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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앞에서 정리를 생각함
아주 오래 치워뒀던 미싱을 꺼냈다.
아들 사줬다가 한 번도 안 입고
작아져 못 입게 된 잠옷
기장 손질해서 내 잠옷이라도 만들어본다는 게
미루고 미루다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
또 몇 년이 지나갔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했다.
원단 위를 달려가는 경쾌한 미싱 소리
잘하지도 못 하면서 이 소리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왜 이적지 멀리하고 있었는지,
잡으면 금세 할 것을.
미싱을 멀리 했던 이유,
케이스를 씌워 아주 구석에 놓아뒀으니,
꺼내오고 반짇고리 챙기고
하나 끝내면
다시 갖다 놓고 치우고...
그런 나의 정리벽 때문은 아니었을까.
책도 가까이 있어야 잡기가 쉽듯이
미싱도 손 닿는 데 있어야 제때 쓰기가 쉽다.
정리라는 건 때로는 처박아놓은 미싱처럼
정작 가까워야 할 대상들에 선뜻 다가서지 못하게 하는
얇은 차단막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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