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수 하이노(Heino)는 오랜 세월 독일의 정서를 가득 담아 굵고 힘찬 목소리로 독일 전통 가요의 명맥을 이어온 가수다. 최근 몇 년간은 커버 버전으로도 주목을 끌었는데, 올해 82세의 그가 자신의 음악 유산(Musikalischer Nachlass)을 가족도 아닌 어느 남성에게 상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독일 가수 하이노의 음악 유산
하이노라고 하면 독일 전통 가요 쉴라거(Schlager)와 독일 포크 음악(Volkslied)이 떠오른다. 그의 노래는 쾌활하고 박력 있는 목소리와 유독 'R' 발음을 도르르 굴리는 듯한 Rrrr 발음, 그리고 독일 남부의 진한 방언이 느껴지는 가사들이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 전통 가요의 맥을 잇는데 독보적 역할을 한 가수인데, 최근 들어 그의 음악이 꽤 변한 것 같기는 하다.
커버 버전이란 과거 다른 가수들의 곡을 모아 자신만의 독특한 창법으로 다시 부른 앨범을 가리킨다. 하이노는 Mit freundlichen Grüßen (친절한 인사를 담아 : 편지 끝 멘트)이라는 이름의 커버 버전으로 2013년 독일 앨범 차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예전 히트곡 Bie Bier Bier가 게임 BGM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게임 BGM으로 쓰인 독일 노래, 비어 비어 비어(Bier Bier Bier)
1938년생인 하이노는 올해 82세다. 그런데 아직도 장난기 가득한 악동같은 느낌을 준다. 주먹을 쥐고 도적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하이노의 앨범 자켓을 보니 우리나라의 배우 김보성 이미지가 겹쳐온다. 의리의리(?)한 김보성처럼 주먹질 포스도 비슷하고 목소리도 비슷하고, 생각해보니 눈에 문제가 있는 점도 두 사람이 비슷하다. 눈동자에 이상이 있는 하이노도 공공장소에서는 짙은 선글라스로 눈을 가린다.
위의 영상은 몇년 전까지 인기를 모은 'Junge(융에 : 남자아이, 청년을 가리키는 말)'라는 곡이다. 예전에 디 애르츠테(Die Ärzte)라는 남성 그룹이 부른 곡인데, 주로 메탈 뮤직을 지향하던 디 애르츠테의 곡을 하이노가 부르니, 할아버지의 잔소리처럼 갑자기 구수(?)한 느낌마저 든다. 웃픈 가사도 하이노가 부르면 왠지 더 재미있다.
"애야, 왜 아무 것도 배우지 않니? / 디터 좀 봐라, 차도 샀잖니 / 베르너 삼촌 공장에는 왜 안 가? 너에게 직장도 줄텐데 (네가 원한다면) / ... 머리 좀 봐라, 내가 할 말이 없다 / 꼭 그렇게 염색을 해야 했니 / 이웃들이 뭐라 하겠어 / 집에는 절대 오지마 이제 우린 모르는 사이인거야 / ... 너네 엄마 가슴아프게 좀 하지 마라 / 대학 등록 아직 안 늦었잖아 / 전에 동물에 관심 있다며 / 너한텐 별거 아니잖아 진료실 하나 차리는 것쯤 / 집에는 절대 오지 말거라 상속권 박탈이야... "
마침 이 곡의 가사도 상속권 이야기다. 이번에 그가 공식적으로 상속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정확히는 자신의 음악 유산에 관한 상속이다. 빌트지에 따르면, 그는 매니저인 헬무트 베르너(Helmut Werner)에게 자신의 음악 유산을 물려주고 싶다고 한다.
"헬무트는 내가 완전히 신뢰하는 사람이며, 나와 동일시 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이렇게까지 무한 신뢰를 표현하는가 싶더니만, 헬무트와 함께 동업을 하겠다 한다.
"우리는 함께 회사를 차릴 것이다. 둘이서 공동 대표를 하고 지분도 절반씩 가져갈 예정이다. 내 음반 출판사의 지분과 상품권은 하이노라는 이름의 이 회사로 들어오게 되고, 여기에는 하이노 안경, 하이노 인형, 그리고 내가 가진 카페도 포함된다. 이뿐 아니라 내가 눈을 감게 되면, 나의 지분 50%도 헬무트의 것이다. 하이노 브랜드를 그가 계속 잘 돌보고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눈을 감다'라는 죽음을 가리키는 말이 우리와 똑같아서 오싹했다.)
그런데 이 헬무트라는 매니저, 하이노의 매니저 역할을 맡은 지 얼마나 됐을 것 같은가. 1960년대부터 줄곧 노래해온 하이노와는 겨우 2년간 일한 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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