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샤를로테 링크의 케이트 린빌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가 다음 달 출간된다. 수사(Die Suche)는 케이트 린빌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전작인 '속임수(Die Betrogene)'에 이어 케이트 린빌 & 케일럽 헤일 두 형사의 사건 추적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샤를로테 링크의 케이트 린빌 시리즈 2 - 수사(Die Suche)
수사(Die Suche / 2018출간, 국내 2020)
소설 '수사'의 원제 'Die Suche'. 독일어로 '찾기', '탐색'의 뜻이 강한 단어다. 물론 수사라는 뜻도 있다.
실종된 열네 살 소녀들을 찾아 수사를 펼치는 이야기인데, 그런 스토리는 그다지 재미없지 않나 하며 크게 기대 없이 읽다가 금세 손에서 놓기 어려운 크리스티나 링크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찌 된 일인지, 샤를로테 링크는 독일 작가인데도 영국을 배경으로 해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영국의 음산하고 변덕스러운 날씨나 안개 가득한 배경은 확실히 스릴러와 잘 어우러지고, 스토리 전반에 걸쳐 무게감을 실어주는 것 같다.
'수사'는 샤를로테 링크의 소설 중에 케이트 린빌이 등장하는 두 번째 소설로, 전작에 이어지는 부분들이 많다. 런던경찰국 소속 케이트 린빌 형사가 이번에도 고향인 스카보로를 찾았다가 사건에 휘말린다.
전작인 ☞ '속임수 (Die Betrogene)'에서 그녀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부음을 듣고 스카보로를 찾는다. 아버지가 살던 집과 유품을 정리하려고 했지만, 자신이 자랐던 고향집을 남에게 팔아버리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된 사건들을 추적하면서 스카보로 경찰국 케일럽 헤일 반장과 부딪히는 일이 잦아진다. 자신의 관할도 아닌 형사가 다른 지역을 들쑤시니 마찰이 없지 않을 수 없다. 케이트의 아버지는 전직 경찰로, 케일럽 반장과는 선후배 사이다. 그런 이유로 케일럽 반장은 케이트 린빌이 자기 관할의 사건을 캐고 다니는 게 많이 불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끔찍하게 아버지를 잃은 그녀를 무한히 동정한다.
전작에서 케이트는 아버지의 집을 두고 팔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번 소설 수사에서 결국은 세입자를 들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집을 팔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세입자가 월세를 밀린 채 잠적해 버린 것이다. 집은 온통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고 온전한 데가 없다. 어린 시절 추억이 담긴 세간들을 쓰레기들과 함께 버리고, 완전히 새로 인테리어를 하려니 이제는 고향집의 안온함도 사라지고 정신적으로도 지쳐간다.
집을 뜯어고치느라 오갈 데 없는 상황에서 잠시 펜션에 묵게 되는데, 그곳에서 열네살 소녀의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직업이 직업인지라 어쩔 수 없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다. 그 이전에도 이미 두 건의 비슷한 사건이 있었기에 연쇄범죄에 무게를 두고 사건을 추적한다.
이 책이 독일 현지에서 출판 된 것은 2018년, 그리고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2017년이다. 케이트 린빌이 세입자 문제로 스카보로 인근에 위치한 스캘비의 고향집으로 돌아온 시점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에 앞서, 마치 프롤로그처럼 펼쳐지는 오래전 이야기가 1부 이전에 등장한다. 시점은 2013년 11월. 비가 내리는 어느날 스카보로에서 '한나'라는 이름의 열네 살 소녀가 아버지와 길이 엇갈리면서 실종된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그로부터 몇 년 뒤, 같은 나이의 소녀들인 사스키아, 아멜리, 맨디가 차례대로 실종된다.
그중에 아멜리가 범인에게서 탈출하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온 아멜리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아 입을 닫아버린다. 아멜리로 인해 사건의 실마리가 점점 풀릴 거라 예상했는데, 이야기는 점점 늪으로 빨려 들어간다.
3인칭 소설이지만, 중간에 1인칭으로 묘사되는 부분들이 있다. 마치 읊조리듯 서술된 이 부분들에서 범인의 실체가 이 사람임을 감지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누구인지는 소설 후반부까지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담당 경찰서인 스카보로 경찰국이 무색하게도, 이번에도 혼자서 단서를 찾고 마는 케이트 린빌. 스카보로 경찰국 케일럽 헤일 반장은 졸지에 또 핫바지가 되어버린다. 전작에서는 대놓고 불편한 내색을 하던 케일럽 반장은 이번에는 작전을 바꿔 케이트 린빌을 스카웃 하고자 한다. 물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케이트가 런던경찰국에서 이곳으로 옮겨오기로 결정을 해야 가능한 이야기다. 그리고 그게 현실이 될 수도 있을 만한 기회가 찾아온다.
이 정도 몰입감 있는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다. 새삼 이 작가가 왜 이토록 선풍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지 제대로 알게 해 준 작품이었다. 전작인 속임수에 비해서도 전체적인 구도나 흥미면에서 훨씬 좋았다고 생각된다. 정말 최고라고 할 수밖에 없는 소설이었다.
샤를로테 링크의 케이트 린빌 시리즈 다섯 번째 이야기 Dunkles Wasser(Dark Water)는 다음 달인 8월 21일 출간된다. 물론 독일어 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누군가 번역을 해야 나올 텐데, 그때까지 또 엄청 기다려야 될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으니 자꾸 아마존만 기웃거려 본다. 책이 너무 비싼 건 둘째 치고, 구매하더라도 이 두께를 원서로 읽을 정도의 능력은 안 되기에 괜히 망설임만 커간다. 언제가 됐든 꼭 읽고 싶은 마음 100%인 소설이다.
▶ 더 읽을만한 글 ◀
'책..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I의 비극 - 요네자와 호노부, 지방소멸의 비극 (5) | 2024.08.22 |
---|---|
녹나무의 파수꾼 - 히가시노 게이고 (3) | 2024.08.07 |
1961 도쿄하우스, 짜고 치는 리얼리티쇼의 결말 (1) | 2024.07.17 |
생의 절반 프리드리히 횔덜린 (0) | 2024.07.08 |
카프카 시 & 드로잉, 우리가 길이라 부르는 망설임 (0) | 2024.07.04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