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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사진 한 장 또 한 장17

신문지와 지폐, 그리고 바람 길을 걷다가 바람에 날리는 신문지와 지폐를 보았다. 노점에서 장사하시는 분이 놓아둔 물건 포장에 쓸 신문지와 잔돈 묶음이다. 신문지와 지폐를 움직이는 것, 예사롭지만 예사롭지 않은 바람 초여름 더위에 더운 만큼 또 더운 바람이 분다. 신문지와 지폐, 그리고 바람 길에서 바람에 흩날리는 신문지와 지폐를 보면서 둘 간에 어떤 연관성을 느끼게 되었다. 둘 다 종이로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둘 다 종이로 만들어졌지만 종이 이상의 형이상학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신문의 의의는 정보, 돈의 의의는 경제력 또는 가능성 등이다. 그리고 둘 다 보이지 않는 발이 달렸다. 또 누가 쓰느냐에 따라 질적으로 다른 모습이 된다. 신문은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다. 이를 통해 우리는 하루에도 수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게 되.. 2021. 6. 21.
미싱 앞에서 정리를 생각함 미싱 앞에서 정리를 생각함 아주 오래 치워뒀던 미싱을 꺼냈다. 아들 사줬다가 한 번도 안 입고 작아져 못 입게 된 잠옷 기장 손질해서 내 잠옷이라도 만들어본다는 게 미루고 미루다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 또 몇 년이 지나갔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했다. 원단 위를 달려가는 경쾌한 미싱 소리 잘하지도 못 하면서 이 소리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왜 이적지 멀리하고 있었는지, 잡으면 금세 할 것을. 미싱을 멀리 했던 이유, 케이스를 씌워 아주 구석에 놓아뒀으니, 꺼내오고 반짇고리 챙기고 하나 끝내면 다시 갖다 놓고 치우고... 그런 나의 정리벽 때문은 아니었을까. 책도 가까이 있어야 잡기가 쉽듯이 미싱도 손 닿는 데 있어야 제때 쓰기가 쉽다. 정리라는 건 때로는 처박아놓은 미싱처럼 정작 가까워야 할 대상들.. 2021. 6. 10.
아들, 자전거 아들, 자전거 유독 겁을 내면서도 타겠다던 자전거, 불안한 눈빛으로 몇 번이나 돌아보곤 하던.. "울 아들 잘 타는데? " 이렇게 말할까. "엄마가 잡아줄까?" 이렇게 다가갈까. 그런데 가만 둬도 다 하더라. 그냥 둬도 때 되면 알아서 하더라. 유난스럽던 픽시 사랑에 넘어지고 또 넘어지던 못 말리던 중2 너를 멀찍이서 몰래 찍어 보았어. 모든 게 한때란 말 정말 맞나 봐 얌전해진 네 모습 엄만 완전 맘에 들더라. 언제나 너의 즐거운 벗이기를.. 잠시 나가더라도 꼭 헬멧 챙기기를.. 더 읽을만한 글 아들이 아끼던 픽시를 팔고 2년 전 중학생이던 유노가 아끼던 픽시 자전거를 며칠 전 지역 카페에 싸게 팔았다. 구입할 당시, 오랫동안 모은 용돈을 탈탈 털고도 부족해, 용돈 가불에, 지원까지 받아 거금을 들여 .. 2021. 6. 3.
봄비 내리는 날, 물 속의 벚꽃 엔딩 봄이라서 비 오는 날이 많다 이번 비에 그나마 달려있던 벚꽃이 대부분 씻겨 내려갔다. 맘 같아서는 언제까지고 찬란한 봄을 누리고 싶지만, 계절은 속절없이 이 마음도 벚꽃도 내팽개쳐두고 지나간다. 비 내리는 거리를 지나다가 벚꽃 꽃잎들이 물에 떨어져 있길래 찍어보았다. 손으로 들고 찍은 거라, 분위기 깨는 '화면 들썩임'이 있지만 끝없이 그려지는 동심원으로, 비가 어느 정도 내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봄비답게 부슬부슬 내리고... 화면 밖에는 한 손에 우산을 받고 한 손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내가 있다. 그 와중에 나 좀 봐달라며 나서는 한 녀석이 보인다. 앗, 저기 있다!!! "뾰로롱~ 톡" 빗물이 수면에 닿아 물방울을 만들고 어떤 이유에선지 그 물방울이 터지는 순간이 이렇게나 절묘하게 포착되었다. 원.. 2021. 4. 14.
시골 길에서 만난 개 두 마리 어느 시골 마을을 지나다가 통화할 일이 있어 차를 잠시 멈췄다. 그러다 옆에 서 있던 오래된 상점을 보게 되었다. 유리문에 붙인 빛바랜 스티커와 시트지로 새긴, 떨어져 덜렁이는 상호... 그리고 미닫이 샷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어릴적 기억에 그렇게 밀고 다니던 알루미늄 샷시문이라 그런가, 어쩐지 어딘가 익숙한 느낌마저 들어 나도 모르게 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찰칵 소리가 나기 무섭게 어디선가 낯선 길손을 경계하는 주인장(?)의 외침이 들려왔다. "왈 왈~" 뜻밖에 나타난 개 두 마리, 아니, 요새 흔한 표현 '댕댕이' 두 마리. 오른쪽 개는 아직 어린 티가 나는데, 눈에 각이 잡혀 있어 볼수록 웃음이 난다. 실제 눈빛은 참 순둥순둥했다. 왼쪽에 갈색 푸들은 어쩐지 실내에서나 지낼 법한 아이로 보이는데.. 2019.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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