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관절이 아플 때 찾게 되는 정형외과. 통증의 원인은 모른 채 엉뚱한 진료를 받으며 시간과 비용을 허비하지 않으려면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할까. 엑스레이에 나타나지 않는 무릎 통증으로 한 차례 고생을 한 후 포스팅을 해본다.
엑스레이상에 이상 없는 무릎 통증 그대로 둘까?
몇 달 전부터 한쪽 무릎에 경미한 통증이 밀려왔다. 통증은 주로 앉아있다가 일어설 때 발생했고 보행 시에는 상대적으로 불편함이 적었다.
집 주변 A병원에 갔다. 엑스레이를 찍는데 엑스레이 기사분이 말한다.
"아플 무릎이 아닌데 이상하네."
검사 결과,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말이 돌아왔다. 의사는 내게 일단은 주사 먼저 맞아보자고 했고, 복잡하고 긴장된 얼떨떨한 상황에 미처 대답할 겨를도 없이 척척, 그렇게 무릎에 이름 모를 주사가 박혔다.
집에 와서 영수증을 보니, '제일 덱사메타손 주사액(덱사메타손포스페이드이나트륨)'이라는 약물명이 보였다. 요새는 뭐든 검색의 시대, 우려했던 대로 스테로이드 주사다. 엑스레이상에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무릎에, 인사처럼 스테로이드 주사부터 찔러 넣은 A병원,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은 동네의 "믿거(믿고 거르는)" 병원이었다.
그래도 스테로이드 주사를 난생처음 맞으며 느낀 바가 있었으니 주사 값은 했다. 느낀 바란, 아프다고 의사를 너무 신뢰하지는 말자는, 내 몸은 당연히 내가 지켜야 한다는 아주 단순한 진리였다.
통증이 그리 심하지 않으니 큰 병원에 갈 생각은 애초에 하지도 않았다. 다시 집 근처 B병원에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엑스레이를 다시 찍었다. 이번에도 엑스레이상 무릎에는 아무런 이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새로운 의사샘은 '한번 해보자'는 말로 진료를 시작했다.
뭘 해보는 건지도 알 수 없게 그냥 해보자니... 의사샘의 '한번 해보자'는 말이 참 허허롭게 들렸다. 나로서는 두 번이나 엑스레이를 찍었어도 병명을 알 수 없는데도, 결국 다시 한번 새로운 병원에서 영문 모를 이런저런 치료를 받게 됐다. 병원비는 한 번 방문 시 진찰료와 물리치료비 명목으로 대략 본인부담 만 원 언저리로 나왔다. 딱 보니 모든 환자들이 비슷한 치료를 받는 중이었다.
☞갑작스러운 무릎 통증으로 찾았던 두 정형외과 모두 이랬다.
1. 엑스레이상 정확한 병명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치료를 시작한다.
2. 운동을 해도 되느냐고 물으면, 하지 말라고만 한다. 정작 아픈 이유도 모르는데.
3. 큰 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해보라는 말은 절대, 절~대 안 한다.
통증이 심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병원에 안 다니는 것보다 낫겠지 하다가, 서서히 병원에 가봤자 소용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원인도 모른 채 치료를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없는 짓인 것 같았다. 그런던 어느 날 드디어 문제가 생겼다. 열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계단을 오르다가 갑작스레 극한의 고통이 무릎에 느껴져 왔다.
타지에서 일을 보는둥 마는 둥 하고 절뚝거리며 돌아와 그제야 큰 병원을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MRI를 찍었다. 엑스레이상 아무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던 무릎이 그토록 아팠던 이유는 외측 반월상 연골판 파열 때문이었다. 그동안 살짝 찢긴 채 미세한 통증을 유발하던 내 무릎의 반월상 연골판은 계단을 오르면서 더 찢어져 상태가 매우 나빠지고야 말았다.
동네 정형외과에는 MRI 장비가 없기 때문에 엑스레이상 나타나지 않는 병변은 꼭 큰 병원에 가봐야 한다. 아무리 통증이 경미하더라도 엑스레이로 볼 게 있고, MRI라야만 볼 수 있는 게 따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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