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타워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오다기리 조, 키키 키린이 모자 역할을 맡아 각각의 캐릭터를 잘 살려 연기했다. 오롯이 자식을 향한 따듯한 모정과, 병든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들의 애잔함이 도쿄타워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도쿄타워 (2007) - 오다기리 조, 키키 키린의 명품 연기에 빛나는
원작: 릴리 프랭키 - 東京タワー 〜オカンとボクと、時々、オトン (Tokyo Tower: Mom and Me, and Sometimes Dad)
감독: 마츠오카 조지, 니시타니 히로시
출연: 오다기리 조(小田切譲 : 마사야), 키키 키린(樹木希林 : 어머니), 우치다 야야코(内田也哉子 : 젊은 시절 엄마), 마츠 다카코(松隆子 : 미즈에), 고바야시 카오루(小林薫 : 아버지) 등
"네가 일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져. 오늘이 마지막이잖아. 보여줘."
죽은 어머니 옆에서 평상시처럼 일을 하는 아들 마사야.
"잘 봐, 엄마. 최고로 웃긴 글을 쓸 테니까."
게으른 남편을 떠나 홀로 아들을 키워낸 어머니. 세월이 흘러 그녀는 도쿄타워가 보이는 병실에서 죽음을 맞는다. 어머니를 곁에서 돌보며 아들 마사야는 그제야 철이 드는 듯하다. 어머니가 바라던 대로 그는 어머니의 주검 옆에서 자신의 일을 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아들의 모습을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보여주기 위해.
마사야의 어린 시절, 아버지가 행패 부리는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제멋대로 사는 것처럼 보이는 아버지.. 그런 그가 젊은 시절 찍은 사진에는 이제 갓 건설을 시작한 도쿄타워가 보인다. 타워를 일구는 데 한몫을 한 아버지는 이내 도쿄를 떠나 본가에 정착해 술로 인생을 낭비하고 만다.
그런 아버지를 떠나 어머니는 어린 마사야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온다. 북규슈 탄광마을에는 언제나처럼 가난한 외할머니가 아직도 고단한 삶을 살고 있다. 시집갔다가 돌아온 딸보다 먹고사는 일이 더 고단한 외할머니.
혼자서 마사야의 뒷바라지를 하며 일생을 힘들게 보내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의 희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학에 가서 미술을 전공하면서도 허송세월을 일삼으며 게으른 아버지처럼 아무렇게나 살아가는 마사야.
주인공 마사야의 든든한 어머니 역할은, 일본의 국민어머니 고(故) 키키 키린이 맡았다. 그리고 회상 속 그녀의 젊은 시절 역할을 맡은 또 한 사람(우치다 야야코)의 어머니가 있다. 예전에 볼 때도 어쩐지 두 인물이 싱크로율 100%라, 마치 키키 키린의 젊은 시절 촬영본인가 하는 착각을 할 만큼 이미지가 많이 겹친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친딸이다. 그래도 그렇지, 어쩌면 모녀의 분위기가 이렇게도 비슷한 것인지.
세월이 흘러 마사야는 서서히 어머니를 돌아보게 된다. 많이 늙고 병들고 지친 어머니의 손을 이번에는 마사야가 꼭 잡고 길을 걷는다. 그 옛날 어머니가 자신의 손을 잡고 걷던 때처럼. 이 손을 놓는 것이 더 두려운 것처럼. 모자간의 애틋한 정을 이 횡단보도 건너는 씬을 통해 절절이 느끼게 된다.
도쿄타워가 보이는 병실. 어머니의 병세는 점점 더 나빠지고 마사야는 어머니가 떠날까 두렵다. 늙은 아버지도 병원에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마사야가 없는 동안 아버지가 어머니 옆 간이침대에 머문다.
마사야는 이것저것, 돈이 되는 일이면 다 한다. 라디오 방송에서 야설을 푸는 프로그램에도 출연 중이지만, 어머니에게는 차마 그런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말할 수 없어 비밀로 하고 있다.
어느 날 어머니는 아버지에게 라디오를 틀어달라 부탁한다. 그리고 마사야가 떠드는 음담패설에 함께 웃는다. 어머니는 이미 마사야가 나오는 그 프로그램을 알고 있었던 것. 그저 아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사랑하는 엄마다.
이 영화 속 말기 암환자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칠 때 키키 키린 그녀는 실제로 암투병 중이었다. 2004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 전이로 고통받는 가운데 투혼을 발휘해 여러 편의 영화에 도전했다. 그러니 병마와 싸우며 고통받는 연기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곱절이 된다. 다른 출연작 '어느 가족'에서도 그런 느낌을 이미 충분히 받은 후다.
영화 속 키키 키린은 하나뿐인 아들 마사야를 위해 헌신하면서도, 철없는 아들의 어긋난 행동과 방탕한 삶에 물음표만 던질 뿐 화를 내거나 실망을 표하지 않는다.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담담한 미소로 아들 곁에 머물고 싶어 할 뿐. 자식이 어떤 길을 가든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고,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응원해 주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는 개봉 이듬해 일본 아카데미상 8개부문 수상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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