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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앵이

[반려동물 이야기] 새가 거울을 보면..

by 비르케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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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거울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미처 생각지도 못한 물음에 미리 대답해주는 크리미,

어느 날 거울 앞을 지나다가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거울을 보고 있는 새
새가 거울을 보면..

 

새가 거울을 보면..

 

우리집 크리미는 태어난 지 이제 넉 달 된 모란앵무다. 

사람도 막 태어나 몇 개월이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그대로 두뇌에 흡수하고, 부모와의 교감을 쌓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은 서서히 배워가는 걸 새를 비롯한 동물들은 태어나 빨리빨리 배우는 게 다를 뿐이다.

빨리 배워야만 생존에 더 유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 걷고, 달리고, 새들은 난다.

 

 

 

모란앵무

 

이 시기에 사람과 교감을 나눌 수 있는 모란앵무들은 다른 새들보다 좀 더 똑똑할 수 있다.

그들은 특성상 강아지처럼 사람을 잘 따른다. 

 

 

 

의아한 점은 강아지보다 길들이기 더 어렵다는 점이다. 

모란앵무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자기 세계가 강한 동물이다. 

 

 

 

모란앵무 걷는 모습

 

이 블로그에 크리미 사진을 가끔 올리곤 하지만, 크리미의 실체는 이렇게 작다.

다 커도 병아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씩씩하게 어디론가 향할 때는, 물건 잘못 사온 아들 대신 싸우러 가는 엄마 포스다.

 

얼마 전까지, '어딜 갔지?' 하고 보면 줄곧 거울 앞에 있었다. 

거울을 발견한 처음 한동안은 케이지에서 나오면 무조건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아니, 가끔은 날아갔다.

 

(집안에서의 날개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서 주기적으로 날개끝 깃털들을 잘라준다.

잘라줘도 단거리 비행이 가능하고 낮게 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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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고 있는 모란앵무

 

시작은 항상 자아발견에서 비롯된다.

맨날 지나다니던 거울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거울을 보고 있는 모란앵무

 

"넌 대체 누구니?"

"넌 어디서 왔어?"

 

또 다른 나를 만나는 시간, 자아발견에 이은 자아성찰의 시간이다. 

 

 

 

 

거울을 처음 보던 날 크리미는 그것이 자신인 줄도 모른 채 다가가려 애를 썼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안달이 나서 매달리는 크리미지만, 정작 거울 속 얼굴은 몹시도 초연하다.

 

"올라올 테면 올라와봐라."

 

올라와도 그만, 올라오지 않아도 그만이란 표정이다.

방관하는 타인의 얼굴인 듯한 자신의 얼굴... 

 

 

 

 

결국 크리미는 뭔가 자신과 저 멀리 상대방을 가로막는 어떤 장벽이 있음을 깨달았다.

거울 속 존재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진짜 친구가 다름도 알기 시작한 듯하다.

그리고 거울에서 좀 더 떨어져야 더 자세히 볼 수 있음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모서리에 대한 집착은 끊어낼 수가 없다.

인간 세상에 적응하는 동안 수많은 모서리들을 보았다. 

 

 

 

거울 모서리에 집착하는 새

 

그 모서리를 당기면 또 다른 세상이 시작됐다. 

냉장고와 수납장, 옷장을 열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튀어나왔다.

 

 

 

이 모서리도 당기면 뭔가가 튀어나오지 않을까...

 

 

 

 

"안돼! 이리 와!"

.

.

.

 

너처럼 거울 뒤의 세상이 궁금했던 때가 있었어.

그런데 이제는 거울 뒤란 없는 걸 알아버렸지 뭐니.

 

오늘은 거기까지만,

시간이 가면 너도 거울 뒤 세상 같은 거 믿지 않게 될 거야.

 

어쩌면 새가 유리창에 부딪치는 이유도 비슷하겠지.

부딪쳐 다치기 전에 그 장벽을 이해하는 일이 중요할거야.

그게 가능해지면 너의 날개깃을 자를 필요도 없어지겠지..

 

 

 

 

멀어지면 잘 보이던 거울 속의 새는 거울에 접근할수록 온전히 보이지 않는다.

기를 쓰고 매달리는 스스로의 모습만 초라할 뿐.

몇 번을 놀라고 반기고 다가가고 성냄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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