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으로 고기 사 먹는다는 것도 옛말,
지금은 편의점에서 밀키트 사고,
어떤 사람들은 금을 사기도 한다는 기사를 얼마 전 본 적이 있다.
명절에 재난지원금 관련해 재밌는 사연들도 접하게 되었다.
자녀 앞으로 나온 재난지원금
기사 보고 따라 하면 이미 늦었다는 말은 이런 경우에도 적용이 되나 보다. 아이들 앞으로 나온 지원금으로 금을 사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금은방에 갔더니, 따라 하는 사람이 많아서 금지되었다고 한다. 세상에는 남들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결국 금은 안 되고 다른 걸 사주기도 애매해서 현금으로 입금해주고 애들 카드는 내가 맡았다.
애들한테 이 돈을 마치 공돈처럼 "석 달 안에 맘껏 써!" 하듯 주는 게 싫었다. 설령 누군가 만 원짜리 한 장을 주더라도 고맙게 아껴 쓰길 바라는 게 부모 맘이니, 이렇게 뿌려지는 돈들로 인해 돈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갖게 될까 괜한 우려가 앞서기도 했다.
멀리 있는 녀석에게도 당부 아닌 당부를 한다.
"비상금으로 아껴뒀다가 요긴하게 써라. 통장은 텅장이 되어선 안 된단다."
일일이 결제 내역을 물을 수 없으니 그때그때 뭔가를 살 때마다 영수증을 모아 각각의 카드마다 내역을 따로 계산해둬야 하는 수고로움은 전적으로 나의 몫이다.
명절에 들은 자녀 재난지원금 관련 이야기들
- 집 나간 아들이 재난지원금 달라고 집에 방문했다는 A 씨
고교 졸업 즈음에 나가버린 아들, 법적으로 아직 미성년자라 엄마가 수령하게 되었는데, 자기꺼 달라고 일부러 찾아왔다고 한다. 웬만하면 집에 머물 만도 한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가져갈 것만 딱 가지고 도로 나갔다고 한다. 엄마 속은 썩일지 몰라도 어디서고 딱부러질 아들이겠거니 생각한다.
- 지원금이 나왔으니 자녀 한 달 용돈 좀 줄여보려다 서운해진 B 씨
자기 돈인데 왜 엄마가 맘대로 결정하냐는 딸의 말에 B 씨는 충격을 제대로 받았다고 한다. 개인마다 주는 돈인데, 딸이 그러라고 먼저 말하지 않는 이상 용돈에서 차감은 서운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보다 B 씨가 더 서운했을 것 같긴 하다.
- 군대 간 아들에게 재난지원금 신청하라고 했다가 곤혹을 치른 C 씨
이번 5차 지원금은 아니고 그전 지원금 줬을 때, C 씨는 아무 생각 없이 군에 있는 아들에게 신청하라고 했었다. 그런데 정작 카드는 아들에게 있고, 그 카드를 써야 하는 지역은 따로 있어서 결국 아들의 카드를 택배로 받아 지원금을 사용하고 다시 택배로 되돌려 보냈다는 후문이다. 이번 지원금은 제대로 받았다고 한다.
5차 재난지원금 오프라인 신청 첫날, 이른 아침부터 동사무소 앞에 할머님, 할아버님들이 줄을 서 계신 것을 보았다. 줄이 서로 얽히는 걸 방지하기 위해 노끈으로 한 명씩 설 수 있도록 공간도 마련했다. 카드만 있어도 바로 연결되는 편리한 세상인데, 주로 현금만 쓰시는 어르신들은 신청에 어려움이 따르는 것 같다. 아마 그 줄 속에도 출생연도 별로 신청 날짜가 다른 점을 알지 못하고 계신 분들도 있으셨을 거라 생각된다.
그렇게 받은 재난지원금으로 한 잔 하러 나오신 분들을 얼마 전 장에서 뵀었다. 소풍 나가는 어린아이처럼 경쾌한 목소리로 친구분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아, 너 지원금 얼마 남았냐? 술이나 한 잔 사라."
- 재난지원금 신청은 온·오프라인 모두 10월 29일까지이고, 이 지원금은 올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까지 사용이 마감된다. 어서 코로나 끝나서, 이런 풍경들도 기억 속으로 사라지길 바래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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