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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수 하이노, 노년에 관한 단상

by 비르케 2021.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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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수 하이노는 최근 자신의 음반 회사를 비롯해 음악과 관련된 모든 재산을 매니저인 헬무트 베르너에게 상속하겠다고 밝혔다. 베르너가 하이노의 매니저를 맡은 것은 2년 전이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하이노가 얼마 전까지 또 다른 상속 문제로 큰 홍역을 치르고 난 다음이란 점이다. 

독일 가수 하이노, 노년에 관한 단상

독일 전통 가요 슐라거(Schlager)의 대부격인 하이노, 82세 고령 백만장자인 그는 최근 연달아 이런저런 복잡한 일로 고민에 빠졌다. 믿었던 사람과 등지게 된 일도 있었고, 마음을 주었던 사람에게 이용을 당하기도 했다. 또한 친한 친구를 죽음으로 떠나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자신의 새 매니저에게 음악 관련된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말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그가 논란의 중심에 선 이유는, 자녀가 아닌 누군가에게 자신의 재산을 상속하겠다는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미 한차례 사기 비슷한 일로 전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길 뻔 한 사건을 겪었던 그다. 하이노의 노년을 타산지석 삼아 노년에 이런 것은 좀 주의하자는 차원에서 포스팅을 해본다. 

 

독일 가수 하이노

 

  • 자나 깨나 사람 조심

하이노는 2년 전, 자신과 아내를 돌봐줄 사람들에게 자신의 유산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의 집 가정부였던 유타와 그녀의 남편 안드레아스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다. 53세의 유타는 하이노의 열혈팬으로 시작해, 10년이 넘도록 하이노의 집을 돌보면서 하이노 부부과 가족처럼 지냈다.

 

하이노는 유타가 자신의 남은 인생에 큰 힘이 되어줄거라 생각해, 그녀를 딸로 입양한 다음 자신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게 하려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아내의 반대로 모든 일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입양을 결정하고 나서 하이노 부부는 자신들의 집에서 자신들이 마치 손님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식탁에 앉을자리까지 유타가 결정했고, 빨리 입양을 마치자는 유타의 계속되는 채근이 이어지자 그녀가 오로지 돈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부부는 마침내 알게 되었다. 그 후 하이노 부부는 모든 일을 무효로 하고 유타와 그 남편으로부터 벗어났다. 유타가 약간만 더 인내력이 있었더라면 백만장자의 재산을 손아귀에 넣었을 뻔한 아찔한 사건이었다.

 

 

 

 

 

 

 

 

 

  • 아끼던 사람을 잃었을 때의 상실감

작년에 하이노는 58년지기 친구를 잃었다. 친구는 아픈 아내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약과 가스를 이용해 함께 죽음을 택했다. 가끔 뉴스 기사를 통해 보던 일들을 하이노는 실제로 접하게 된 것이다.

 

"너무 슬퍼서 말을 할 수가 없어요."

죽은 친구를 생각하며 그는 몹시 슬퍼했다.

 

그리고 어느 여름 그 친구를 만났던 날을 기억해냈다. 하이노는 그 시간이 너무도 행복해서 친구가 더 오래 머물기를 바랬다. 그러나 친구는 아픈 아내를 걱정하며 서둘러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친구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친구의 죽음으로 하이노는 오래도록 상심했다. 왜 그랬는지,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가 있었는지 마음이 많이 아팠을 것이다. 아마도 아내 없이 혼자 사는 삶을 상상할 수 없어서 그랬을 거라고 그는 결론을 내렸다. 그만큼 친구는 자신의 아내를 사랑했었다. 두 사람은 60년 동안 해로했다. 

 

 

 

 

 

  • 외로움, 또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

2년 전 상속문제로 한 번 홍역을 치렀으면 상대가 아무리 믿음직해도 다시 상속 이야기를 쉽게 꺼낼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그새 또 매니저에게 마음을 기대고 있는 걸 보면 이 백만장자는 너무도 많이 외로운 것 같다.

 

이전 매니저와 16년을 함께 일했지만 그와 하이노는 결국 끝이 안 좋았다. 양녀 삼으려 했던 유타와도 십 년이 넘도록 가족 같은 따뜻한 관계였으나 마찬가지로 마지막까지 그렇지는 못 했다. 인간관계라는 게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것인데, 금세 또 상속을 언급하는 그의 모습에서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느껴진다.

 

그에게는 첫 번째 부인에게서 얻은 유일한 혈육이 있지만 아들 이야기는 별로 없다. 아마도 오랜 세월 하이노가 재혼을 반복하는 동안  서로의 유대가 이어질 기회를 놓쳐버렸는지도 모른다. 나이가 들고 재산은 많아졌지만 어쩌면 그는 줄곧 따뜻한 자식을 필요로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매니저들이나 유타, 모두가 자식 뻘의 사람들이다. 

 

 

  • 노년의 지혜

하이노의 아내는 세 번째 결혼으로 얻은 아내다. 한때는 그의 매니저 역할을 아내가 했던 적도 있다. 어느 날 그녀는 유타가 하이노의 무릎에 앉아있는 걸 본 적이 있었다 한다. "너는 내 남편의 무릎에 앉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내 무릎에는 앉을 수 없어."라고 단호히 말하고 유타의 입양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남편의 마음을 빼앗겼다는 분노가 먼저 앞섰을 법도 한데 이렇게 세련되게 행동하다니, 팔순이 가까운 나이지만 지혜가 출중한 여성이 아닐까 싶다. 그녀의 의견을 존중해 입양 의사를 철회했던 하이노도 덕분에 인생 최고의 선택을 했던 것 같다. 재산이 유타 부부에게 넘어갔더라면 자신의 집에서 손님처럼 살아야 하는 날들이 죽는 날까지 반복됐을 것이기 때문이다. 

 

 

∴ 젊어서는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서면 되지만, 노년에는 일어서기가 쉽지 않다고 흔히들 말한다. 젊어서 넘어지고 일어서고 다 해보고, 노년에는 넘어지는 일 없이 조심조심 나아가는 것이 조금은 외로운 인생의 황혼을 좀 더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하이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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