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수 로테와 막스 기징어가 함께 부른 노래 < AUF DAS, WAS DA NOCH KOMMT >의 뮤직비디오에는 유명 게스트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예전 싸이 강남스타일 뮤비에 유재석, 하하, 노홍철 등이 출현했던 것처럼 독일에서도 게스트를 동원한 뮤비들을 가끔 접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에 소개할 로테 & 막스 기징어 만큼 많은 게스트가 동원된 뮤비는 처음인 듯하다. 그렇다고 게스트만 좋냐면, 곡이나 텍스트, 연기 어느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로테와 막스 기징어는 각각 솔로로 활동하는 가수들인데, 이 곡 < AUF DAS, WAS DA NOCH KOMMT >를 위해 뭉쳤다. 제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여기서의 DAS나 DA는 우리나라 전라도 사투리 속의 '거시기' 같은 단어라, 노래 제목도 '다가올 그 무언가에' 정도 해석해야 할 것 같은데, 그래도 애매하다.
'다가올 그 무언가'는 고난이나 실패일 수도 있고, 즐거움일 수도 있다. 고난과 실패가 닥쳐오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길이라 여기고, 즐거움이 찾아오고 모든 것이 잘 풀릴 땐 그것이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란다. 어떤 일이 닥칠지라도 언제나 최고의 낙관주의자로 살아갈 거라고 말하는 이 두 사람은 아마추어 가수다. 로테와 막스 기징어 둘 다 한창 잘 나가는 가수들이지만, 이 뮤비에서의 설정이 그렇다.
이렇게 열심히 공연을 다니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양로원 공연을 마치고 그다음은 바우 마르크트(건축자재 마트) 행사다. 공연 도중에 안내방송이 나오고, 심지어 마트 내 지게차도 무대 앞으로 지나간다. 이런 해프닝은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되지만, 코믹한 설정을 위한 장면이다.
그 와중에 입담 좋은 TV 진행자, 스티븐 가티엔 (Steven Gätjen)이 바우 마르크트 안내방송 직원으로 나온다. 이 뮤비에서 아마 제일 히트 장면일 거라 생각된다. 제대로 리듬을 타는 멋진 아저씨긴 한데, 가수들은 어째 걸리적거리는 눈치다.
남쪽으로 돌아가 좀 더 느긋한 삶을 살면서
사랑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쓸 거라고,
뭐든 되는대로 두고
지켜보기만 하고 싶다던 그들...
노려보는 시선들 속에 자꾸 주눅이 드는 모습이다.
경찰이 차를 세우고 운전면허증을 요구한다. 운전면허증을 보고는 뭐가 부족한지 다시 직업을 묻는다. '음악가(Musiker)'라고 하자 재차 묻는 경찰, 투어 하면서 공연한다고 대답하는 주인공에게 경찰은 행운을 빈다고 전한다. 하지만 돌아서면서 코웃음 치며, '흥, 음악가라고?' 하며 혼잣말로 비웃는다. 이 또한 코믹하게 보이려는 설정이다. 경찰 역을 맡은 사람도 톰 벡 (Tom Beck)이라고 독일에서는 유명한 배우다.
그들이 공연차 들른 선술집. 영업이 끝난 분위기인데 마침 웨이터가 TV를 튼다. 그런데 TV에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자신들의 곡을 유명한 어느 가수가 가져가 부르고 있는 것이다. 그 유명한 가수는 실제로도 유명한 독일 싱어송라이터 마크 포스터(Mark Forster)다. 부분만 보고 오해가 있을까봐 재차 설명하건대, 이 또한 설정이다. 모자 쓴 사람이 마크 포스터이고, 사회자가 그를 소개하는 장면이다. 마크 포스터는 우리나라에도 은근 팬이 많은 가수다.
이 외에도 유명한 게스트들이 많이 등장한다. 두 아마추어 가수에 관한 스토리지만, 역설적인 내용이라 웃음코드를 섞어서 보면 좋을 것 같다. 원래 독일 사람들은 유머에 약하지만, 이 비디오에 나오는 스타들을 알고 있다면 대단히 재미있는 내용이다. 게다가 부드러운 로테의 음성과 분위기 있는 막스 기징어의 노래에, 무한반복으로 이어지는 캐논 풍의 후렴구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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