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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또 하루

폴로가 만드는 꼬리곰탕

by 비르케 2021.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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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소, 돼지, 양 등의 육고기뿐 아니라 조류나 생선, 유제품, 달걀까지 모두 안 먹는 '비건'을 비롯해,

나처럼 조류나 생선은 그나마 먹는 '폴로'까지.

 

'세미 채식주의자'란 말로 대신 표현할 때도 있지만, 가장 정확한 건 '폴로'다. 

 

폴로인 나는 '사이비 채식주의자'란 소리도 들었다.

회나 생선을 엄청 좋아하고, 두어 조각의 치킨 정도는 그래도 먹기 때문이다. 

물론 치킨을 좋아해서 먹는 게 아니라 남들 먹을 때 분위기상 먹는 정도다. 

 

그런데 애들을 기르다 보니 내가 먹지 않더라도 고기 요리는 필수가 되었다. 

얼마 전, 맘먹고 꼬리곰탕을 해주려고 소꼬리를 사 왔다.

 

핏물을 빼려고 찬물에 담가놓은 뼈

 

핏물을 잘 제거해야 잡내가 안난다

 

곰탕은 일단 핏물부터 잘 제거해야 한다.

수시로 물을 갈아주면서 핏물을 빼줘야 고기 잡내가 안 난다.

 

먹지도 않는 고기 요리라 즐겁지 않을 건 당연한데 이런 게 제일 거북하다.

그래도 가족들 먹을 거 생각하면 내 손이 먼저 척척 알아서 한다.

 

 

 꼬리곰탕 만드는 법 

1. 핏물 빼기 (핏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물을 갈아가며 제거)

2. 물을 붓고 10분 정도 초벌 끓여내기 (불순물 제거 목적)

3. 끓인 물은 버리고 뼈는 깨끗이 헹궈가며 고기에 붙은 지방 힘줄 등 제거하기

4. 깨끗하게 씻은 찜솥에다 뼈를 넣고 물을 넉넉히 부어 끓여줌

5. 채소 넣기(무, 파, 양파, 마늘 등)

6. 야채가 뭉근해지면 건져냄. 이때 고기 상태를 보아 부드럽게 익었으면 함께 건져냄

7. 건져낸 뼈에서 일일이 살을 발라 냉장고에 따로 보관해둠

8. 살 발라내고 남은 뼈는 아까 끓인 시간 포함해 총 5시간 정도 끓여줌

9. 시원한 곳에다 보관 

10. 굳어진 기름을 걷고 채에 받혀서 국물만 따로 보관함

11. 찜솥에 다시 물을 붓고 5시간 정도 끓여줌 (재차 끓이기)

12. 위에  9. ->10. ->11. -> 9. ->10. 순으로 반복

 

총 세 번의 국물을 모은 다음, 한꺼번에 찜솥에 부어 끓여준다.

 

국물에서 뼈를 건져내 버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이 세 번의 국물이 찜솥에 딱 맞게 들어간다.

끓이기에 참 좋다.

 

살코기는 원하는 만큼 익었을 때 건져내는 것을 추천한다.

너무 오래 끓이면 뭉개져버리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나 이가 불편한 분들에게는 좋겠지만, 고기는 씹는 맛이라고들 하니...

 

사흘은 족히 걸리는 작업이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꼬리곰탕을 다시 안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에서 살살 녹는다' 표현하는 꼬리곰탕이기에.

 

꼬리곰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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