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차이로 태어난 언니와 나,
헤어진 후 처음으로 만났다가 그리움만 남기고 간 언니를
이번에 또 한 번 재회했어요.
그런데 그새 남친이 생긴 언니는 나를 상대해주지도 않는 거예요.
바라보면 딴 데 보고, 다가가면 도망가고...
개운한 맘으로 언니와 헤어졌어요
자매가 좋은 게, 방금 전까지 신나게 싸우고도 다시 하하 웃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여전히 언니는 나를 피하고 있어요.
나도 새삼 다가가고 싶지 않네요.
우리 사이에는 '데면데면'이란 단어만 남았어요.
'먹을 물에서 뭔 짓이래.'
얕은 그릇에서 목욕을 하겠다고 푸드덕거리는 언니..
뭔가 의식이라도 치르듯 비장한 표정이네요.
언니가 목욕하고 나간 물그릇...
물만 먹을 땐 몰랐는데, 가만 보니 이제껏 목욕하던 플라스틱 물통과는 비교도 안 되게 멋지네요.
이런 그릇에서 목욕하는 기분은 어떨지 궁금해졌어요.
'아몰랑 나도 할래.'
언니가 들어갔다 나온 물은 따뜻했어요.
미지근한 온천수 느낌이에요.
언니의 체온을 느끼면서 다시 이해해보자고 맘먹었어요.
와~
이 매끈한 대리석 욕조~
기분 참 황홀하네요.
지난번 언니와의 싸움은 잊어버리려 해도 자꾸만 생각이 나요.
발을 물어뜯다니, 야비했어요.
언니야, 새춘기 앵춘기 이해할 테니 언니도 나한테 화풀이 좀 하지 마라.
남친이 보고 싶으면 남친에게 가라구!!!
개운하게 목욕 마친 언니와 나,
꽁지깃땜에 머리핀 꽂은 것처럼 나온 내 사진 맘에 드네요. ^^
그날 언니는 자기 집으로 돌아갔어요.
집으로 가려고 아침부터 몸단장을 했었나 봐요.
언니가 가고 나서 다시 껌딱지 됐어요.
엄마가 전화로 이야기해요.
"이제 안 데려와도 될 것 같아.
정을 확실히 뗐는지 찾지도 않아."
크리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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