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인터넷으로 책을 구매하면서 반디앤루니스 부도 소식을 뒤늦게 접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고속터미널이나 고투몰 갈 때 약속 장소로 정해 자주 들르곤 하던 신세계강남점을 비롯, 반디앤루니스 매장들이 추억 속으로 사라지나 보다. 최종 부도 소식에 어쩐지 나의 추억도 조금은 묻혀가는 듯하다.
반디앤루니스 최종 부도 소식에 놀라..
이름부터가 좋았다. 가난해서 등불에 쓸 기름이 없어 반딧불이를 잡아 빛을 모으고, 눈 내리는 날에는 하얀 눈에 책을 비춰 공부했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 고사에 착안해 이름 지어진 반디앤루니스, 국내 오프라인 대형서점 3위인 이 서점의 원래 상호와 법인명은 '서울문고'라 한다.
서울문고는 지난달 15일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6일 최종 부도 처리되었다. 이렇게 부도 소식이 들리고서야 비로소 그간 몰랐던 부실 운영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다. 벌써 한두해 전부터 주요 출판사들은 서울문고와의 직거래를 끊은 상황이었다고 전해진다. 책값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하던 출판사가 3천 곳 이상에 달한다고 하니 서울문고 부도 사태는 출판계의 커다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포스팅에서 2002년 종로서적 부도에 관해 다룬 적이 있다. ▶종로서적 독일 명시선
2002년 당시 종로서적 부도의 원인 중 하나도 같은 업종간 경쟁으로 인한 경영난이었다. 종이책 시장은 그때도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그마저도 지금은 출혈 경쟁 중이니 반디앤루니스처럼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서점의 몰락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생각된다.
다시 재현된 대형 서점의 부도 소식에 아날로그 시대를 살았던 나의 근간 어느 부분도 함께 소실되는 것처럼 아려온다. '반디앤루니스'라는 이름을 처음 접했던 당시 그 이름이 가지는 의미에 탄성을 지르던 게 어제 같은데 갑자기 부도 소식이라니,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과의 기억마저 지워지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어쩌면 이렇게 종이책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이 더 마음 아픈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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