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에 다녀올 일이 있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히 길을 나섰다. 대설특보가 내려진 날이었다. 하남에서 진주까지는 거의 수직선을 내려 긋듯이 고속도로 따라 쭉 내려간다. 중간에 중부고속도로에서 경부고속도로로, 다시 통영 대전 간 고속도로로 구간만 바뀐다.
중부지방 대설특보, 햇살 가득하던 진주
중부지방 대설특보 관련 문자가 새벽잠을 깨우던 날이었다. 점심때쯤 진주에 도착했다. 이곳은 별천지인 듯 겨울의 여린 햇살에 오히려 눈이 부시다. 햇살도 따뜻하고 바람도 잠잠하다.
긴 여정이라 도착하자 마자 허기가 져서 요기부터 했다. 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지만 고깃집에는 사람들 따라 잘 다닌다. '안의갈비탕'이란 동네맛집에 갔다. 여기는 갈비만 주력으로 하고 있다. 갈비찜을 시키면 매운맛 정도까지 더해 주문을 받는다.
진주는 냉면이 유명한 동네라서 그런가, 맛집도 냉면집이 많고 별점도 높다. 고깃집이니 당연히 냉면이 있을 것 같지만 이 식당처럼 냉면이 없는 고깃집도 있고, '고기 아래 냉면'이 아니라, '냉면 아래 고기'인 집도 많은 듯하다. 안의갈비탕은 1991년 이래 이곳에서 장사를 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갈비가 상당히 맛있다고들 한다.
안의갈비탕 바로 뒤에 진주성이 있다. 처음 생각은 이곳에서 요기를 한 후 진주성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다른 일로 간 거라서 진주성 가는 건 다음으로 미뤘다. 생각보다 하루가 짧았다. 중부지방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하니 일을 빨리 마치고 돌아갈 생각에 마음이 급하기도 했다.
진주에서 출발해 집으로 올라오는 도중에 산청인지 함양인지 그 인근에서 찍은 사진이다. 왼편으로 지리산 자락이 펼쳐져 있고, 더 나아가면 덕유산과 가야산도 자리하고 있다. 이렇게 큰 산맥에 둘러싸여 있으니, 함양, 산청, 진주 같은 도시들이 유독 더 따뜻한 게 아닌가 싶었다. 하늘도 이렇게나 맑다.
함양 휴게소에서 지역 특산품인 한라봉 한 상자를 구매했다. "따뜻한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재배되어 과즙이 많고 향이 좋은 한라봉입니다."라고 쓰여 있다. 제주산 한라봉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따뜻한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이 있으니 여기서도 가능한가 보다.
"따뜻한 기온과 풍부한 일조량으로 재배되어 과즙이 많고 향이 좋은 한라봉".. 그 한라봉 하나를 바로 까먹어 봤는데 정말로 과즙이 많고 향도 정말 좋다. 맛은 당연히 좋다. 제주 한라봉보다 살짝 더 신 감이 있지만 조직이 더 치밀하고 알이 탱글탱글하다. 박스에 12개가 들어있는 자잘한 한라봉을 샀으니 아마도 더 신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당도는 진짜 인정한다. 엄청 달다.
금산 휴게소 이정표가 보이는 충남 지방이다. 이 부근에 오니 방금 전의 그 '따뜻한 기온, 풍부한 일조량'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서서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눈을 가득 머금은 하늘에서 눈발이 날리고 있다.
밤이 되어 도로 사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제설작업 차량이 돌고 있다. 제설 작업하는 차량에게 염화칼슘 세례를 제대로 받는다. '투둑 투둑'하며 차를 때린다. 물론 좋은 느낌은 아니다.
충북 정도 오니 눈이 진짜 많이 쏟아졌다. 눈 속을 지나는 차들을 보니 진주에서 좀 더 일찍 출발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추운 날은 햇살이 간절하다. 진주 같은, 해가 잘 드는 도시가 있는가 하면 이렇게 폭설이 내리는 지역도 있다. 좁은 나라에서 지역마다 날씨의 변화가 이렇게 크다는 걸 몸소 실감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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