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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사진 한 장 또 한 장17

느긋함이 천성인가, 유유자적 왜가리 연못에서 왜가리를 만났다. 도도하게 서 있는 모습은 백로나 고니 같은 목이 긴 다른 새들과 비슷한데, 유독 왜가리는 사람이 가까이 있어도 피하지 않고 여유를 부린다. 느긋함이 천성인 것인지, 몸통만 1미터 되는 새답게 두려울 게 없어서인지 그저 유유자적하는 모습이다. 느긋함이 천성인가, 유유자적 왜가리 산책길에 들르곤 하는 작은 연못이 있다. 이곳에서 간혹 왜가리의 모습을 본다. 그중 작년에 한 번, 올해 한 번, 왜가리를 가까이서 보게 되어 동영상까지 찍었다. 사람이 다가오든 말든, 동영상을 찍든 말든, 왜가리는 잔뜩 여유를 부리며 자기 할 일에 몰두한다. 왜가리 2021 - 하남 당정뜰 누렇게 시들어가는 연잎을 응시하던 왜가리의 모습에 물고기라도 한 마리 건질 줄 알고 기다렸다. 그런데 이 왜가리, .. 2021. 11. 2.
비 내리는 길 위에서 비 내리는 길 위에서 차가 멈춘 사이, 사진 한 장 급히 찍어본다. 신호등 빨간 불빛을 받아 붉게 산란하는 물방울들 빛이 머무는 영역까지 형체를 발현한다. 비 내리는 날 생각나는 노래를 묻던 친구, '비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대답에 채은옥의 '빗물'이 던져졌다. 한참 잊혀졌던 노래, 그건 너무 늘어지지 않나. 아니, 최고의 감성이지.. 네게만. 응, 내게만. 초록으로 바뀌는 순간 일시에 사라지는 붉은 자욱들 형체는 남고 색깔만 초록으로 바뀐다. 길어지며 허공으로 흩어지는 물방울들.. 내리는 빗줄기 사이로 채은옥의 '빗물'이 파고든다. 어딘가에 있을 그 친구는 이런 날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떠올려줄까. 낭만주의 시인들은 왜 밤을 좋아했을까 "낭만주의 시인들은 왜 밤을 좋아했을까" 중간고사 기간 함께 밤.. 2021. 8. 22.
산책길 막아선 여치 수변공원에 밤이 깊으면 풀벌레 소리가 더 요란해진다. 아직 여름이라고 매미가 울어대는 건 알겠고, 유독 귀뚤귀뚤하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도 알겠다. 그런데 그 외에는 대체 어떤 벌레의 울음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풀벌레'라는 통칭 단어가 있는 게 문득 고맙게 생각된다. 산책길 막아선 여치 어둑어둑해진 산책길 걷다가, 하마터면 밟을 뻔했다. 와~ 놀래라. "내 구역에 넌 뭐니?" 하는 듯한 여치 한 마리다. 아주 저돌적인 표정으로, '올 테면 와봐' 하며 행길 한가운데 떡 버티고 서 있는 녀석, 다시 한 번, 와 진짜, 요샛말로 깜놀했다. 다시 보니 이쪽 행길은 이미 여치들이 접수했다. 한두 마리가 아닌, 예닐곱 마리가 길에 떡 하니 서 있었다. 이 동네 여치 구역의 어깨들인가... 어쩌자고 그 어깨.. 2021. 8. 15.
나비 따라간 곳, 결초보은의 수크령 나비 따라간 곳, 결초보은의 수크령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앞질러 간다. 따라오라는 듯한 몸짓에 저절로 시선이 머문다. 마치 호접몽을 꾼 장자처럼 내가 나비가 되고 나비가 나인 양 꿈속을 거니는 것만 같다. 나비 따라간 곳에 수크령이 있었다. 꿈결처럼 살랑거리는 나비와 환상적인 수크령이 한데 어우러져 일렁인다. 중국 춘추시대 '결초보은(結草報恩)'의 고사에서 죽어서도 은혜를 갚으려 적이 지나는 길에 묶었던 그 풀이 수크령이라 한다. 이름이 수크령, 수크렁 둘 다로 쓰이는 것 같은데 올바른 표기는 수크령이다. "노을빛에 흔들리는 수크령 이 멋진 길을 간다." "마음마저 주황으로 물든다." ◀ 더 읽을만한 글 ▶ 장자/ 호접몽과 무용지용(無用之用) '호접몽'에 관한 장자의 고사는 이미 유명한 이야기가 되었다... 2021. 8. 10.
8월, 잠자리 떼 난다 8월, 잠자리 떼 난다 옷 매장 지나는데 디피를 바꾸느라 분주하다. 벌써 하늘하늘한 가을 옷 일색이다. 그새 반소매 반바지에는 할인 태그가 붙는다. 강변 숲길에 잠자리 떼 난다. 가을의 전령 중 하나인 잠자리 떼가 이 더운 8월에 가을을 재촉하러 왔다. 8월, 잠자리 떼 난다. 수채로 살다가 갓 태어난 잠자리들은 공기에 몸을 맡긴 채 유영하지 않는다. 최고로 가속해 몸을 비틀며 공기를 꿰뚫는다. 부딪치지 않고 지나는, 그들만의 공중에서의 원칙이 존재할 법한... 8월, 잠자리 떼 난다. 더운 한여름 비행을 시작한 잠자리 떼, 움직임을 보려고 일부러 영상 속도를 늦춰보았다. 실제로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고속비행을 하는 잠자리들이다. 이제 갓 조종간을 잡은 초보 조종사는 두려움 없이 노트를 상승시킨다. 해 .. 202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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