 피자를 구우려고 방금 전까지 오븐과 씨름을 하다가 거실로 나왔다. 피자를 넣고 불을 붙이려는데(늘 그렇듯 예열 무시), 도무지 불이 붙질 않아서 몇 분 동안 주방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는데, 드디어 불이 붙었다. 내 물건이 아니고 이 집에 붙어있는 거라, 고장이라도 난건가 신경이 쓰였는데, 그나마 불이 붙어서 다행이다. 이번에 고향에서 김이랑 양념류를 선편으로 부쳐와서 그 동안 한국식 식사를 하느라 이 오븐을 안 썼더니 이런가 보다. 언젠가 여행을 다녀와 가스불이 잘 안 붙었던 적을 떠올리면, 이번에도 아마 그 동안 사용을 안 한 게 불이 잘 안 붙은 이유였을 것이라 생각된다. 작년 3월, 비어 있던 이 집에 처음 들어왔을 때, 이 오븐에 불을 붙이기 위해 나는 오늘보다 더 오래 .. 2009. 4.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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