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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탄생, 뇌과학으로 푼 스토리텔링

by 비르케 2021. 4.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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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글로 재미있게 풀기 위해서는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이야기의 탄생',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스토리텔링 뇌가 원하는 것, 즉 뇌가 남다른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어야 한다. 그것은 결국 '뭔가가 변화하는 이야기'라고 이 책에서는 정의한다. 

 

히치콕이 그랬듯, 경우에 따라서는 관객을 예기치 못한 변화가 곧 일어날 것만 같은 끝없는 긴장 상태로 유도한다. 주인공이 지나는 길 모퉁이마다, 닫혀 있는 문마다 무언가 튀어나올 것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지만 그런 긴장 상태는 이내 짧은 안도로 이어지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내쉬는 그 순간에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다음 장면에 과도한 긴장 에너지를 다시 쏟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는 식이다. 스토리텔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에 집중해야 한다. 히치콕의 말마따나 쾅 하는 순간에는 공포가 일어나지 않는다. 공포는 그 순간을 예상하는 동안에만 일어난다. 

 

긴장 상태가 아닌 편안한 상태에서도 독자는 변화의 조짐을 읽는다. 이야기가 너무 평범할수록 오히려 후반부에 뭔가 큰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조마조마함이 생겨난다. 폭풍 전의 고요함이랄까. 인간의 뇌와 스토리텔링을 결합해 생각해보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끌고 가야 할지가 분명해진다.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 뇌가 상상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다. 때로는 존재하지 않는 무언가가 보이기도 하고 존재하는 것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스토리텔링을 통해 구축된 세계는 독자나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저마다의 모형을 생성하게 한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그 모형을 보는 일(showing)이 중요하다. 독자는 그 모형을 통해 작품 속 인물의 시선으로 사건을 경험한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스토리텔링 기법도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 플롯을 전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는 '인간 유형 설정'에 관한 부분도 있다. 이런 방법은 익히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서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다섯 가지 유형으로 인간의 표본을 분류했다.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서 메모 겸 정리하자면, 그 다섯 가지 유형은 신경성, 외향성, 개방성, 친화성, 성실성에 따라 분류된다. 각각의 영역에 대한 인물의 표본은 다음과 같다.

 

- 신경성 높은 인물: 미스 해비샴 - 위대한 유산

- 신경성 낮은 인물: 제임스 본드 - 카지노 로열

- 외향성 높은 인물: 배스의 여인 - 캔터베리 이야기

- 외향성 낮은 인물: 부 래들리 - 앵무새 죽이기

- 개방성 높은 인물: 리사 심슨 - 심슨 가족

- 개방성 낮은 인물: 톰 뷰캐넌 - 위대한 개츠비

- 친화성 높은 인물: 알렉세이 카라마조프 -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친화성 낮은 인물: 히스클리프 - 폭풍의 언덕

- 성실성 높은 인물: 안티고네 - 안티고네

- 성실성 낮은 인물: 이그네이셔스 J. 레일리 - 바보들의 결탁

 

분명히 읽었던 작품도 인물의 특성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으니 괜히 적었나 싶지만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인간의 유형은 이쪽 아니면 저쪽이 아니므로 각각의 특질이 결합되어 있다. 예기치 못한 순간을 떠올려보아도 유형에 따라 분노하는 사람도 있고 우울해하는 사람도 있고 적극적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하는 사람도 있다. 위에서처럼 인간의 유형을 정리해두면 인물의 행동이나 그로 인해 전개되는 이야기들을 조정하기가 훨씬 쉬워진다. 즉 어떤 인물의 행동을 그릴 때 예를 들어 그가 친화성이 낮은 인물이라면 폭풍의 언덕에 나오는 히스클리프를 떠올리면 된다. 히스클리프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했을까 떠올려보면 인물의 행동을 그려나가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다섯 가지 인물의 유형을 위의 예시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이 책이나 영화를 통해서 본 대로 설정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라 생각한다.  

 

이 책에서 스토리텔링 기법 중 하나로 예를 든 은유의 효과에 대한 부분이 내게는 가장 인상적이었다. 은유는 시에서 주로 사용하지만, 산문에서도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은유가 들어있는 문장을 읽을 때 독자들의 신경 영역은 더 활성화되고 때로 정교하게 쓰인 은유에 의해 온 신경망에 불이 켜지기도 한다. 정교하게 쓰였다는 것은 참신한 은유를 의미한다. 조지 오웰은 "참신한 은유는 시각적 이미지를 환기해서 생각을 지원한다."라고 했다. 그에 따르면 닳고 닳은 은유는 이미 환기의 힘이 빠져 있으므로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 것을 지적했다. 은유 자체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과도하면 참신함이 떨어진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과 상황들을 예시로 들어 설명하는 이책의 친절하면서도 강력한 장점은 여러 사람에게 많은 도움이 될 듯 하다. 리어왕, 남아있는 나날 등 내가 내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작품들과 관련된 설명에서 이 책의 그런 점을 본다. 다만 외국서적이고 외국 작품만 예시로 들다 보니 이해가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한 느낌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다. 원본의 문제가 아니라 외국 번역서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인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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