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먹던 그 맛, 고소한 찰밥을 만든다. 원래대로 하자면 절차가 복잡하지만, 요새는 전기밥솥이 있어서 간단히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멥쌀에 비해 성질이 따뜻한 찹쌀로 밥을 지어 냉동실에 두면 심심할 때 하나씩 꺼내 별미로 먹을 수 있다. 속이 찬 사람들에게도 좋다.
겨울철 효능 만점 요리, 간단하게 만드는 찰밥
찰밥이나 영양밥은 특히 겨울철 효능 만점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은 이 계절에 넣을 수 있는 재료가 많기 때문이다. 가을에 거둬둔 곡식들, 밤, 대추, 은행, 잣, 단호박 등 영양 많은 재료를 선택해 넣을 수 있다. 굳이 이것저것 사러 가지 않더라도 집에 있는 것들을 모으면 맛있는 찰밥이 뚝딱 만들어진다.
우선 팥은 삶기 전에 물에다 몇 시간 불려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전에는 가스레인지에다 직접 화력을 가하는 압력솥을 사용했었는데, 오늘 해보니 전기 압력솥은 화력이 더 약한지 팥이 좀 딱딱하다.
집에 있는 재료를 모아 만드는 거라 준비물이 단촐하다. 찹쌀은 계량컵으로 4개, 팥은 계량컵 2/3 정도, 밤은 쪄먹고 열개 정도가 남아 있길래 다 넣었다. 찹쌀이 계량컵으로 4개라 물을 4인분에 맞췄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찹쌀은 멥쌀보다 물을 덜 필요로 하기 때문에(-) 덜 넣어도 될 것 같은데, 팥이나 밤이 익으려면 그 또한 수분이 필요하기에(+) 물을 어느 정도 넣을까 고민하다가, -+를 감안해 '4'에 그냥 두었다.
팥은 씻어서 한번 삶은 다음 찬물로 헹궈 준비해두었다. 팥을 바로 삶아 밥을 하면 밥맛이 좀 떫기 때문에 삶은 첫물은 버리는 것이 좋다. 밤도 깎아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준비해둔다. 밤 껍질에 칼집을 낸 후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주면 깎을 때 수월하다.
집에 퀴노아가 있어서 퀴노아도 조금 넣어봤다. 퀴노아는 식물중에서도 고단백질 슈퍼푸드로 알려져 있다. 밥에 넣으면 밥이 푸슬푸슬해지니 조금만 넣는 게 좋다. 사진에서처럼 컵에 물을 받아서 퀴노아를 담가 두었다가 좀 가라앉으면 촘촘한 채에 받쳐 살살 더 씻어준다. 쌀과 함께 씻으면 물에 다 떠내려가기 때문에 꼭 따로 씻어준다.
씻어서 물을 맞춰둔 쌀에다 모든 재료를 넣은 후 간을 한다. 소금과 설탕을 넣은 후 주걱으로 휘휘 저어서 잘 녹여주었다. 간을 보면서 소금은 원하는 것보다 덜 짜게(안 녹은 소금이 남아 있음), 설탕은 (기별만 가게) 조금만 넣는다. 사실 설탕은 안 넣어도 무방하다. 간을 다 했으면 취사를 눌러준다.
밤만 가득 보이는 찰밥이 완성됐다. 물을 조금 더 넣었어야 했는데 물이 좀 부족하다. 팥도 좀 덜 삶아졌다. 고민할 것 없다. 물을 숟가락으로 살짝살짝 군데군데 뿌려준 다음, 다시 취사를 눌러주면 된다. 그렇게 밥을 다시 했다.
맛있는 찰밥이 완성됐다. 밥맛도, 밤맛도 꿀맛이다. 찰밥을 먹을 때는 작은 스푼으로 작게 떠서 오래 오래 씹는다. 그 맛이 오래도록 입안에서 고소하고, 쫀득하고, 달콤하다. 또 한 입 뜬다. 반복되는 행복한 느낌... 이 맛이 찰밥의 밥맛이다.
찹쌀 4인분에다가 밤이랑 팥이랑이 많이 들어가 5인분 정도 되는 밥을 다 먹을 생각은 전혀 없다. 이 밥들은 냉동실로 들어갈 밥들이다. 뭐든 많으면 맛없다. 조금씩 오래 먹어야 맛나다. 보관용기 하나에 세 군데로 나누려고 했는데, 밥알이 주걱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마구 들러붙어서 어쩔 수 없이 두 군데로 분리해 담았다.
밥들은 따뜻한 상태에서 뚜껑을 덮어 바로 냉동실로 들어갔다. 뚜껑을 열어두면 마르고, 덮어두면 수분이 뚜껑에 들러붙어 밥이 눅눅해진다. 뚜껑을 덮어 바로 냉동해야 밥에 있는 수분 그대로 얼릴 수 있어서 다음번에 꺼내도 그 맛을 유지할 수 있다. 맨 위에 있는 건 눌은 밥이다. 밥을 두 번 했기 때문에 바닥에 있던 밥이 살짝 눌었다. 눌은밥은 심심할 때 바로 먹을 수 있게 냉동실에 안 넣고 그냥 두었다. 볼품은 없어도 더 맛이 좋다.
겨울 영양식 찰밥을 만든 과정을 다시 정리해본다.
1. 팥은 한번 삶아서 찬물에 씻어 건져둔다.
2. 밤은 전자렌지에 살짝 돌려 껍질을 제거한다.
3. 퀴노아처럼 작은 알곡은 따로 물에 담갔다가 채에 받쳐둔다.
3. 찹쌀을 씻어서 압력솥 내솥에 넣고 밥물을 맞춰준다.
4. 내솥에다 팥과 밤 등 재료들을 모두 넣고 밥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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