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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앵이

[반려동물 이야기] 행복한 크리미이기를..

by 비르케 2021.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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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미가 우리집에 온 지 다섯 달이 됐다.

태어난지는 6개월이 넘었다. 

조그마한 몸집으로 온갖 애교를 다 부리던 크리미가 최근에 조금 달라졌다.

 

[반려동물 이야기] 행복 크리미이기를..

 

거울 앞에서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보는 크리미다. 

표정이 사람처럼 다양하지는 않지만 참 기분 좋아 보인다. 

 

 

생각보다 거울을 오래 들여다 본다. 

처음에는 거울 속에 비치는 모습이 친구인 줄 알고 난리를 피더니 차츰 자신인 줄 아는 듯하다.

 

 

어떻게 보면 슬퍼 보이기도 한다. 

알쏭달쏭한 표정을 가진 우리 크리미.

 

 

 

바로 얼마 전까지 이런 말괄량이였다.

노트북에 붙여둔 포스트잇을 뜯어서 기를 쓰고 도망가더니 이렇게 너덜너덜 만들어버렸다.

도망다니다가 서서 이런 여유까지 부린다.

"잡을 테면 잡아봐." 하고.

 

 

꼭 기억해야 할 내용이라 붙여둔 포스트잇이었는데, "예쁘니까" 웃고 말았다.

 

 

이 움짤은 크리미를 위한 특별한 스토리를 생각하고 만들었었다. 

이렇게 예쁜 크리미가 새들의 세상에서 모델로 성공하는 스토리.

 

좀 웃길지 몰라도, 크리미만을 위한 예쁜 스토리 하나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위의 거울 사진들도 그 스토리를 위해 신경 써서 찍던 사진들이었다. 

 

 

 

외출했던 길에 크리미에게 주려고 실리콘으로 된 손가락 인형을 샀다.

그런데 뜻밖에 크리미가 이 아이를 보고 하루 종일 말을 거는 이상한 상황이 연출됐다. 

 

애가 타는 건 크리미 뿐,  이 아이는 묵묵부답...

 

그즈음이었던 듯하다. 

크리미가 갑자기 별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온종일 뭔가를 뜯어서 꽁지에 꽂는 행동을 반복했다. 

번식기가 된 암컷들이 하는 행동이란 사실도 이내 알게 됐다. 

 

 

그날부터 크리미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졌다. 

문을 열어주면 집안에 있는 물건 중에 뜯을 만한 물건만 찾았다. 

 

눈동자가 텅 비어 있다. 

사람 손도 싫어하게 됐는지 자꾸만 앙칼지게 문다. 

 

 

 

어느 날 보니 크리미의 포치 안에 다섯 개의 알이 있었다.

혼자 있으면 마냥 어린 모습 그대로 클 줄 알았는데, 혼자서도 알을 낳았다. 

 

나올 때마다 꽁지에 꽂아가지고 들어간 휴지랑 종이 조각들을 가루 내놓았다.

그 종이가루들과 자기 털로 알들이 깨지지 않게 폭신하고 안락한 집을 마련한 크리미.

 

 

알을 낳고 쪼그리고 있으니 문을 열어둬도 잘 안 나온다.

추울까 봐 담요 쪼가리를 넣어주었는데 그 속에만 들어가 있다. 

 

한 번씩 나올 때마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배가 뜨겁다. 

어차피 태어날수도 없는 알들을 품고 있는 모습이 한없이 안쓰러웠다.

본능은 사람도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언제까지나 어릴 때 모습 그대로일 거라곤 생각 안 했지만, 새들은 반년만에 다 커버린다.

동생네가 기르는 새 중에 수컷이 한 마리 있는데 그 새도 부쩍 암컷을 찾나 보다.

그래서 동생과 이야기한 결과, 크리미를 시집보내기로 했다.

 

사실 크리미는 나보다 아들을 더 따르는데, 학기가 시작되면 아들은 또 바쁘다.

동생이 나보다는 새를 잘 아니, 남친도 만나고 분명 더 행복할 거라 생각한다.

 

동물들의 외로움은 어쩌면 사람보다 더 클지도 모른다.

사람은 누굴 붙잡고 하소연도 하고 술이라도 마시지...

 

인연이란 게 만나기보다 헤어짐이 참 어렵다.

예쁜 우리 크리미가 늘 행복하고 건강한 새이기를 마음을 담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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