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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정보..

일년 먹을 고춧가루, 고추방앗간 다녀온 날

by 비르케 2023.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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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지금이 일 년 먹을 고춧가루를 장만하기에 좋은 시기다. 한여름 강한 햇볕을 머금은 고추들이 장마다 붉은 물결을 이룬다. 일 년 먹을 건고추 얼마나 사야 할까?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어떤 건고추가 좋은 고추일까? 방앗간 품삯은 얼마일까?

일 년 먹을 고춧가루, 가장 좋은 건고추는?

일 년 먹을 고춧가루를 만들기 위해 건고추를 사러 나온 사람들로 장이 온통 붐빈다. 8월 땡볕에 수확한 고추들이 초벌, 두벌을 거쳐 세벌로 잘 말라 나오는 시기가 지금이다. 상인들도 추석을 앞두고 돈사느라 잘 말린 고추들을 몽땅 장마당에 늘어놓았다. 

 

명절 앞둔 지금 건고추 시세

추석을 앞두고 있으니 부르는 게 가격이지만, 나와있는 건고추도 또한 많으니 운이 좋으면 좋은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언뜻 보니 가장 좋은 상품은 현재 기준으로 한 근에 2만 원이 넘는다. 작년과 비교하면 5천 원 정도 올랐는데, 뭐든 안 오른 게 없으니 농산물만 제자리일 리 없다.  지난번 날씨가 한창 더웠을 때는 잠시 가격이 내려 17,000원에도 판매됐던 고추다. 

 

일반 가정집에서 일년 동안 먹을 고춧가루, 건고추의 양

일반 가정집에서 일년 먹을 고춧가루를 마련한다면 대부분 5~10근 정도의 건고추를 산다. 건고추 한 근은 600그램이지만, 씨가 많고 적음에 따라 고춧가루 양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다.

 

꼭지를 딴 건고추의 경우 한 근을 500그램 등으로 달리해 판매하는 상인들도 있으니 확인해 보고 구매하는 것이 좋다. 꼭지를 따서 그만큼 무게가 줄어들었으니 이를 반영해 파는 것이라 한다.  

 

건고추 고르는 법

좋은 건고추는 색이 어둡지 않고 밝은 붉은색을 띄고 있다. 상처가 적고 표면이 매끈하며 햇빛에 비췄을 때 씨가 적은 게 좋다. 씨가 많으면 상대적으로 고춧가루가 덜 나오기 때문이다. 육질이 너무 얇아도 고춧가루가 덜 나오니 그 또한 좋지 않다. 

 

가장 좋은 고추는 세벌 고추, 그러니까 처음 수확하고, 두 번째 수확하고, 그다음 세 번째로 수확한 고추를 제일 알아준다. 두 벌 고추도 나쁘지는 않다. 더운 여름에 수확해 말리고 나면 9월인 지금쯤에야 나온다고 한다. 

 

 

고추방앗간 다녀온 날

좋은 고추

지난번에 고춧가루가 떨어져 서둘러 건고추를 장만한 통에 가격 좋을 때 살 수 있었다. 사놓고 며칠 베란다에 두었다가 이번에 고추방앗간에 들렀다. 원래 가려던 방앗간이 있었는데, 가는 도중에 다른 방앗간을 발견하는 바람에 차를 세우고 안으로 들어갔다.

 

방앗간 주인분이 씨를 같이 할거냐 따로 할 거냐 묻지도 않길래, 따로 받아달라 했는데, 그냥 하라고, 씨 빼면 맛이 없다 한다. 요란한 기계들이 돌아가고, 어찌할까 잠시 생각하는 와중에 이미 한꺼번에 작업에 들어갔다. 씨를 한 번도 따로 받아본 적은 없는데, 누가 따로 받으면 좋다길래 따로 해볼까 하다가 그냥 두었다. 

 

 

고추방아 찧는 기계들

주인분이 참견을 싫어하시기도 하고 실내가 너무 매워서 안에 서있기도 쉽지 않다. 동영상 좀 찍는다고 말씀드렸는데 대답은 없으셔도 잠시 옆으로 비켜주셨다.

 

네 가지 비슷비슷한 기계들을 거치는 동안 건고추가 금세 곱게 빻아져 내려왔다. 가장 먼저는, 가져온 고추를 몽땅 들어부어 '씨를 따로 거를 수 있는 기계' 속으로 들어갔다. 두 번째 기계(위 사진상 맨 오른쪽 기계)는 초벌로 분쇄한 고추를 더 잘게 갈아주었다. 

 

 

세 번째 기계('자외선 살균소독' 큰 글씨가 있는 기계)에는 '고추방아기'라고 쓰여 있다. 방아처럼 찧는 역할인가 생각된다. 네 번째 기계는 사진상 맨 왼쪽 기계인데, 여기서는 두 개의 플라스틱 대야를 번갈아가며 고춧가루를 받아 여러 번 도로 부어 분쇄해 고운 고춧가루를 만들었다. 

 

 

고추방아. 고춧가루 빻는 네 개의 기계 중 맨 마지막 기계에서 나오는 고춧가루
마지막 기계에서 나오고 있는 고춧가루

 

고추방앗간에도 건고추를 마련해두고 있다. 여기서 그냥 바로 구매해 빻을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이물질을 닦을 시간이 없다. 워낙 지저분한 환경에서 고추를 말리는 모습을 봐버린 사람은 '그냥'이 안 된다. 좋은 걸로 사서, 행주를 물에 빨아가며 일일이 닦아내, 방앗간에 가져와 빻는 수고를 거쳐야 비로소 더 값진 고춧가루가 된다. 

 

고추를 빻는 삯만 해서 근당 천원이 들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정해진 바가 없으니, 방앗간마다 조금씩 다르다.   

 

아이러니한 게, 고춧가루를 다 빻고 나서 근수를 달았을 때, 11.5근이 나왔다. 분명히 마른 고추 11근을 샀는데, 고춧가루가 11.5근이라니, ☞ 미소 같은 빛깔을 머금은 고운 마른고추, 이 글을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다정한 분이 고추를 넉넉히 담아주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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