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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글..102

장영희의 <괜찮아>, 그리고 숨바꼭질 개발이 진행 중인 어느 신도시 인근 동네에서 길을 멈춰선 적이 있다. 내 유년에 살던 동네와 분위기가 너무도 비슷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동네 구석구석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한편에선 숨바꼭질을 하던 모습이 나도 모르게 오버랩 되었다. 지금이야 그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해서 과거의 흔적을 찾기 힘든 곳이 되었지만, 이 골목처럼 내가 살던 곳도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기억 한 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어린 시절 살던 동네를 찾았다가 기억 속 그곳이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감정을 느꼈다. 내 기억에는 이 사진 속 골목 정도의 길인 것 같았는데, 수십 년만에 찾은 그 옛 길은 생각보다 매우 좁고 경사도 가팔랐다. 평소 길에 연관된 기억들이 좋은 편이라서 예전 그 골목의 모습도 잘 간직하고 있.. 2018. 6. 14.
덤벼라, 빈곤 은 2010년에 발간된 유아사 마코토의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빈곤'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 한다. 빈곤은 단순히 개인의 게으름에서 빚어진 결과가 아니라, 아무리 발버둥 쳐도 빈곤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게 되어 있는 사회적 구조에도 그 책임이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의자 뺏기 게임'에 비유한다. 사람은 열 명인데 의자는 여덟 개인 경우, 두 명은 아무리 기를 써도 의자에 앉을 수 없다. 이와 같은 사회 구조가 빈곤을 야기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여기서의 빈곤은 가난과 개념이 조금 다르다. 빈곤은 가난보다 좀 더 포괄적이다. 아무리 좋은 동네에 똑같은 아파트, 똑같은 평수에 산다고 한들 모두의 삶이 한결같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상대적 빈곤은 이런 상황 속에 존재한다. 멀쩡하게.. 2018. 6. 6.
지방도시 살생부, 지방소멸에 관한 책 2014년 일본에서 출간된 마스다 히로야의 '지방소멸'은 당시 막연히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만을 고민하던 일본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추세대로라면 일본의 절반이 붕괴되는 아슬아슬한 현실에 직면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도 얼마 전부터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름끼치는 사실은 고령화 속도가 유례없이 빠르다는 점이다. 일본보다도 훨씬 빠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문제는 에서 보듯 단순한 인구 구조의 변화가 아니기 때문에 지방 도시들의 소멸과 연관해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해법을 찾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에 발간된 마강래 교수의 라는 이름의 책에서는, 제목에서 보듯 인구 구조 변화로 사라질 위기에 직면한 지방도시 문제의 해법을 '압축도시'에서 찾고 있다. 그 동안 도시.. 2018. 5. 30.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브레히트 시골길에서 오래된 나무 한 그루를 만났다. 도시에서 같으면 그렇게 마구 제멋대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진 않았을 텐데, 나무는 가지를 뻗다가 뻗다가 아래로 아래로 굽어 땅을 향해 기고 있었다. 애처로운 마음에, 할 수만 있다면 막대기 몇 개 가져가서 그 고개를 위로 쳐들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나무가 서 있는 곳은 도로변, 그 나무가 자리한 집은 한눈에 봐도 폐가가 분명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자고로 표가 난다고 했다. 슬레트 지붕 개조가 시작된지가 이미 오랜데, 그 집 처마는 끝부분이 바람에 뜯겨 날리고 빗물에 쓸려 먼지가 될 때까지 모든 걸 순리에 맡기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그 집의 벽에는 금이 가 있고 흙빛과 녹물만 황량하게 눌러앉아 있었다... 2018. 5. 18.
남아 있는 나날 -3 평생을 달링턴홀에서만 살던 스티븐스에게 그의 새 주인 패러데이가 여행을 제안한다. 자신의 포드를 내주고 기름값을 지원하겠다는 말과 함께. 새 집을 인수한 후 직원에 대한 배려 차원의 선심이었을 테지만 달링턴홀의 집사로만 살아온 스티븐스가 노년에 접어든 시점에 그 제안을 쉽게 받아들인 이유는 켄턴양이 보낸 편지 때문이었다. 스티븐스에게는 여전히 '켄턴양'으로 기억되지만, 그녀가 달링턴홀을 떠나 결혼해 '벤 부인'이 된 것은 이미 오래 전 일이다. "남은 인생이 텅 빈 허공처럼 제 앞에 펼쳐집니다." 이렇게 시작된 그녀 편지를 읽으며 그는 어쩌면 캔턴양의 결혼생활이 잘못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층 침실 아래로 보이던 잔디밭과 멀리 언덕진 초원의 풍경을 좋아했습니다." 달링턴홀에 대한 그리.. 2018.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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